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한국 축구의 여정이 결정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세계랭킹 56위 한국은 12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추첨에서 이란(42위), 우즈베키스탄(66위), 중국(81위), 카타르(83위), 시리아(110위)와 A조로 묶였다.

B조에는 호주(50위), 일본(57위), 사우디아라비아(60위), 아랍에미리트(68위), 이라크(105위), 태국(119위)이 경쟁한다. 아시아 최종예선은 오는 9월 1일부터 시작되며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각 조 3위를 차지한 2개 팀은 플레이오프를 치러 승리한 팀이 북중미 예선 4위 팀과 마지막 본선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은 '아시아의 유럽'으로 불리는 호주, '숙명의 라이벌' 일본,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피하면서 비교적 무난한 조 편성을 받았다는 평가다. 2015년 아시안컵 4강 진출국을 놓고 봐도 A조는 한국밖에 없는 반면에 B조는 호주, 아랍에미리트, 이라크가 몰렸다.

'천적' 이란 또 만났다... 4년 전 패배 설욕할까

한국이 러시아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최대 관문은 이란이다. 한국은 이란과의 역대 전적에서 9승 7무 12패로 열세다. 최근 10년간으로 좁히면 1승 4무 5패로 더욱 밀릴 정도로 이란은 한국의 '천적'이다.

이란은 아시아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데다가 홈 관중의 광적인 열기를 견뎌야 하는 테헤란 원정은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1996년 아시안컵에서 이란에 농락당했던 2-6 참패는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흑역사'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란과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3회 연속 격돌하게 됐을 정도로 질긴 인연을 과시하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은 테헤란 원정에서 박지성의 골로 무승부를 거두며 이란의 본선 진출을 좌절시켰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서는 홈과 원정에서 모두 패하고 말았다.

이란은 앞서 2차 예선에서도 6승 2무로 무패 행진을 질주하며 가뿐하게 통과했다. 15골 1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공수의 완벽한 균형을 과시했고, 5골을 터뜨린 간판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은 경계대상 1호다.

일단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최소한 조 2위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현실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우선이지만, 설욕하는 입장인 한국으로서는 조 1위를 놓고 벌일 이란과의 자존심 대결도 포기할 수 없다. 이란과는 먼저 10월 11일 원정 경기를 치르고, 내년 8월 31일 홈으로 불러들인다.

최소 조 2위 확보해야... 영리한 전략 필요

앞서 말했듯 이란과의 맞대결보다 중요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와의 대결에서 승점 3점씩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그래야 이란과의 경기에서도 화력을 집중할 수 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역대 전적에서 9승 3무 1패로 압도적인 우세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차례나 맞붙을 때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의 '승점 자판기'였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불과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에 조 1위를 빼앗긴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골득실 차로 겨우 따돌렸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서 2차 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은 북한과의 첫 경기를 2-4로 패하자 자국 최고의 축구 영웅 미르자랄 카시모프 감독을 해임할 정도로 월드컵 본선행을 벼르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도 17승 12무 1패로 우세를 보여주고 있다. '공한증'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한국은 중국이 피하고 싶은 상대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로 클럽 축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황사 머니'의 위력을 국가대표팀에서도 발휘한다면 중국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카타르나 시리아는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대다.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 무대에서 오랫동안 지도자로 경험을 쌓은 데다가 남태희, 한국영 등이 현재 카타르에서 활약하고 있어 전력을 파악하기 쉽다. 시리아는 불안한 국내 정세로 축구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다. 다만 선수들의 체격 조건이 뛰어난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대기록을 세울 정도로 '월드컵 단골'이다. 하지만 호주가 새롭게 가세하고, 전력 평준화도 가속화되면서 대회를 거듭할수록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당연히 여기는 것은 옛말이 되고 있다. 최종예선이 끝나는 내년 9월까지 슈틸리케호가 어떤 여정을 기록할지 주목된다.

▲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편성

A조 : 이란(42위), 한국(56위), 우즈베키스탄(66위), 중국(81위), 카타르(83위), 시리아(110위)
B조 : 호주(50위), 일본(57위), 사우디아라비아(60위), 아랍에미리트(68위), 이라크(105위), 태국(119위)

▲ 한국 최종예선 일정

2016년 9월 1일 - 한국 vs 중국 (홈)
2016년 9월 6일 - 한국 vs 시리아 (원정)
2016년 10월 6일 - 한국 vs 카타르 (홈)
2016년 10월 11일 - 한국 vs 이란 (원정)
2016년 11월 15일 - 한국 vs 우즈벡 (홈)
2017년 3월 23일 - 한국 vs 중국 (원정)
2017년 3월 28일 - 한국 vs 시리아 (홈)
2017년 6월 13일 - 한국 vs 카타르 (원정)
2017년 8월 31일 - 한국 vs 이란 (홈)
2017년 9월 5일 - 한국 vs 우즈벡 (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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