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렸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개막전은 많은 한국 팬들이 기대를 걸었던 경기였다. 오리올스는 FA로 이적한 김현수의 소속 팀이었고, 트윈스는 포스팅 시스템으로 이적한 박병호의 소속 팀이었기 때문에 한국인 선수들의 맞대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스프링 캠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이런 기대가 컸다. 실제로 같은 날 텍사스 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렸던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개막전에서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주전 우익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고,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는 경기 후반에 대타로 출전했다.

그러나 미국 동부에서는 한국인 선수 두 명이 모두 출전하지는 못했다. 박병호는 3타수 1안타 1사구 1득점으로 정규 시즌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김현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타석에 서 보지 못하고 벤치를 지켜야 했다.

벤치에서 맞이한 김현수의 개막전, 홈 관중들에게 받은 야유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예상된 일이기는 했다.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17경기 밖에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나마 초반에만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었을 뿐 시범경기 중반에는 점차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고, 후반에는 아예 벤치에만 머무르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그 17경기에서 김현수는 타율 0.178(45타수 8안타) 2타점 3득점에 그쳤다. 시범경기 초반 무안타가 이어지면서 점차 신뢰를 잃었고, 이후 꾸준한 출전 기회를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 올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리고 피터 앙헬로스 구단주와 댄 듀켓 단장 겸 부사장, 그리고 벅 쇼월터 감독으로부터 김현수는 마이너리그에 다녀올 것을 제안 받았다. 하지만 김현수는 계약 조항에 삽입되어 있던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사용하면서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리올스의 홈에서 열린 이날 개막전에서는 자연스레 홈 팀의 선수들 이름이 하나 하나 호명되면서 선수들이 팬들과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다. 경기 전 개막식에서 김현수의 이름이 불렸을 때, 김현수에게 돌아왔던 것은 홈 관중들의 야유였다.

반면, 클럽하우스에서 김현수의 바로 옆 라커를 쓰는 조이 리카드는 엄청난 홈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룰5 드래프트 규정에 의해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보장 받은 리카드는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을 통해 주전 자리를 얻었다.

기회 준다 밝힌 쇼월터, 진심 혹은 언론 플레이?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28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겪어 보지 못한 일들이 많았으며, 코치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수들 모두 김현수를 이끌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쇼월터는 이어서 김현수가 팀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으며 위축되지 않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듀켓은 김현수의 출전 여부를 쇼월터에게 넘겼고, 쇼월터는 어떠한 방법이든 김현수에게 기회는 갈 것임을 암시했다. 일단 선수와의 계약을 이행해야 하기에 쇼월터는 어떻게든 김현수를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쇼월터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와 한 팀에 있었던 감독이기도 하다. 당시 박찬호는 허리 부상으로 인하여 2003년에는 시즌을 중도 마감해야 했고, 2004년에도 후반기에나 복귀할 수 있었다.

물론 쇼월터는 박찬호를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지는 않았다. 당시 투수코치였던 오렐 허샤이저 등이 박찬호를 보조했으며, 일단 다른 선발투수들처럼 로테이션 간격을 지켜줬다.

그런데 박찬호는 2005년 전반기에 유독 조기 강판된 경기가 많았다. 물론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이닝 8실점이라는 악몽의 경기도 있었지만, 일부 경기에서 충분히 더 던지면서 불펜의 과부하를 덜어줄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 경기에서 박찬호는 조기 강판이 되기도 했다.

박찬호는 2005년 후반기 등판에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7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하며 마이크 무시나(은퇴)와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보였다.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은 역전승을 거뒀던 경기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이 해에도 시즌 첫 승을 거뒀던 경기를 제외하면 에인절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등 특정 팀들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 때문에 결국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되었다. 당초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던 박찬호였지만, 당시 에이전트였던 스캇 보라스와의 통화 끝에 거부권을 철회했던 바 있다.

쇼월터는 2014년 초반에도 윤석민이 계약 첫 해에 한하여 발효되었던 마이너리그 옵션이 실행되었을 때, 시즌 초반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면 불러올리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윤석민은 잔부상 등이 겹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하지만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쇼월터는 확장 로스터 시기에도 그를 부르지 않았다.

쇼월터가 개막전에서 말한대로 김현수에게 기회가 오기 위해서는 우선 다치지 않고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때를 기다리다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치밀해야 한다.

경쟁자 리카드는 개막전에서도 4타수 2안타로 강한 인상을 남겼기에 일단 경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냉정하게 당장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우선으로 출전시키는 비즈니스의 세계임을 체험한 김현수가 그 시스템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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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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