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은퇴한 강 서버 앤디 로딕(미국)이 떠오르는 맞대결이었다. 로딕의 전성기 시절 서브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20km/h를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서브가 코트 구석구석에 꽂혔다. 이것을 받아넘기는 앤디 머리가 신기할 정도였다.

2번 시드를 받은 앤디 머리(스코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후 5시 40분 호주 멜버른 파크 로드 레이버 어리나에서 벌어진 2016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13번 시드의 밀로스 라오니치(캐나다)를 풀 세트 접전 끝에 3-2(4-6, 7-5, 6-7, 6-4, 6-2)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번 시드)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끈질김', 역전의 순간

두 선수 모두 키다리 테니스 선수다. 앤디 머리도 191cm이기 때문에 꽤 큰 편이지만 밀로스 라오니치가 196cm로 조금 더 크다. 라오니치는 이 신체 조건을 잘 이용하여 첫 서브 평균 속도를 204km/h까지 만들어냈다.

상대인 머리보다 14개가 더 많은 23개의 서브 에이스를 꽂아넣었다. 그 덕분에 세 번째 세트까지 2-1로 앞서갈 수 있었던 것이다. 타이 브레이크로 세트의 주인이 결정된 세 번째 세트에서 라오니치는 151km/h 속도로 절묘하게 옆줄 밖으로 휘어나가는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타이 브레이크 점수를 7-4로 만드는 마지막 포인트도 221km/h에 이르는 라오니치의 서브 에이스였다.

하지만 테니스는 서브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앤디 머리가 끈질긴 스트로크 싸움으로 입증해냈다. 세트 스코어 1-2로 뒤지고 있는 상태에서 맞이한 네 번째 세트 고비에서 앤디 머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라오니치의 강 서브를 받아넘겼다. '끈질김'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앤디 머리는 네 번째 세트 일곱 번째 게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라오니치의 서브 정확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세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0:40)를 얻은 앤디 머리는 스트로크 싸움을 끈질기게 펼치며 라오니치의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를 유도했다. 결과를 놓고 봐도 가장 결정적인 승부의 갈림길에서 앤디 머리가 주먹을 불끈 쥔 것이다.

앤디 머리, 4전 5기의 신화 만들까?

4-3으로 네 번째 세트에서 전기를 마련한 앤디 머리는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어렵게 따냈다. 라오니치도 여기서 밀리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듀스가 세 번이나 이어졌다. 앤디 머리는 손목 스냅을 이용한 절묘한 크로스와 포핸드 역 크로스까지 성공시켰다. 이 게임 포인트를 따내기 위해 8분 가까이 뛰어다녔으니 그 대가는 더욱 값진 것이었다.

빼어난 집중력을 바탕으로 네 번째 세트를 6-4로 따낸 앤디 머리는 세트 스코어 2-2로 한숨을 돌리고 마지막 세트를 맞이했다. 라오니치의 서브로 다섯 번째 세트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라오니치의 서브가 크게 흔들렸다. 더블 폴트로 시작한 자신의 첫 서브 게임을 결국 또 하나의 더블 폴트로 끝냈다. 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라오니치는 애꿎은 라켓을 코트 바닥에 내리쳐 부러뜨리며 화풀이를 했다.

평정심을 잃은 라오니치의 서브는 안정을 되찾기 힘들었다. 여기에 앤디 머리는 행운까지 따라주었다. 두 번째 게임에서 가까스로 넘긴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이 네트 상단에 맞고 라오니치의 라켓을 절묘하게 넘어가 라인 안쪽에 떨어진 것이다.

그 다음 게임에서도 라오니치의 서브를 백핸드 스트로크로 받아넘긴 것이 역시 네트 상단을 스치며 아슬아슬하게 반대쪽 코트로 똑 떨어졌다. 마지막 세트 3-0이라는 점수판은 앤디 머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다섯 번째 게임에서 듀스가 무려 다섯 차례 이어지면서 라오니치가 힘겹게 한 게임을 따내기는 했지만 앤디 머리가 너무 멀리 달아난 뒤였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앤디 머리는 마지막 게임에서 196km/h 에이스로 30:0을 만들고 포핸드 역 크로스로 러브 게임을 완성시켰다. 4시간 2분만에 대역전극이 마무리된 것이다.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2개(2012년 US오픈, 2013년 윔블던) 가지고 있는 앤디 머리는 이 대회 다섯 번째 결승전에 올랐다. 아직까지 우승 기록이 없으니 '4전 5기'의 신화를 노리게 된 셈이다. 그러나 상대는 전성기를 노래하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다. 통산 맞대결 기록 21승 9패, 2015년 맞대결 기록도 6승 1패로 노박 조코비치가 앞서 있다. 1월의 마지막 날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영광의 주인공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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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6 호주오픈테니스 남자단식 준결승 결과(29일 오후 5시 40분, 로드 레이버 어리나-멜버른)

★ 앤디 머리 3-2(4-6, 7-5, 6-7, 6-4, 6-2) 밀로스 라오니치

◇ 남자단식 결승전 일정(1월 31일 일요일 오후 5시 30분 이후)
노박 조코비치(1번 시드) vs 앤디 머리(2번 시드)

◇ 조코비치와 앤디 머리의 맞대결 기록
- 통산 전적 : 노박 조코비치 21승, 앤디 머리 9승
- 2015년 맞대결 기록(6승 1패로 노박 조코비치 우세)
프랑스(실내, 하드 코트) : 노박 조코비치 2-0(6-2, 6-4) 승리
중국(실외, 하드 코트) : 노박 조코비치 2-0(6-1, 6-3) 승리
캐나다(실외, 하드 코트) : 앤디 머리 2-1(6-4, 4-6, 6-3) 승리
프랑스 오픈 준결승(실외, 클레이 코트) : 노박 조코비치 3-2(6-3, 6-3, 5-7, 5-7, 6-1) 승리
미국(실외, 하드 코트) : 노박 조코비치 2-1(7-6, 4-6, 6-0) 승리
미국(실외, 하드 코트) : 노박 조코비치 2-0(6-2, 6-3) 승리
호주 오픈 결승(실외, 하드 코트) : 노박 조코비치 3-1(7-6, 6-7, 6-3, 6-0) 승리
테니스 호주오픈 앤디 머리 밀로스 라오니치 노박 조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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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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