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도전하는 시리아 난민 수영 선수 유스라 마르디니의 사연을 소개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도전하는 시리아 난민 수영 선수 유스라 마르디니의 사연을 소개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 가디언


살기 위해 바다를 헤엄쳐 건넌 시리아 난민 소녀가 올림픽 수영에 도전한다.

영국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열심히 물살을 가르며 오는 8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18세 시리아 소녀 유스라 마르디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마르디니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출신의 수영 유망주이자 체육 교사가 되고 싶었던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중동을 덮친 시리아 내전은 마르디니의 꿈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은 불가능했고, 수영장마저 파괴됐다. 마르디니는 "폭탄을 맞아 수영장 천장에 큰 구멍이 생겼다"라며 "뚫린 구멍으로 하늘이 보였다"라고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꿈이 아닌, 살기 위해 헤엄친 난민 소녀

수영은커녕 목숨조차 위태로웠던 마르디니는 지난해 8월 언니와 함께 난민이 되어 유럽으로 향했다. 다른 난민들과 함께 레바논을 거쳐 터키에 도착한 마르디니는 배를 타고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첫 시도는 터키 해안경비대의 단속에 걸려 실패했고, 얼마 후 20여 명의 난민과 함께 작은 고무보트에 올라타 다시 바다로 나갔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많은 사람이 탔고, 강풍까지 불면서 배가 뒤집히려고 했다.

결국 수영을 잘하는 마르디니를 포함해 3명이 바다로 뛰어들었고, 무려 3시간 30분 동안 목숨을 걸고 헤엄쳐 겨우 그리스의 레스보섬에 도착했다. 그리스에서 다시 여러 나라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독일에 도착하면서 마르디니는 새로운 삶을 얻었다.

에게해를 건넌 이후 바다는 쳐다보기조차 싫어졌지만, 수영을 향한 마르디니의 꿈은 꺾을 수 없었다. 유엔에서 인정하는 난민 자격을 획득하며 삶의 안정을 되찾은 마르디니는 가족과 함께 정착한 독일에서 다시 수영 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기쁜 소식까지 날아들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난민을 모아 '난민 대표단'(Refugee Olympic Athletes)을 만들어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난민들을 바라보며 전 세계가 큰 감동을 얻었다"라며 "(난민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통해) 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새 고향에서 되찾은 수영 선수의 꿈

IOC는 현재 난민 대표단의 후보 선수로 훈련 중인 43명 가운데 난민 자격 획득 여부와 자기 종목의 경기 성적 등을 기준으로 최종 5~1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난민 대표단은 국기가 아닌 올림픽기를 사용하게 된다.

여자 자유형 200m 종목에 도전하는 마르디니도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에 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현재 올림픽 규격을 갖춘 독일의 선수용 수영장에서 2~3시간씩 하루 2차례 훈련하고 있다. 물론 학교 수업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마르디니 말고도 브라질의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유도 선수, 벨기에의 이란 출신 여성 태권도 선수 등이 난민 대표단에 발탁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종 명단은 늦어도 6월까지 결정된다.

마르디니의 훈련을 돕고 있는 수영 코치는 "많은 사람들이 마르디니를 삶의 본보기로 삼아도 좋을 것"이라며 "그녀는 아주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항상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마르디니는 "전 세계 수많은 난민들이 올림픽에 출전한 나를 보며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라며 "난민들이 서로 큰 힘이 되어주고, 용기 있게 살아가길 바란다"라며 어른스러운 각오를 밝혔다.

"물속에서는 내가 난민이건, 시리아인이건, 독일인이건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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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 유스라 마르디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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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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