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신태용호의 본선 상대가 모두 가려졌다. 14일 리우 데 지 자네이루 마라카냥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조 추첨식에서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멕시코·독일·피지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대체로 한국 입장에서 크게 나쁘지는 않은 대진표라는 평가다. 일단 상대국들의 면면만 보면 멕시코(피파랭킹 16위)와 독일(5위)의 이름값이 커보이지만 변수가 많은 연령대별 대표팀은 A대표팀의 위상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는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도 한 조에 편성되어 0-0으로 비긴 바 있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단일 대표팀으로는 첫 본선 진출일 만큼 그간 올림픽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피지(182위)는 사실상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히는 팀이다.

일단 최강은 역시 멕시코다. 지난 런던올림픽 디펜딩챔피언이기도 한 멕시코는 당시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5년 북중미 올림픽예선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금 본선행에 성공했다.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며 이번 대회에서도 톱시드를 받았을 만큼 C조에서 가장 강력한 8강 후보인 것은 분명하다.

브라질·아르헨티나 피한 건 그나마 다행

 신태용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1.29

신태용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1.29 ⓒ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과 만날 가능성이 있었던 다른 톱시드 국가가 남미 최강국으로 꼽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임을 감안할 때 멕시코를 만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만하다. 브라질은 지난 런던 대회 준결승전에서 홍명보호에 0-3의 참패를 안긴 바 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지난 월드컵 우승 실패의 한을 만회하려는 의지가 충만하기에 부담스러운 상대다. 아르헨티나 역시 같은 남미 국가인데다 연령대별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강력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한국은 멕시코와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자주 만났다. 상대 전적은 2승 4무 1패로 오히려 한국의 우위다. 본선으로만 국한해도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0대0,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1대 0, 2012년 올림픽에서 0대 0으로 1승 2무를 기록하며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변수는 독일과 피지의 전력이다. 한국은 두 팀 모두와 올림픽 팀간 맞대결 경험이 전무하다. 독일은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U-21 챔피언십 4강 자격으로 본선에 올랐다. 유럽에는 총 4장의 티켓이 주어진다.

월드컵 우승국임에도 연령대별 대표팀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독일이지만, 선수층의 면면으로 보면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율리안 드락슬러(볼프스부르크), 마티아스 긴터(도르트문트), 엠레 찬(리버풀) 등 유럽 빅리그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재능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더구나 이들은 와일드카드가 아니고 23세 이하로 소속팀 동의 없이도 의무 차출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피지는 일단 최약체팀으로 평가된다.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도 단골 손님이던 뉴질랜드가 부정선수 출전 문제로 몰수패한 덕에 어부지리로 성공한 것에 가깝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C조팀들이 피지를 타깃으로 승점 3점을 노릴 것이 유력하다.

문제는 피지가 동네북으로 전락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변수다. 올림픽 본선같은 큰 무대에서 한국은 어쨌든 강호라기보다는 다크호스에 더 가깝다. 조편성에서 3승이 확실한 절대강자와, 승점 3점을 기대할 수 있는 절대약자가 있다고 했을 때 한국에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 하고 묻는다면 대체로 전자였던 경우가 많다.

차라리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처럼 절대강자가 있는 조에서는 톱시드팀에게 패하더라도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승점을 쌓아서 조 2위를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피지같이 타깃이 될 만한 약체팀이 뚜렷하고 나머지 세 팀의 전력이 크게 차이가 없다면, 설사 승점 3점 이상을 따내더라도 골득실이나 상대 전적에 따라 물고 물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약체 피지와 한 조, 승점 6점 노려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이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샤밥 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후반 15분 이영재가 첫 골을 넣은 뒤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샤밥 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후반 15분 이영재가 첫 골을 넣은 뒤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피지를 최대한 다득점으로 제압하고 독일과 멕시코 중 한 팀을 잡아서 승점 6점 이상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진 순서도 한국에 유리하다. 첫 경기인 피지전을 낙승하고 자신감을 얻는다면 2차전 독일-3차전 멕시코를 상대로도 상승세를 이어갈수 있다.

물론 피지의 전력도 아직 베일에 가려져있는 만큼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연령대별 대표팀은 아니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당시로서는 나름 최상의 조(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에 편성되었다고 자만하던 설레발이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왔는지 선례를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무난한 조에 선정되었다고 기뻐하는 만큼, 상대국들도 한국과 만난 것을 내심 다행으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지난 U-23 아시 챔피언십 결승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올림픽 톱시드까지 일본에 내줘야 했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도 동메달 신화를 작성했던 2012년 런던 대회 멤버들보다는 떨어진다는 평가다. 리우올림픽 본선까지 주축 선수들의 경기감각과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

최대 변수는 역시 와일드카드다. 올림픽 조편성이 확정되면서 와일드카드 인선과 차출 작업에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단 공격수 손흥민과 센터백 홍정호의 발탁이 유력한 가운데 소속팀의 동의를 얻어내는 관문이 남아있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서는 수비수 장현수와 공격수 석현준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와일드카드 후보로 거론되는 유럽파들 역시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 애를 먹거나 경기 감각이 떨어진 선수들이 있다는게 불안 요소다. 최상의 전력으로 대회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런던올림픽 신화를 잇는 것은 고사하고 8강진출도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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