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시간 극장골을 터뜨린 인천 송시우가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추가 시간 극장골을 터뜨린 인천 송시우가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 심재철


시즌 첫 승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욕심이었다. 연패의 늪에서 벗어난다고 하는 것도 무리일 것 같았다. 때마침 구단 프런트와 관련된 부끄러운 소식도 터지면서 인천 유나이티드는 벌집을 뒤집어쓴 꼴이었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노린다는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원정 경기였기 때문에 더 암담하게 느껴졌다. 경기 전 준비운동을 하는 선수들의 표정도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3일 오후 2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원정 경기에서 종료 직전 터진 송시우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그동안 4경기를 치르며 모두 패해 꼴찌의 불명예를 안고 있던 인천이 믿기 힘든 승점 1점을 따낸 것이다.

전반전에는 역시 전북의 더블 타워 '김신욱-이동국'의 높이가 가장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 후 18분 만에 왼쪽 코너킥을 받은 김신욱이 유리한 신장을 활용하여 헤더 슛으로 인천 골문을 긴장시킨 것이다. 하지만 꼴찌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뛴 인천 선수들의 집중력이 더 빛났다.

그러다보니 1만1176명 홈팬들 앞에 선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은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이재성과 수비형 미드필더 겸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은 김보경의 위치를 바꾸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날 볼 터치 감각이 상대적으로 좋은 김보경을 선택한 것이다. 김보경은 유연한 왼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인천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들(김동석-김도혁-윤상호)을 쉽게 따돌렸지만 동료들의 빠른 템포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하는 것을 다 얻어낼 수는 없었다.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공-수 전환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양 팀 모두 승부의 주사위를 과감하게 던져야 했기 때문이다. 원정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끝까지 잘 버틸 줄 알았지만 전북의 간판 골잡이 이동국의 탁월한 골 감각 앞에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 없었다. 83분에 믿기 어려운 선취골이 터졌다.

 멋진 선취골을 터뜨린 전북 현대 골잡이 이동국

멋진 선취골을 터뜨린 전북 현대 골잡이 이동국 ⓒ 심재철


주인공은 대박이 아빠로도 이름을 날린 '라이언 킹' 이동국이었다. 왼쪽에서 레오나르도가 올려준 공을 이종호가 이마로 패스했고 이동국은 이 공을 가슴으로 부드럽게 다뤘다. 역시 이동국은 발리슛의 달인이었다. 가슴으로 가볍게 떨어뜨린 공을 향해 이동국의 몸 중심은 낮게 깔렸고 오른발 발리슛 동작도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웠다. 축구도 기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가르쳐 주는 명장면이었다.

전북의 홈 관중들은 기분 좋은 승리 예감에 도취해 있었다. 하지만 경기는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남은 시간 동안 이를 악물고 덤볐기 때문이다. 지난 4라운드에 유독 '극장 골'이 많이 터졌는데 이번에도 그 기운은 전주성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후반전 교체 선수 송시우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표시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남쪽 관중석의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간판 골잡이 케빈이 이마로 떨어뜨려 준 공을 잡아서 교체 선수 송시우가 회심의 왼발 중거리슛을 적중시킨 것이다.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공을 전북 골키퍼 권순태로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다.

이로써 4연패의 늪에 빠졌던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가장 어려워 보였던 챔피언 전북과의 원정 경기에서 기적과도 같은 승점 1점을 따내는 쾌거를 올렸다. 선두 성남 FC를 따라잡기 위해 야심차게 홈팬들 앞에 섰던 전북의 야망은 16일에 열리는 성남 FC와의 홈 경기 맞대결에서 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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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결과(13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

★ 전북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이동국(83분,도움-이종호) / 송시우(90+1분,도움-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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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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