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챔피언십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활약하던 수비수 윤석영(26)이 찰턴 애슬래틱으로 임대 이적한다.

이미 겨울 이적시장이 종료된 상황에서 윤석영은 '긴급 임대(Emergency loan)' 형식으로 시즌 말까지 찰턴에서 뛰게 됐다. 긴급 임대는 잉글랜드 2부리그 챔피언십 이하 하부리그에만 적용되는 단기 임대 제도다. 유럽 축구의 선수 영입과 이적은 보통 여름-겨울 이적시장에서 이뤄지지만, 선수층이 얇은 하위 리그팀들이 이적시장 마감 직후 갑작스러운 주전들의 이탈이나 부상 공백으로 큰 전력 누수에 처하는 상황을 보완하고자 도입됐다.

선수는 출전 시간을 확보 받기 위해서, 구단은 필요한 포지션에 다급하게 즉시 전력감을 수혈하기 위하여 긴급 임대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웬만하면 긴급 임대를 통하여 영입된 선수는 짧은 임대 기간 동안이나마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영은 처음 챔피언십에 속해 있던 지난 2013/14시즌에 돈캐스터 로버스에서 역시 긴급 임대 형식으로 잠시 활약한 바 있어서 이번이 두 번째다.

찰턴은 15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윤석영의 긴급 임대를 공식 발표하면서 "윤석영은 우리 팀의 상황에 필요한 경험을 가져다줄 선수"(Yun is a player that will bring us some of the experience that we need in our situation)"라고 평가한 호세 리가 찰턴 감독의 평가도 함께 언급했다. 

리가 감독은 "윤석영은 영국 축구와 챔피언십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며, 전방으로 전개 능력이 좋고 압박이 심한 경기도 많이 겪어본 다재다능한 선수"(He knows the Championship and has a good knowledge of English football. He is a versatile player that can get forward well and has also played a number of high-pressure games in his career.)라며 팀 합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석영은 이미 찰턴의 팀 훈련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팀 QPR 두 번이나 2부 강등, 기구한 윤석영의 축구인생

윤석영으로서는 참으로 기구한 행보다. 전남 유스 출신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전 멤버였던 윤석영은 2013년 초 QPR과 3년 계약을 맺고 유럽파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 한국인 유럽파의 대표주자였던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윤석영의 축구인생은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QPR행은 결과적으로 윤석영에게 기나긴 고행의 시작이었다. 데뷔 첫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팀이 2부리그로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3/14시즌 초반 챔피언십에서도 출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며 돈캐스터로 단기임대를 다녀오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임대 복귀 이후 주전들의 부상을 틈타 조금씩 출전기회를 잡기 시작했고 QPR이 플레잉프를 거쳐 1부리그 승격에 성공하며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했다.

2014년 10월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뒤늦은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이 경기에서 윤석영은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안정된 수비력과 위협적인 오버래핑으로 측면을 지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윤석영은 지난해 리그 23경기에서 출전하며 명실상부한 QPR의 왼쪽 측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QPR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년을 버티지못하고 또다시 2부 리그로 강등됐다. 윤석영도 시즌 후반 잦은 실책과 기복으로 초반의 안정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한국인 유럽파로서는 처음으로 3년 사이에 같은 팀에서만 두 번이나 강등을 경험하는 최초의 불명예 기록에 주인공이 됐다.

챔피언십 강등 이후에도 윤석영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QPR은 지난해 2월 해리 레드냅 감독 사임 후 크리스 램지-닐 워녹 감독 대행을 거쳐 최근에는 네덜란드 출신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잦은 감독교체와 부상 악재 속에서 윤석영은 올시즌 챔피언십에서도 안정적인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QPR은 윤석영의 주 포지션인 레프트백에 35세의 베테랑 폴 콘체스키를 주전으로 기용하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 사단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왼쪽 측면 수비 주전자리를 꿰찼던 윤석영이지만, 소속팀에서의 부진과 시련이 반복되며 대표팀에서도 점차 밀려났다. 현재 윤석영은 대표팀에서도 김진수와 박주호 등에 밀려 세 번째 옵션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윤석영은 올 시즌을 끝으로 QPR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QPR은 올해  챔피언십에서도 9승 12무 10패(승점 39)로 14위에 그치고 있어서 사실상 1부리그 승격이 좌절된 상태다. 현실적으로 윤석영과 QPR이 재계약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희박해보인다. 윤석영으로서는 다음 시즌 이후에도 유럽무대에서 축구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찰턴에서 좋은 활약이 시급하다.

찰턴에서의 행보도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다. 찰턴은 QPR과 마찬가지로 챔피언십에 속한 팀이다. 올 시즌 31경기에서 5승10무16패(승점 25점)만을 기록 하며 챔피언십 24개팀 중 23위에 그쳐 3부 리그 강등 위기에 놓여있다. 최다실점(56골)과 골득실차(-30)에서도 챔피언십 최하위를 달릴만큼 수비가 엉망이다. 찰턴이 윤석영의 임대를 원한 이유다.

만일 찰턴이 3부 리그로 내려간다면 윤석영은 카디프시티와 위건에서 활약했던 김보경(전북)에 이어 또 다시 잉글랜드 1,2부에서 연속 강등을 맛보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차두리(은퇴)와 함께 역대 한국인 유럽파 최다 강등(3회) 타이 기록을 수립하게 되는 것은 보너스다.

물론 찰튼에서 윤석영은 임대 신분이라 강등을 당해도 팀과 운명을 함께 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지만, 4년 사이에 무려 세 번이나 강등팀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축구 경력에 있어서 큰 오점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찰턴은 비록 약체팀이지만 왼쪽 측면에는 웨일즈 출신의 유망주 풀백인 모건 폭스가 주전으로 버티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윤석영이 찰턴에서도 폭스의 백업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윤석영은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다사다난한 행보를 거치면서도 잡초처럼 벌써 네 시즌째를 버텨나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남은 시즌은 윤석영의 축구 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찰튼 긴급임대는 윤석영의 유럽 경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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