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2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손흥민이 무난한 활약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나 손흥민 개인으로서는 공격포인트 달성에 실패했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아쉬움도 남겼다.

토트넘은 3일 새벽 4시 45분(한국 시각) 영국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경기에서 노리치를 3-0으로 제압했다. 손흥민은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4-2-3-1 포메이션에서 2선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손흥민은 초반부터 활발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기회가 나면 과감한 슈팅을 때리고 양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며 수비진을 교란하는 모습으로 공격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부지런한 움직임에 비하여 효율성은 다소 아쉬웠다. 공격 전개 시 부정확한 위치선정과 상황 판단으로 상대에게 차단 당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후반 14분에는 손흥민의 실수로 볼을 빼앗기며 상대에게 아찔한 역습 기회를 허용하기도 했다.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큰 위기를 초래할 뻔했던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24분 톰 캐롤과 교체되어 그라운드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동안 손흥민은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400억 원에 달하는 높은 이적료가 무색하게 시즌 중반 이후 벤치로 밀렸다. 지난달 16일 선덜랜드전까지 무려 리그 8경기 연속 교체 출전으로만 짧게 그라운드를 밟아야 했다. 독일 시절과는 또 다른 EPL과 토트넘의 전술적 스타일에 손흥민이 맞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팀내 입지 개선되고 있지만, 손흥민만의 강점 살려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손흥민이 지난 9월 13일 선더랜드와 경기에서 손흔드는 모습.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손흥민. ⓒ 연합뉴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흥민의 입지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오랜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FA컵에서 뛰어난 골감각을 발휘하며 능력을 증명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공격수 추가 영입 계획이 거론되던 토트넘이지만 더 이상의 선수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잔여시즌 동안 손흥민이 전력의 한 축으로 꾸준히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리그 2경기에서 손흥민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줬다. 손흥민은 수비 가담과 팀플레이 등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토트넘도 손흥민이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기분 좋은 시너지 효과를 이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손흥민에게는 더 분발이 요구된다. 냉정히 말해 최근 선발 출전 경기에서 비록 팀은 이겼지만 손흥민만의 강점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거론되는 '볼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간결하지 못한 볼처리와 비효율적인 동선은 아쉬움을 남긴다.

냉정히 말해 현재 토트넘의 공격에서 손흥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공격 전개는 대부분 델레 알리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주도하고 있고 마무리는 최전방의 해리 케인이 꼭지점이 되어 결정짓는 패턴이다. 토트넘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들로 꼽히는 알리와 케인(2골)은 이날도 나란히 득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쟁자들이 유기적인 스위칭과 패싱플레이로 공간을 창출할 동안, 손흥민에게 연결되는 패스는 극히 적었다. 동료들의 신뢰 부족보다도 손흥민의 위치 선정과 공간 활용이 좋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전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것도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였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수비 가담은 팀플레이 적응을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지만 공격수 본연의 임무에서는 만족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손흥민이 '손흥민다운 축구'를 하지 못하고, 웬지 '어설픈 박지성'이 된듯한 인상을 준 것은 이 때문었다.

손흥민에게는 이번 시즌 마감까지 아직 3개월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이 기간 손흥민은 팀내에서 확실하게 자신만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추가 전력보강이 없었던 만큼 토트넘은 후반기 EPL과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는 강행군 속에 어떻게든 손흥민의 활용도를 더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손흥민은 오는 2016 리우올림픽 본선을 대비한 와일드카드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꾸준한 경기 출전과 득점력 회복을 통해서 건재를 증명해야만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향한 명분도 구축할 수 있다. 앞으로의 3개월이 손흥민의 축구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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