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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을 읽다보면, '살인청부업자'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글자 그대로 누군가에게 청탁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사람을 죽이고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있다면 그 의뢰 비용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누구를 어떤 이유로 죽이려고 하는지도 궁금하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바람을 피우는 배우자가 목표가 될 수 있고, 또는 바람을 피우기 위해서 배우자를 노릴 수도 있다.

아니면 사업관계에서 뭔가 걸리적거리는 인물을 제거하려고 할 수도 있다.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다양한 동기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 말고 다른 이유를 한 번 생각해보자. 청부업자들은 왜 하필이면 살면서 이런 직업(?)을 선택했을까?

북유럽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킬러

겉표지
▲ <블러드 온 스노우> 겉표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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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대부분의 청부업자들은 명중률이 높은 총을 사용한다. 자기가 사격술이 좋아서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해 이런 일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위험부담이 높은 대신에 보수가 좋으니까 선택했을 수도 있다.

노르웨이의 작가 요 네스뵈의 2015년 작품 <블러드 온 스노우>에는 주인공으로 청부업자가 등장한다. 그는 독특한 이유로 살인청부업자가 되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단다.

어떻게 해서든 먹고 살아야 하는데, 막말로 '노가다'를 뛰기는 싫다. 운전도 제대로 못하는 데다가 난독증이 있어서 사무를 볼 수도 없다. 다행히도 사격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재능을 살리기 시작한 것. 처음에는 사람을 죽이면서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는 암살 대상을 보고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르웨이에서 킬러가 되었다. 노르웨이에서 이런 암살 건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의뢰가 들어오면 그 임무를 수행하고 꽤 짭짤한 돈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좀 황당한 의뢰를 받는다. 의뢰인은 자신의 와이프를 죽이라고 부탁한다.

주인공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프로의식을 발휘해서 그녀의 사생활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언제 외출하고 어디로 가는지, 누가 집으로 찾아오는지 등을 알고 있으면 그만큼 암살이 수월해진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청부업자가 암살대상에게 애정을 느끼면 어떻게 될까?

사람을 죽이는 킬러의 내면

연쇄살인범과 전문적인 살인청부업자를 비교해보면 공통점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사람을 죽이는 그 순간을 즐긴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 그 결정권을 쥐고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을 혼자서 느끼고 싶은 것이다.

북유럽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아마 앞으로도 갈 수 없을 것 같지만), 노르웨이에는 눈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작품의 주인공도 '걸핏하면 눈이 오는 엿 같은 나라'라고 투덜댄다. 이렇게 하얗게 쌓인 눈 위에서 사람을 죽이고 거기에 뚝뚝 떨어지는 피를 바라보면서 주인공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자신의 과거와 가족에 대해서.

작가 요 네스뵈는 국내에도 여러 편 출간된 '해리 홀레 시리즈'로 유명하다. <블러드 온 스노우>는 해리 홀레가 등장하지 않는 독립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또 한 명의 인상적인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작품을 읽다보면, 전문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킬러이지만 왠지 그를 동정하게 된다. 하기야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전문 킬러도 그런 고민을 한다. 작가 요 네스뵈가 앞으로도 이 주인공을 계속 보여주기 바란다. 그때는 킬러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블러드 온 스노우> 요 네스뵈 지음 / 노진선 옮김. 비채 펴냄.



블러드 온 스노우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비채(2016)


태그:#블러드 온 스노우, #요 네스뵈, #노르웨이, #살인청부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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