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쿼터를 끝내고 맞이하는 12분간의 휴식시간. 누군가에게는 떨어진 체력 보충과 함께 전반전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서막이 될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떨어진 체력보충은 될지언정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전세를 내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

21일 전주에서 열린 2015~2016 KCC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전주KCC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에서는 고양 오리온이 전자, 전주KCC가 후자의 경우였다. 특히 고양 오리온의 포인트 가드 조 잭슨은 전반전 마인드 컨트롤 실패와 부진을 하프타임 12분 동안 잘 정비해 3쿼터 들어 KCC를 격침시켰다.

지난 1차전 팀은 패했지만 20득점을 집중시키면서 KCC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조 잭슨은 1차전 패배를 설욕하고자 2차전 초반부터 적극적인 플레이로 KCC전에 나섰다.

그러나 너무 의욕이 앞섰을까? 몇 차례의 공격이 실패하자 다소 짜증 섞인 모습을 보였다. 오리온 벤치에서 작전타임을 부른 뒤 벤치 앞에서 코칭스태프에게 굉장히 흥분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오리온 벤치와 팬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마인드 컨트롤 실패는 조 잭슨의 플레이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조 잭슨은 전반전 20분 동안 파울 2개를 기록했는데 이는 모두 스크린을 걸다 상대편을 넘어뜨려 받은 공격자 파울이었다. 잭슨이 흥분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을 파울이었다.

이렇게 팀의 야전사령관인 조 잭슨이 흔들리자 오리온도 흔들렸다. 1쿼터 KCC를 무섭게 몰아치면서 32-23으로 앞서간 오리온은 2쿼터 들어 KCC의 거센 반격을 이겨내지 못하며 결국 48-43, 추격을 허용한 채로 2쿼터를 마쳤다. 이때만 해도 3쿼터 양팀의 접전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프타임 12분 동안 흥분을 가라앉히고 전열을 재정비한 오리온은 3쿼터 시작과 함께 12점을 몰아치며 3분 만에 60-43으로 달아났다. 반면 KCC는 전반 막판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오리온의 거센 반격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반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KCC의 추격을 허용한 조 잭슨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2쿼터에 뺏겼던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성공한 오리온은 3쿼터 중반 조 잭슨의 연속 3점슛 3방으로 9점을 눈 깜짝할 사이에 집중시키면서 70-49, 21점 차로 달아났다.

다소 무리다 싶을 정도로 코트 밸런스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 던지는 조 잭슨의 3점슛이 잇따라 림을 관통하자 KCC의 선수들과 벤치는 할말을 잃었다. 사실상 조 잭슨의 세 번째 3점슛이 터지는 순간, 게임은 그걸로 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이후 KCC는 고졸루키 송교창을 앞세워 간간히 추격에 나섰지만 오리온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조 잭슨은 4쿼터 중반 KCC 김태홍을 앞에 두고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작렬시키면서 추격을 위한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던 KCC의 숨통을 아예 끊어버렸다.  

결국 99-71로 28점차의 대승을 거둔 오리온은 지난 2003년 3월 9일 이후 약 12년만의 챔피언전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게 홈코트인 고양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KCC는 공격의 핵심인 에밋이 오리온의 집중 견제에 힘을 못쓰면서 14점에 그쳤고 3쿼터에만 턴오버 8개를 기록하면서 결과적으로 하프타임 휴식이 독이되고 말았다.

원정에서 1승1패를 거두며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를 거둔 오리온과 2차전 대패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이 필요한 KCC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2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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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blog.naver.com/kti030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농구 KBL KCC 오리온 조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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