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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아산평화의 소녀상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아산평화의 소녀상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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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향’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강일출 할머니가 지난 8일 아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행사에 참석해 소녀상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영화 ‘귀향’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강일출 할머니가 지난 8일 아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행사에 참석해 소녀상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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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산에서 태어나 열 다섯 살에 일본사람한테 끌려갔어요. (전쟁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 부끄러워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우리가 고통 받은 사실을 사람들이 너무 몰라요. 너무 억울해서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내가 배운 것은 없지만 그래도 말을 해줘야 훗날 사람들이 기억을 하고, 역사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끄럽지만 이렇게 말을 하는 거요." - 3월 8일 아산 신정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0) 할머니.

"나는 경북 상주가 고향이오. 끌려가기 전에 오빠 셋, 언니 셋이 있었고 나는 막내였어. 그런데 고향에 돌아와 보니 오빠도 언니도 아무도 없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일본 놈들한테 중국 길림성 어디로 개처럼 끌려 다니며 수모를 당했어. 일본놈들이 화장실도 못가게 하면서 몽둥이로 때리고 못살게 굴었어. 너무 많이 맞아 죽겠다 싶었어. 머리에 상처가 지금까지도 있어. 일본 강도 같은 놈들에게 다시는 나라를 뺏기지 말아야 해." - 3월 8일 아산 신정호에서 강일출(88) 할머니.

평화의 소녀상 아산건립 추진위원회(집행위원장 박진용)는 지난 8일 오후 2시 시민과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행사를 가졌다. 이날 제막식 행사에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이옥선, 박옥선, 강일출 할머니가 참석해 어린시절 일본군에 끌려가서 받았던 고통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아산시 선장면에서 일본군으로 끌려갔던 유희남(89) 할머니는 이날 꼭 참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유희남 할머니는 당시 14살. 결혼한 여성은 잡아가지 않는다는 말에 집안 어른들이 선장면에서 이웃마을인 도고면으로 시집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 이틀만에 남편이 먼저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 시댁에 홀로 남겨졌던 유희남 할머니는 친정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본인에게 잡혀가 모진 학대와 고통을 당했다고 복기왕 아산시장이 유희남 할머니의 사연을 대신 소개했다.

이날 제막식 행사에서 할머니들의 억울하고 한 맺힌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시민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을 위로했다.  

 아산 평화의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왼쪽부터 강일출, 박옥선, 이옥선 할머니.
 아산 평화의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왼쪽부터 강일출, 박옥선, 이옥선 할머니.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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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신정호공원, 평화·인권·역사 교육현장으로 거듭나

아산시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기까지는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이 있었다.

2015년 10월 15일 아산시 30개 단체와 27명의 시민이 참여한 '평화의 소녀상 아산건립추진위원회 창립총회'가 아산시청에서 열렸다. 이후 11월부터 온양온천역을 비롯한 지역의 크고작은 행사장을 돌며 본격적인 거리모금 캠페인을 40여 차례 실시했다.

아산 평화의 소녀상은 아산지역 135개 단체와 시민 2500여 명의 후원금으로 건립했다. 후원금 모금은 5000만 원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시민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어 목표금액을 초과했다. 초과한 금액은 위안부할머니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쓰여질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의 일본군위안부 합의가 기습적으로 발표되자 오히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최근 개봉한 영화 <귀향> 이후 위안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후원금 모금과 함께 지난 1월 25일~2월 3일까지 소녀의 상 건립장소에 대한 아산시민 설문조사 결과 '온양온천역광장'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평화의소녀상아산건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979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선호도 1위 온양온천역 광장(558명, 57%), 2위 신정호 광장(278명, 28.4%), 3위 아산시청 광장(143명, 14.6%) 순으로 집계됐다.

아산시평화의소녀상 후보지로 아산시민 선호도 1위를 보였던 온양온천역 광장은 관광객을 비롯해 아산시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다. 또 광장은 아산시민의 각종 공연과 행사, 집회가 열리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온양온천역 광장을 관리하는 한국철도공사 대전충남본부는 "조형물 난립을 방지해 고객의 안전과 미관 등 광장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한국철도공단의 불허로 아산시민 57%가 희망한 온양온천역광장이 아닌 2순위로 선택된 신정호 잔디광장에 건립했다.

이에 대해 복기왕 아산시장, 김준표 아산교육장 등은 신정호 잔디광장을 평화와 인권 그리고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군 편에서 위안부 할머니와 싸우는 대한민국 정부, 제정신인가"

 이옥선 할머니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후세와 역사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부끄럽지만 입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후세와 역사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부끄럽지만 입을 열었다고 말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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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일출 할머니는 화장실도 못가도록 몽둥이로 때린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폭로하며, “강도 같은 일본 놈들에게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라”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강일출 할머니는 화장실도 못가도록 몽둥이로 때린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폭로하며, “강도 같은 일본 놈들에게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라”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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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소녀의상 개막행사에서는 지난해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상의 한 마디 없이 이뤄진 정부의 밀실 한일외교협상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강옥주 아산시여성단체 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기 위해 지난 5개월간 눈바람 맞으며 거리에서 시민들을 설득하고, 바자회와 자선경매를 하면서 함께 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인권을 침해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할머니들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장명진 충남평화의상추진위원회 상임대표는 "할머니들은 억울하고 한 맺힌 삶을 70여 년간 견뎌왔지만 오히려 국가는 피해 할머니에게 '이제 그만하라'며 70년 전 일본군 편을 들고 있다"며 "온갖 잔인한 만행을 저지른 70년 전 일본군 편에서 위안부 할머니와 싸우는 대한민국 정부는 제정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광복 70년이 훌쩍 넘어 섰으나 그 어떤 정권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국민들이 나서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국가를 향해 정신 차리라고 호통쳐야 한다"고 말했다.

복기왕 시장은 "일본군이 이 땅의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성노역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사과 한마디 없다는 것이 최종적 불가역적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는 한일정부의 밀실외교는 위안부 할머니는 물론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수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평화와 인권에 대한 문제는 대한민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사로 다시는 지구상에 이런 불행이 계속되면 안된다"며 "위안부 협의는 정부가 미흡했고, 잘못했으며,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준표 아산교육장은 "철모르고 동네에서 뛰놀던 어느 날 천진난만한 어린소녀들은 영문도 모르고 무자비한 일본군 손에 이끌려가 꿈과 희망을 빼앗겼다"며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라진 꿈과 희망과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국가는 무엇이고 민족의 아픔은 무엇인가 교육하고 배워야 한다"며 "이곳 아산 신정호 평화의 소녀상 앞이 학생들에게 역사 교육의 현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산평화의소녀상을 제막한 후 위안부 할머니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아산시민들.
 아산평화의소녀상을 제막한 후 위안부 할머니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아산시민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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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이 아산시 여성정책보좌관은 "영화 <귀향>에서 위안부 피해신고 접수창구의 남성 공무원을 향해 '내가 그 미친년이다, 우짤래?'라는 위안부 할머니의 고함 소리가 너무 가슴 아프게 울린다"며 "우리 사회가 위안부 할머니를 바라보는 시선이 굴절돼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위안부 피해신고를 접수받던 남성 공무원의 대사는 "아마 정신대(위안부) 피해자 신고는 없을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과거를 밝히겠어?"였다.

윤 보좌관은 "아산시는 지난해 가을 광주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초청해 식사와 관광을 제공했다. 그때만 해도 7명의 할머니께서 아산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 그리고 그 할머니들은 아산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한다는 소식에 아산시를 다시 오고 싶어 하셨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만에 건강상 이유로 아산시를 다시 찾은 할머니는 불과 세 분이다"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가 몇 명이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숫자는 대략 8만 명~20만 명 정도로 추산할 뿐이다. 그 중 정부에 공식적으로 접수한 피해할머니 숫자는 238명이다. 그 할머니 숫자는 한 달 전 46명, 지금은 44명으로 줄었다.

 설화무용단 김세정씨가 전쟁터에 끌려다니며 고통을 겪다 숨진 소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 공연을 펼쳤다.
 설화무용단 김세정씨가 전쟁터에 끌려다니며 고통을 겪다 숨진 소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 공연을 펼쳤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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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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