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즌4로 돌아온 넷플릭스의 간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최근 시즌4로 돌아온 넷플릭스의 간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 넷플릭스


'미풍'과 '찻잔 속의 태풍'.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언론의 평가를 갈무리하자면 대략 이 정도다. 지난 1월 7일 국내에 상륙해 이제 막 서비스 두 달을 넘긴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이자 OTT(Over The Top)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목하 고전 중이다. 콘텐츠량의 절대 부족, 국내 사업자들의 맹렬한 저항과 약진, '미드' 마니아층 외의 실질적인 홍보 부족 등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29일,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은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과 국내 OTT 산업 현황'을 내놨다. 닐슨은 "넷플릭스가 많은 기대요인에도 불구하고 초기 성장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며 "모바일 안드로이드 기반 실측 자료에 따르면 실제 이용자(Active User)는 주간 5만~6만 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질 가입자 수나 방문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현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가 아닐 수 없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내에 상륙한 '미디어 공룡'의 출발치고는 초기 성장 면에서 확실히 미비한 수치인 셈이다.

넷플릭스는 과연 찻잔 속의 태풍일까

SK브로드밴드, 모바일 통합 플랫폼 '옥수수' 오픈 SK브로드밴드는 B tv 모바일과 호핀(Hoppin)으로 각각 제공되던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를 28일부터 통합 플랫폼 '옥수수'(oksuusu)를 오픈해 제공한다. 

지난 1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직원들이 '옥수수'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 SK브로드밴드, 모바일 통합 플랫폼 '옥수수' 오픈 SK브로드밴드는 B tv 모바일과 호핀(Hoppin)으로 각각 제공되던 모바일 미디어 서비스를 28일부터 통합 플랫폼 '옥수수'(oksuusu)를 오픈해 제공한다. 지난 1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직원들이 '옥수수'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넷플릭스 진출로부터 자극을 받은 국내 OTT 사업자들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국내 OTT 시장 주요 사업자 및 서비스는 지상파 연합플랫폼인 푹(pooq),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 현대HCN의 에브리온TV, 이동통신 3사의 모바일 연계 서비스인 올레TV 모바일, 옥수수(BTV모바일+호핀), U+HDTV 등을 꼽을 수 있다.

닐슨은 OTT 시장에 대해 "2015년 7월 OTT 서비스 가입자 수는 25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며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2600억 원 수준으로, 최근 3년간 평균 34%의 가파른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3040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국내 OTT 서비스들은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와의 연계, 가격 인하 혜택, 한시적 무료 서비스, 신규 플랫폼 개발 등으로 넷플릭스에 대항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기존 호핀과 Btv모바일을 결합한 옥수수(oksusu)를 지난 1월 론칭, 지상파와 종편을 아우르는 실시간 채널, 국내외 영화 콘텐츠 등을 저가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지난 8일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SK브로드밴드의 의욕은 주목할 만하다. SK브로드밴드는 기존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통해 콘텐츠 펀드를 조성할 계획으로, 올해 7월까지 3200억 원, 향후 4년간 총 5000억 원의 펀드 자금을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를 벤치마킹, 자체 제작한 VOD 콘텐츠를 기존 케이블과 IPTV 등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를 뛰어넘는 진일보한 드라마 콘텐츠를 통해 타깃 층의 까다로워진 수요를 만족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전 세계를 장악한 '미디어 공룡'이 한국에서 이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자체콘텐츠와 로컬화 전략으로 승부하는 미디어 공룡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개봉한 <와호장룡:운명의 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개봉한 <와호장룡:운명의 검>. ⓒ 넷플릭스


전세계 190여 개 국가, 7000만 명의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 잘 알려진 대로, 셋톱박스 없이 월정액(7.99∼11.99달러)만 결제하면 스마트TV를 비롯해 데스크톱과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인터넷이 가능한 모든 기기를 통해 스트리밍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결제 서비스별로 동시접속 가능한 ID도 여러 개 주어진다. 방대한 데이터와 정교한 알고리즘을 이용한 '맞춤 추천'은 넷플릭스의 전매특허가 된 지 오래다.  

가입 역시 편리한 넷플릭스는 이러한 강점들을 바탕으로 콘텐츠 자체 제작에 뛰어들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시즌4를 공개한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적이다.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를 통해 히어로물을 점령했고, 약 1080억을 쏟아부은 <마르코 폴로>는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위한 대작이다.

이미 '넷플릭스표' 다큐멘터리는 믿고 본다는 속설도 생겼다. 최근 <와호장룡2>를 넷플릭스로 개봉시킨 데 이어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옥자>에 제작비 5000만 달러 전액을 투자한다고 알려져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 전략은 이제 국가별 합작/투자 콘텐츠의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작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에서 <아틀리에>라는 드라마를 후지TV와 공동제작했다. 일본 TV 방영 제목은 <언더웨어>. 신입 속옷 디자이너의 성장을 그린 작품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연상시키는 여성 직업드라마로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연장 선상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도 자체 콘텐츠로 승부를 볼 것이란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없다.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미 국내 유명 작가가 넷플릭스와 계약했다는 업계 '뒷얘기'가 무성하다. 일본에 이어 한국 시장에 안착한 이후 '한류 붐'을 타고 자체 한국 드라마를 교두보 삼아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 시점이 언제이냐가 관건일 뿐이다. 글로벌시장을 주무르는 시장 지배력과 막대한 자본을 갖춘 넷플릭스는 단기 승부에 연연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한국시장의 초기 성과를 놓고 서비스를 접거나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로컬화 전략을 추구하며 다변화된 시청습관에 익숙해지고 있는 각국의 콘텐츠 소비자들을 매료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한국시장에서는 또 다른 차별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바로 '콘텐츠 수급'의 차별화다.

갈 길 바쁜 넷플릭스, 한국 인디·독립영화로 다변화를 

 넷플릭스의 간판 드라마인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넷플릭스의 간판 드라마인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 넷플릭스


지난달 29일,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들썩였다. 발단은 <전자신문>이 넷플릭스와 관련해 내놓은 '영등위 심사인력 태부족... 넷플릭스 콘텐츠 배급 차일피일'(☞바로 가기)이란 기사였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영상물등급위원회(아래 영등위)가 넷플릭스의 콘텐츠 100편의 등급분류 심사를 마쳤지만, 6명밖에 되지 않는 심사위원 인력의 한계 상 심사가 길어졌고, 넷플릭스의 콘텐츠 수급 일정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한 정부 기관을 찾아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올해 한국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를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 밝혔다. 또 넷플릭스는 아직 심사가 남아있는 50여 편 외에도 상반기에만 300편의 콘텐츠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여타 한국 OTT 서비스에 뒤처진 한국 콘텐츠의 수급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한국 콘텐츠를 살펴보면, 드라마와 액션, 코미디 장르만으로 구분된 수십여 편의 한국영화가 전부다. 이것도 출범 초기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이동통신 3사, IPTV와의 제휴가 물거품이 되면서 중소배급사나 CJ를 제외한 롯데와 쇼박스 배급의 몇몇 영화들만이 우선 수급된 결과다. 그나마 드라마는 전무하다.

국내 기업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언론들에 "볼 만한 국내·외 콘텐츠가 없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요인이다. 콘텐츠 수급에 있어 올 한해 영등위의 도움과 차별화가 절실해 보이는 넷플릭스.

그런 점에서, 미국 인디영화만으로 꾸려진 '독립영화' 카테고리를 한국영화로 확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의 인디·독립영화를 공세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콘텐츠의 다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믿고 보는 넷플릭스'란 명성에 걸맞게 예술성과 주제의식이 확고한 다큐멘터리와 장편영화들을 우선 배치함으로써 기존 사업자들과 차별화까지 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한 독립영화 배급/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수급에 대해 좀 더 너른 시각을 가지고 접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기존 부가판권 시장의 강자인 IPTV 외에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서비스가 독립영화계의 또 다른 배급창구로써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디어 공룡'이면서도 한국에서 유독 과소평가되고 있는 넷플릭스가 향후 한국 콘텐츠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또 어떤 한국화 전략으로 차별화를 이뤄낼지. '미드' 마니아는 물론 업계의 관심은 아직 식지 않았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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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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