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는 단연 구자철이다. 올해로 벌써 프로 경력만 10년차, 유럽 진출 6년차에 접어든 구자철은 올 시즌 가히 자신의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는 구자철은 올 시즌 벌써 8골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기록한 7골을 넘어서는 자신의 프로 경력 한 시즌 최다골이다.

독일 분데스리가가 이제 5경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구자철은 남은 경기에서 2골만 더 추가하면 자신의 프로 통산 처음이자, 역대 한국인 분데스리가 선수로는 차범근-손흥민에 이어 세 번째로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세우게 된다.

두 자릿수 득점에 도전하는 구자철

역대 한국축구사를 돌아봐도 한국인 유럽파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총 6명에 불과하다. 차범근(1979~1986 독일), 설기현(2000/2001, 2002/2003 벨기에), 박지성(2004/2005 네덜란드), 박주영(2010/2011 프랑스), 손흥민(2012~2015 독일), 석현준(2014~2016 포르투갈) 등이다. 이 중 구자철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임에도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례적인 케이스다.

2007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프로 경력을 시작한 구자철은 당시만 해도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K리그에서는 4년간 70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구자철의 K리그 최고시즌은 2010년으로 당시 정규리그에서만 5골 12도움을 올리며 K리그 중위권 팀이었던 제주를 준우승으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

구자철의 축구인생에 전환점이 된 것은 2011년 아시안컵이었다. 당시 정통 스트라이커 부재로 어려움을 겪던 대표팀은 미드필더인 구자철을 처진 공격수로 기용하는 깜짝 용병술로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뒀다. 구자철은 그해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맹활약했고 이때부터 A대표팀에서 부동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무대의 눈도장을 받은 구자철은 독일과 스위스 등의 러브콜을 받았고, 고민 끝에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며 유럽파의 반열에 올라섰다.

구자철은 독일무대 진출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이적 첫해 리그 10경기에 출장했으나 무득점에 그쳤다. 구단 관게자와 현지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1·2012 시즌 후반기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임대 이적으로 시작된 아우크스부르크와의 인연은 구자철의 축구인생에서 또다른 신의 한 수가 됐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첫 해이던 2011·2012시즌 후반기에 합류했음에도 15경기에서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듬해도 임대 연장에 합의하여 강등 1순위이던 아우크스부르크를 2시즌 연속 1부리그에 잔류시킨 일등공신이 됐다.

구자철의 성공사례가 있었기에 이후 아우크스부르크에 지동원, 홍정호의 가세로 한류 바람이 이어질 수 있었다. 구자철도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 경기 감각과 자신감을 되찾았고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여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축구인생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구자철, 아우크스부르크 강등 위기에서 구할까

구자철은 이후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했고 마인츠를 거쳐 2015·2016시즌부터 정식 이적을 통하여 아우크스부르크에 복귀했다. 마인츠에서 42경기 통산 8골을 기록했던 구자철은  복귀 첫해 23경기 만에 벌써 마인츠 시절의 기록을 달성하며 역시 아우크스부르크와 궁합이 가장 잘맞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3월 6일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는 자신의 프로 통산 첫 헤트트릭까지 기록하는 등 물오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 여러 포지션을 전전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볼프스부르크-마인츠 시절과 달리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부동의 주전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있는 데다 지동원-홍정호 등 오랜 친분을 이어온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구자철의 활약에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 들어 한국인 유럽파들이 소속팀에서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자철의 꾸준함은 더 돋보인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도르트문트),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김진수(호펜하임), 윤석영(찰튼) 등 많은 유럽파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 애를 먹으며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손흥민(토트넘)도 프리미어리그(EPL) 진출 이후 활약이 주춤하다. 구자철은 기성용(스완지시티)-석현준(포르투) 등과 함께 그나마 유럽파 중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며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주전 자원으로 중용되고 있다.

구자철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주장을 맡으며 기대를 모았으나 실망스러운 활약을 보였고 팀 역시 조별리그에서 초라하게 탈락했다. 당시 구자철은 심리적 압박감이 컸음을 고백한 바 있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에는 주장 완장을 절친 기성용에게 넘기고 팀의 일원으로 백의종군하면서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 안정된 것이 경기력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아쉬운 부분은 구자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정작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가 강등권에 처져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위에 오르며 유로파리그까지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던 아우크스부르크는 올 시즌 승점 27점으로 16위(6승9무 13패)에 머물고 있어서 또 한번 강등의 위기에 놓여있다.

13위 다름슈타트(승점 29점)을 비롯하여 호펜하임-베르더 브레멘(승점 28점)과의 크지 않아 이제부터는 매 순간이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두 번이나 강등전쟁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있는 구자철의 리더십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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