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예술상' 옹알스, 코미디 한류 주도!  코미디언팀 옹알스(채경선, 조수원, 최기섭, 조준우)가 29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옹알스는 코미디 한류를 주도하고, 코미디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확장하는데 기여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을 수상했다.

▲ '대중문화예술상' 옹알스, 코미디 한류 주도! 코미디언팀 옹알스(채경선, 조수원, 최기섭, 조준우)가 지난 2015년 10월 29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옹알스는 코미디 한류를 주도하고, 코미디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확장하는데 기여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을 수상했다. ⓒ 이정민


호주 멜버른에는 지금 웃음이 가득하다. 올해로 어느새 30주년을 맞은 멜버른국제코미디 페스티벌(Melbourne International Comedy Festival)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멜버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아트센터(Art Centre)를 비롯해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 멜버른 시청(Melbourne Town Hall), 그리고 맥스 왓츠(Max Watts) 클럽 등에서 진행되는 코미디 페스티벌은 세계 각국에서 온 코미디언들이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 쇼를 벌이며 풍성한 웃음과 해학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지난 2014년부터 3년 연속 초청을 받아 공연하는 '한국 국가대표 코미디 그룹' 옹알스가 함께하고 있다.

영어 안 통하면 몸으로 웃긴다

옹알스 멜번 중심가 페더레이션 스퀘어에서 포즈를 취한 옹알스

▲ 옹알스 멜번 중심가 페더레이션 스퀘어에서 포즈를 취한 옹알스 ⓒ 스텔라김

옹알스는 KBS 공채 출신인 조준우, 조수원, 채경선과 SBS 공채로 코미디를 시작한 최기섭  등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최근 한국 예능프로인 <나 혼자 산다>에서 개그맨 김영철과 만나는 장면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사실 한국에서의 인지도보다는 오히려 외국인 그리고 재외동포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코미디 그룹이다.

2010년 영국에서 개최된 에든버러 코미디 페스티벌 프린지에 참가해서 별점 다섯 개(최고 평점)를 받으며 자신감을 느끼게 된 이들은 이후 세계 각 곳의 코미디 페스티벌에 '국가 대표'로 참가를 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언어가 다른 곳에서 세계 공용어라는 영어로 간단한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조차 힘든데 코미디를 한다?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공연을 3년 전부터 봐 온 멜버른의 한인 동포들과 현지인들은 그런 게 기우일 뿐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2014년 이들이 처음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왔을 때, 인터뷰했던 내 첫 질문 역시 그런 내용이었다. "영어를 원래 했나요? 자기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외국에서 열리는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된 거죠?"라고 물었다.

"잠시 후에 공연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말을 안 해요."

활짝, 또는 약간 멋쩍은 웃음을 띠며 그들은 그렇게 대답을 했다.

다른 일반인들과 비교해서도 다소 덩치가 커 보이고 약간은 우락부락할 수도 있는 '상남자' 외모를 가진 그들은 인터뷰하는 사이사이에 분장을 시작했다. 베이비 파우더를 이용해 콧물을 만들고 지나치게 귀여운 아기용 옷을 입고, 머리를 위로 치켜 묶거나 베이비모자로 치장을 하는 식이다.

차례가 되어 아주 기본적인 장난감을 갖고 무대로 오른 그들은 말 대신 바블링(Babbling :  옹알이)으로 차츰 관중들의 시선을 모았고, 연이어 적당한 몸 개그와 고난도의 저글링까지 이어가며 수백 명 관중에게서 웃음을 끌어냈다.

사실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 : 과도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장르)에 크게 웃지 못하는 나까지 크게 웃게 한 이들의 동작 하나하나는, 그 웃음 뒤에 아이의 천진함을 통해 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해학마저 선사한다.

그렇게 호응을 얻은 이들은 이제 멜버른 길거리에서 알아봐 주는 호주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만큼 비중 있는 코미디 그룹이 되었다.

"더 많이 알려진 멜버른에 와서 반갑겠다"고 인사를 했더니 "한국에 갔다가 돌아온 것"이라며 "너무 오래 나가 있었죠"라고 재치 있게 화답한다.

"한류 코미디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요,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외국 공연을 나올 때 태극기 마크가 들어가 있는 티셔츠를 입고 다닙니다. 작은 행동 하나도, 한국인의 긍지를 갖고 조심스럽게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비록 한국에서는 그 경력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 외롭고 씁쓸할 때도 있지만 "외국 공연을 하며 자연스럽게 '애국자'가 되어 가더라"며 웃는 그들.

한국 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에 도피성 탈출구를 마련했던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 코미디언들이 자기들만의 독특한 코미디로 참가하는데, 한국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나" 싶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꾸준한 노력이 이제는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 기간 내 최고 코미디 그룹으로 대접받는 경지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김영철의 제2의 전성기? 그리고 다시 도전

개그맨 김영철  멜버른국제코미디 페스티벌에 초청된 개그맨 김영철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개그맨 김영철 멜버른국제코미디 페스티벌에 초청된 개그맨 김영철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스텔라김


특히 올해에는 한국에서 제2의 전성기라며 큰 인기몰이를 다시 하는 개그맨 김영철도 한 코너를 맡아 참가했다. 옹알스가 이미 공연을 하는 도중이었던 지난 9일, 멜버른에 도착한 김영철은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칠 만큼 수준급의 영어를 구사하는 개그맨이다. 유학한 적도 없고, 외국에 살아 본 경험은 더더욱 없는 김영철 씨는 오로지 독하게 마음먹고 학원에 다니며 스스로 영어를 터득했다.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바로 멜버른 시내에 있는 페더레이션 스퀘어 무대로 나와 리허설을 끝낸 김영철 씨를 옹알스와 함께 만났다. '영철 선배'를 깍듯이 대하는 옹알스와 함께 시원한 음료를 나누며 "정확하게는 지금 이 상태에서 옹알스가 김영철 씨의 선배인데 기분이 어떤지"고 물었다.

"맞아요. 한국에서는 KBS 공채 직속후배인데, 여기서는 (옹알스가) 대선배죠.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있어요."

그러면서 김영철은 "막 도착한 이 멜버른에서 옹알스가 이렇게 든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음료수 한 모금을 마시고는 금세 "그런데 자꾸 이거 조심해라, 저거는 안 될 거다, 겁을 주니까…. 이제 슬슬 짜증도 나고~"라며 좌중에 웃음을 준다. 역시 개그맨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개그맨이 되고 싶어 영어를 시작했고, 영어를 배운 지 10년이 되면 꼭 캐나다 몬트리올의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해 영어로 웃음을 정복하리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달려온 사람.

"물론 스스로 약속한 10년이 지나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그러나 나 자신과 한 약속이니 조금 늦추면 된다고 위로하며 계속 알아보던 중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김영철 씨는 먼저 진출한 옹알스를 찾아 조언을 구했고, 자신의 이력을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 측에 전달, 우선 올해 한 회의 공연을 시작해 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코미디 재능을) 타고 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 보면 참 경이롭고 부럽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정말 피나게 연습을 하고 성실하게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그걸 숨기려 하지도 않아요. 개그맨이 공무원처럼 성실하다는 게 득이 되는지 실이 될지 그건 모르겠지만, 그저 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번 공연 준비도 열심히 했다. 6분간 무대에 서서 오로지 영어로 관객들을 웃겨야 한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 중 하나인 '엄마'를 소재로 내용을 만들었고, "올해는 일단 시도해 보자는 생각이지만 긴장이 되는 건 숨길 수 없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리고 맥스 왓츠 클럽을 가득 채운 수많은 외국인을 그는 보란 듯 웃겨줬다.

"웃음 포인트가 많이 다르네요. 기대했던 것에서는 반응이 덜 하고 엉뚱한데 서 많이 웃어주고…. 이러면서 배우는 거죠."

공연이 끝난 뒤 그는 그렇게 소감을 말했다. 후에 자신의 캐릭터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미국 시트콤에 출연해 '영어로 웃기는 한국인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김영철의 '천천히 가는 도전'이 아름답게 보였다.

김영철은 한국에서의 일정에 쫓겨 멜버른의 하루 공연을 마치고 바로 귀국길에 올랐고,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 마지막 날까지 거의 하루 두세 차례 공연해야 하는 옹알스는 바로 시드니로 날아가 시드니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특별 초청 공연을 한다.

누군가는 두려워하는, 또 누군가는 계산기를 두드려 시도하지 않는 일에 '한국인의 자존심'까지 부여하며 묵묵히 최선, 그 이상을 하는 사람들. 웃음을 주러 온 그들에게서 가슴 뭉클하게 눈물이 핑 돌았던 이유는 우리 사는 것이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한 발 떨어져 보면 코미디이기 때문이었을까?

"또 한국에 가 있다가 다시 돌아올게요."

유쾌한 웃음으로 인사를 한 옹알스와 김영철은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얻은 가장 커다란 선물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멜번저널>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멜번국제코미디페스티벌 옹알스 김영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