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이대호(시애틀), 최지만(LA 에인절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를 누비게 될 한국인 빅리거들의 이름이다. 8명의 빅리거는 박찬호, 김병현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 1세대가 활약하던 2005년(8명) 이후 최다 타이기록이다.

당시 메이저리그 1세대는 대부분 유망주 시절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를 거쳐 성장한 선수들이었다. 최희섭과 추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투수들이 빅리그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것도 두드러진 차이다. 반면 2016년 현재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그 구성을 살펴보면 KBO 리그 출신과 타자가 각 6명이나 되는 것이 눈길을 끈다.

팀내 위상도 큰 차이가 있다. 선수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메이저리거 1세대의 경우 마이너리그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잡기까지 최소 3~4년 이상이 걸리는 게 기본이었다. 그러나 KBO 출신으로 포스팅을 통하여 빅리그에 진출한 류현진(2013년)과 강정호(2015년)가 첫해부터 주전을 꿰찬 것을 비롯하여 올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빌 8명 중 최지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벌써 유력한 주전 후보 혹은 최소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바라보는 한국야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빅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선수는 단연 추신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베테랑으로 자리잡은 추신수는 올해도 텍사스의 주전 우익수 자리를 예약해놨다. 류현진과 강정호는 지난해 큰 부상을 입고 수술대까지 올랐던만큼 완전한 컨디션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건강에만 문제가 없다면 류현진은 다저스 3~4선발,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주전 3루수로 분류된다.

박병호와 김현수, 오승환,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졌다. 주전 경쟁의 관문이 남아있지만 최소한 꾸준히 기회를 얻을 것은 확실시 된다.

가장 기대치 높은 박병호, 제2의 추신수로 거듭날까

가장 기대치가 높은 선수는 역시 박병호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박병호를 다음 시즌 미네소타의 주전 지명타자로 분류하고 있다. 대략 20~30개의 홈런과 80타점 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의 주전 우익수와 톱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포지션인 1루와 외야에서 소속팀의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않은 것은 박병호와 김현수가 충분한 기회를 확보하는 데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마무리로 활약했지만 미국에서는 중간계투를 맡을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에는 이미 트레버 로젠탈이라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마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조던 월든, 조나단 브록스턴 등과 함께 팀의 셋업맨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가장 최근에 입단이 확정된 이대호는 시애틀의 주전 1루수 자리를 놓고 애덤 린드-헤수스 몬테로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라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좀 더 넓지만 시애틀에는 이미 강타자 넬슨 크루즈가 터주대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확실한 타격 능력에 비하여 수비와 주루 면에서 의문 부호를 받고 있는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입견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국인 선수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다음 시즌 아시아야구를 양분하고 있는 일본인 메이저리거들과의 선의의 경쟁 구도도 기대된다.  여기에 일본의 다르빗슈 유(텍사스)와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아오키 노리치카(샌프란시스코), 마에다 겐타(LA 다저스) 등 다수의 일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이며 한국 선수들과 이미 한솥밥을 먹는 팀동료들도 적지 않다. 1990년대 LA 다저스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일본이 주로 투수들, 특히 각팀의 선발 라인업의 한 자리를 대거 차지하며 강세를 보이는 반면, 한국 선수들은 '타고투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한국보다 더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일본야구도 타자 출신으로 성공한 것은 이치로와 마쓰이 히데키 정도다.

아시아선수들이 '파워'로 메이저리그에서 통하기 어렵다는 것은 여전히 빅리그에 남아 있는 선입견이기도 하다. 강정호의 연착륙은 메이저리그에 아시아선수들의 파워를 바라보는 전환점이 됐다. 박병호, 강정호, 이대호 등 KBO 출신 타자들은 모두 거포형으로 분류되는 타자들이다. 추신수는 전형적인 파워히터는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세 차례나 20홈런 이상을 넘겼다. 김현수 역시 교타자이지만 장타 능력도 갖춘 중장거리형에 가깝다.

물론 한국인 메이저리그 1세대를 비롯하여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수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그러하듯, 모두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모든 한국인 선수들이 다 메이저리그에서 자리잡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에는 무수한 변수들이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선수들이 잘해줘야만 앞으로 더 많은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의 꿈을 이어갈수 있고 더 넓게는 아시아 야구 시장의 문도 넓어진다는 점이다. 과연 몇 명의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제 2의 박찬호, 추신수로 거듭나며 성공 신화를 이어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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