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계약을 극복하고 개막 로스터에 합류한 시애틀 이대호가 감격스런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렀다. 이대호는 5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텍사스와의 개막전에서 7회초 대타로 출장해 MLB 데뷔 타석을 소화했다. 비록 원 아웃 1·2루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대호는 개막전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사실 이대호의 개막전 출장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스캇 서비스 감독이 개막전에서 이대호 대신 애덤 린드를 선발 1루수로 선택했고, 이대호는 6일 텍사스전에 선발 출장시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비스 감독은 개막전 최대 승부처에서 이대호를 대타로 기용하며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대호의 첫 타석 삼진아웃은 분명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시애틀 타선이 9이닝 동안 단 4안타에 그친 점, 그리고 이대호의 1루 경쟁자인 애덤 린드가 개막전에서 4타수 무안타 삼진 3개를 당한 점을 감안하면 이대호에게는 딱히 나쁠 것이 없는 데뷔 무대였다. 그리고 이제 이대호는 6일 텍사스전에 선발 출장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할 기회를 잡게 됐다.

텍사스는 6일 선발투수로 좌완 마틴 페레스를 예고했다. 페레스는 2012년 MLB에 데뷔한 5년차 투수다. 페레스는 MLB 통산 54경기 중 48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8승 19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하고 있다. 2013시즌에는 10승 달성과 함께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며 잠재력과 가능성을 뽐냈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최근 두 시즌 동안에는 합계 7승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페레스는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인상적인 피칭을 펼치지 못했다. 페레스는 시범경기 3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해 13.1이닝 동안 9실점(8자책점)을 허용하며 1승 1패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특히 페레스는 시범경기에서 우타자에게 매우 약한 면모를 보였다. 페레즈는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25,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는 피안타율 0.447,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하며 극도로 대비되는 피칭을 펼쳤다.

사실 우타자에 약한 페레즈의 면모는 이번 시범경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페레스는 MLB 데뷔 시즌인 2012시즌 우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324, 평균자책점 5.55를 기록했다. 지난 2015시즌에는 우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304,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했다. MLB 첫 선발 출장에 나서는 이대호에게는 안성맞춤 상대인 것이다.

 시애틀 주전 1루수 린드

시애틀 주전 1루수 린드 ⓒ MLB.com


만약 이대호가 페레스를 상대로 맹타를 휘두른다면, 그의 입지는 보다 넓어질 수 있다. 주전 1루수 린드가 텍사스 선발 좌완 콜 해멀스를 상대로 3타수 무안타(삼진아웃 2개)에 그치는 등 개막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첫 선발 출장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개막전에서 부진했던 린드의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쫓기는 입장에 있는 선수는 이대호가 아닌 린드이기 때문이다.

이대호에게 2015시즌 강정호(피츠버그)의 MLB 연착륙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강정호는 2015시즌 MLB 개막전에서 결장했다. 그리고 피츠버그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대타로 한 타석만을, 세 번째 경기에서는 대수비로 출장했다. 강정호가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경기는 개막 이후 다섯 번째 경기였다.

강정호는 시즌 초반만하더라도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의 백업이자 내야 유틸리티 선수에 불과했다. 백업 선수인 강정호에게 좀처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강정호는 머서의 부상을 틈타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강정호가 MLB 무대에 적응해 나가자, 피츠버그 허들 감독은 머서와 강정호를 동등한 위치에서 보기 시작했다. 기회를 잡은 강정호는 어느 새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내야 멀티 백업요원에 불과했던 강정호의 첫 입지는 플래툰 상황에 있는 이대호보다 불안정했다. 그러나 강정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MLB에 연착륙했다. 린드와 함께 플래툰으로 나설 이대호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좌투수를 확실히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대호가 좌투수를 상대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면 우투수를 상대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한국(KBO)와 일본(NPB)을 거쳐 MLB에 진출한 이대호. 이제 그는 MLB 첫 선발 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MLB에서 그의 현재 신분은 플래툰 1루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5시즌 강정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해나간다면 이대호의 입지는 시즌 중에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우타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온 페레즈에게 매운 맛을 보여주는 게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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