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배우 김하늘이 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공백 기간 동안 김하늘은 "운동도 했고, 작품 역시 꾸준히 찍고 있었다"며 쉬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복귀작인 <나를 잊지 말아요>는 관객에게 멜로 감성 충만한 김하늘의 진가를 알리기 충분한 작품이다. ⓒ 이정민


영화 <너는 펫> 이후 5년 만, 드라마 <신사의 품격>까지 치면 4년 만의 귀환이다. 김하늘. 특히나 이번 작품이 대중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그의 데뷔 초기를 연상케 하는 멜로 영화기 때문이다. 김하늘은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은 남자(석원. 정우성 분) 곁을 지키게 된 진영 역을 맡았다.

지난 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안부를 묻는 말에 "사람들은 (내가) 쉰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간 열심히 작품을 찍었다"며 웃어보였다. 사실이다. 활발한 외부 활동은 없었지만, 중국합작영화 <메이킹 패밀리>와 김태용 감독의 <여교사>를 지난해에 촬영했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여성형 멜로의 백미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한 장면.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속 진영(김하늘 분)은 사랑에 대한 큰 상처를 지니고 있음에도 그 상처를 바라보며 성숙하게 대처하는 인물. 그런 의미에서 정우성은 "이 작품은 김하늘을 위한, 여성을 위한 멜로기도 하다"고 말한 바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공백을 채우는 복귀작이 멜로 영화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 김하늘은 데뷔작인 <바이 준>을 통해 불완전한 사랑의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했고, <동감>으로 사랑의 아름다움을 전했다. 그 이후 보폭을 넓혀 다수의 로맨틱 코미디를 소화해왔고, 어느새 그의 이름 앞엔 '로코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바로 잠시 놓아두었던 김하늘식 멜로를 복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그 역시 "(멜로로 복귀해서) 되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갈수록 멜로 영화가 줄고있는 때에 그것도 지금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할 수 있어서 복이라고 생각한다"며 김하늘은 "개인적으론 정말 독특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설명에 공을 들였다.

"이윤정 감독님의 단편을 장편으로 만든 건 알고 있지만 단편은 아직 못 봤어요. 새롭게 다시 쓴 이야기고, 진영이 역시 단편엔 없던 인물인데 감독님 입장에선 설정하기가 진짜 어려웠다더라고요. 우리 둘 다 여성이라 진영에 대한 사소한 것까지 다 상의하면서 만들어갔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이 많았거든요. 정우성 선배가 다른 영화 촬영을 하던 때라(웃음). 우린 그게 언제 끝나나 기다리면서 준비하고 있었죠."

같은 여자지만 막상 얘기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영이 좀 더 영화 캐릭터처럼 개성 있게 보이길 원했던 이윤정 감독에 비해 김하늘은 이야기에 천천히 흡수되는 인물을 그렸다고 한다. "사랑에 설레는 느낌을 주려면 튀는 것보단 은은하게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김하늘이 당시를 언급했다.

다만 이 영화가 여성형 멜로이며, 진영은 바로 여성이 상처에 대응하는 성숙함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은 두 사람이 충분히 공감한 바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남자보다 어쩌면 더한 인생의 상처를 갖고 있는 진영이 그렇게 해서 탄생할 수 있었다.

"사실 정말 평소의 나라면 사람이나 상황을 외면할 수도 있어요. 그런 성향이 제게 있거든요. 진영은 다르잖아요. 진영을 연기했다는 건 일단 그 인물을 이해했다는 전제가 있잖아요. 정말 생각 많이 하면서 임했어요. 진영이라는 인물의 핵심을 놓지 않기 위해서."

사랑 절대주의자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배우 김하늘이 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과거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랑하게 되면 상대방의 성향을 닮게 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여전히 그 성향이란다. "감성적으로 상대를 수용하게 된다"면서도 "그게 연기자라서 그런 건지 정말 내 성향이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이정민


김하늘이 생각한 그 핵심은 바로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였다. 진영은 그런 인물이었다. 사랑과 관련한 트라우마를 품고 있음에도 석원을 끈질기게 안고 갔다. 김하늘은 "만약 진영이 석원과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그러니까 진영이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면 석원도 진영처럼 보듬었을 것"이라 말했다.

사랑의 힘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물론 멜로 영화에 사랑이 빠진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적어도 김하늘 본인 역시 진심으로 사랑을 믿고있어 보였다. "사랑의 힘? 당연히 믿는다"는 그는 "굳이 남녀 간 사랑이 아니더라도 여러 형태의 사랑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믿는다"고 강조했다.

"사랑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오랜 관계 안에서 우러나오는 깊이가 소중해요. 상대의 못난 모습까지 아껴줄 수 있는 그 마음이죠. 요즘 사랑의 모습이 다들 변했다고 하는데 중요한 핵심은 변하지 않겠죠? 석원과 진영이 싸우는 모습에서 배우는 점도 많았어요. 사랑하던 사람이 익숙해졌을 때 자칫 소홀하기 십상이잖아요.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이번 작업은 그런 의미에서 참 따뜻했어요.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정말 감사하게도 스태프들이 진영을 사랑해줬어요(웃음). 의상도 다른 영화 때에 비해 엄청 준비해줬고, 헤어, 메이크업 스태프들도 열정으로 함께 했죠. 마지막 촬영 때 너무 슬프더라고요. 진영을 떠나보낸다는 마음에 스태프들과 헤어진다는 마음이 더해져서…."

그리고 연기자의 길

뻔한 말이라도 진심이 담기면 위대한 힘이 생기는 법이다. 김하늘에겐 "사랑한다"는 말이 그것이었다. 어느 덧 데뷔 18년 차가 된 김하늘은 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냐는 질문에 "연기를 사랑하게 됐다"고 주저 없이 답했다.

"연기가 제 입장에선 소통이에요. 그리고 저 원래 내성적이에요. 내성적이란 단어를 안 좋아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소통이 적극적이진 않은 성향이 있단 말이죠. 자기표현이 되게 부족한 사람인 제가 카메라 앞에 서면 자유로워져요. 그간 맡았던 캐릭터를 통해 세상과 관객 분들과 소통해왔어요. 연기하는 행위가 나라는 사람을 키우게 했고, 자존감을 쌓게 했죠.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니까 배우라는 직업이 되게 넓고 자유롭다 생각할 수 있는데 막상 세상과 거리를 두게 되는 지점이 있거든요. 다만 그 부분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해요. 그렇게 날 찾아가며 살고 있답니다."

"어느 순간부터 김하늘이란 배우에게 믿음을 주는 관객들을 생각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가 말미에 덧붙였다. 자연인으로서도 오는 3월 결혼식을 올리는 등 변화를 맞이할 김하늘이다. 영화로도 삶으로서도 그는 사랑의 출발선에 서 있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배우 김하늘이 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영화 현장을 두고 그는 "감히 지금껏 경험한 어떤 현장들 보다 화개애애하고 좋았다"고 전했다. 종종 인간 관계에서 소극적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람의 소중함 역시 잘 아는 그였다. ⓒ 이정민



김하늘 정우성 나를 잊지 말아요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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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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