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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판세 분석 결과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월 4일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
"유선만 가지고 한 여론조사로는 우리(야당)가 손해를 보고 있다."(4월 4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상황실장)

4.13 총선을 앞두고 정당과 여론조사기관의 판세 분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기존 언론사 여론조사에선 야권 분열에 힘입어 여당이 우세한 거로 나타났지만, 각 정당 자체 조사에선 그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언론사 여론조사는 '여당 우세', 정당 자체 조사는 '접전'

선거 여론조사가 실제 투표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는 건 아니다. 특히 국회의원 총선거는 대통령선거와 달리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동시에 치러지고 투표율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정확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득표율 차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당선자가 어긋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날 때마다 여론조사 무용론이 등장하지만, 다음 선거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여론조사 결과에 다시 귀를 기울인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12년 5월에 열린 '19대 총선 여론조사의 한계 및 가능성' 세미나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이 집전화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평일 조사의 경우 직장인층이 체계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선이나 광역단위의 선거에선 RDD(무작위 번호 선정) 전화조사+휴대폰 조사가 가장 정확하지만 총선에선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선거 여론조사 왜 안 맞냐면...전문가들의 '진단')

평일 낮 집전화 응답자는 노년층이나 무직자, 주부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젊은층과 직장인이 배제되기 쉽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업체마다 조사 방식에 따라 지역별, 연령대별 가중치를 둬 결과를 보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여론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집전화만 조사했더니 여당 우세, 휴대전화 같이 하니 '역전'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는 8일~9일 양일간 사전투표소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면 신분증을 가지고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으며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 사전투표 현장 '민주주의 꽃은 선거입니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는 8일~9일 양일간 사전투표소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면 신분증을 가지고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으며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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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2012년 4월 11일 치러진 19대 총선 당시에도 '집전화 RDD' 방식으로 조사했을 때 상대적으로 여당에 더 유리한 결과가 나왔고, 집전화 RDD와 '휴대전화 패널' 방식을 결합했을 때 실제 투표 결과에 더 가까웠다.

서울 영등포갑의 경우 지상파 방송 3사에서 4월 초 실시한 '집전화 RDD' 방식 여론조사에선 박선규 새누리당 후보(35.1%)가 김영주 민주통합당 후보(30.3%)를 오차범위에서 앞섰지만, 비슷한 시기 집전화 RDD와 휴대전화 패널을 결합한 <중앙일보> 조사에선 거꾸로 김영주 후보(42.6%)가 박선규 후보(32.8%)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실제 개표 결과 김 후보(52.9%)가 박 후보(45.7%)를 누르고 당선했다.

3월 초에 진행된 서울 종로구 여론조사에서도 '집전화 RDD' 방식으로만 진행한 <한겨레> 조사에선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43.0%)가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32.3%)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집전화 RDD+휴대전화 패널' 방식으로 진행한 <동아일보> 조사에선 정세균 후보(31.8%)가 홍사덕 후보(24.3%)를 앞섰다. 실제 개표 결과 역시 정세균 후보(52.3%)가 홍 후보(45.9%)를 누르고 당선했다.

결국 휴대전화를 배제하고 집전화 RDD 방식으로만 조사했을 때 여당 후보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업체들은 휴대전화 패널 외에 '유·무선 RDD'와 '스마트폰 앱 패널'까지 추가해 정확도를 높였다.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맞붙은 서울시장 선거에선 '유무선 RDD' 방식을 활용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가 우세하다고 나왔지만, '유선 RDD'로만 진행한 리서치뷰 조사에서 정 후보가 박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는 56% 대 43%로 박원순 후보의 승리였다.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가 오거돈 무소속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긴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유무선 RDD'를 동시에 활용한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반면, 가장 전통적인 KT 유선전화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집전화 ARS 조사' 방식을 쓴 케이에스리서치(일요서울)와 리서치한국 조사에선 유독 서 후보가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MBN) 조사에서도 그해 5월 17일 유선전화 RDD만 활용했을 때는 서 후보가 15%포인트나 앞섰지만 열흘 뒤 '유선 RDD'에 무선전화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했더니 두 후보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 결과 비교. 노란 테두리는 '유선전화 RDD'나  KT 유선전화 데이터베이스만 활용해 조사한 결과. (자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 결과 비교. 노란 테두리는 '유선전화 RDD'나 KT 유선전화 데이터베이스만 활용해 조사한 결과. (자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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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선 RDD-안심번호가 대안... 총선에선 활용 못해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과거에는 정치적 불이익을 우려해 여당에 우호적으로 응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런 일은 거의 사라졌다"면서도 "평일 낮 시간대 집전화만 활용한 전화면접 조사는 외부 활동이 많은 직장인을 배제해 보수 성향 유권자가 과다 표집되고 진보 성향이 과소 표집되는 경향이 있다, 집전화 ARS(전화자동응답장치) 조사가 가장 심하다"고 밝혔다.

그래도 유·무선 RDD 조사 방식이 실제 여론에 가깝지만 무선전화는 지역 구분이 어려워 대선이나 광역단체장 선거 같은 광역 단위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휴대폰 안심번호를 활용하면 응답자 지역 구분이 가능하지만 현행법상 여론조사업체에선 활용할 수 없다. 앞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자체 조사 결과가 언론사 조사 결과와 달랐던 것도 각 정당에선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휴대폰 안심번호를 활용해 유·무선 동시 조사가  가능한 반면 언론사에서 의뢰한 여론조사업체는 집전화 조사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윤 센터장은 "현재 선거법상 선거일 6일을 앞두고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돼 시시각각 변하는 유권자의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휴대전화 안심번호 활용을 허용하는 등 선거 여론조사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야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집전화 조사'에 주로 의존하는 총선 여론조사 결과가 여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유·무선 RDD'나 '휴대폰 안심번호' 등을 활용해 휴대전화 표본을 충분히 확보할 경우 이 같은 문제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마이팩트>는 '총선 여론조사가 여당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대체로 진실'이라고 판정했다.


태그:#여론조사, #4.13총선, #집전화, #휴대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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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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