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 6회 말 1사 만루 때 2타점 적시타를 친 오재원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 6회 말 1사 만루 때 2타점 적시타를 친 오재원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FA시장이 어느덧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아직 도장을 찍지 못한 최후의 FA 대어 오재원(두산)의 거취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재원은 현재 KBO 정상급 내야수 중 한 명이다. 2015시즌 120경기에 출장해 0.280의 타율에 115안타 11홈런 59타점 60득점, 31도루로 맹활약했다. 팀 주장까지 맡아서 올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국가대표로 프리미어 12에도 참가하여 한국의 초대 우승에 이바지하는 등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특히 오재원은 눈에 보이는 기록 이상으로 공수에서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2루수면서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플레이어이고, 빠른 발과 야구 센스를 바탕으로 한 전술수행능력도 좋다. 비록 상대팀에게는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강한 승부욕과 파이팅으로 팀 분위기를 돋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선봉장 스타일의 선수이기도 하다. 나이도 이제 30세로 향후 3~4년간은 한창 전성기를 보낼 시기다.

전력 누수 두산, 오재원 붙잡을 수 있을까

두산에 있어서도 오재원은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두산은 올해 FA 자격을 얻은 3인방(오재원, 김현수, 고영민)및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도 모두 재계약을 맺지 못하며 다음 시즌 전력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입단이 성사 단계에 접어든 김현수의 이탈이 기정 사실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재원만이라도 계약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재원의 예상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 FA 시장 추세를 고려할 때 4년 계약을 기준으로 약 50억~60억 원 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FA 시장에서 80억 원대 계약을 돌파한 선수만 세 명(박석민, 정우람, 김태균)이 나왔고, KT로 이적한 유한준과 롯데행을 선택한 손승락도 60억 원을 받았다. 외부에서는 몸값 폭등이 지나치다고 비판할 수는 있어도 오재원의 입장에서 팀공헌도나 성적, 다른 FA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기대치 자체는 무리가 아니다.

애초 오재원의 계약이 이렇게까지 늦어진 이유는 양측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의 부름 때문이었다. FA 우선협상 기간 동안 오재원이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느라 자리를 비운 탓에 협상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FA 시장의 동향이나 오재원의 팀 내 비중을 감안할 때 그 역시 FA 대박은 이미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터였다.

그런데 한 달 사이에 분위기가 다소 미묘해졌다. 앞서 FA 대박을 터뜨린 박석민이나 정우람, 유한준 같은 선수들은 여러 구단의 영입 경쟁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몸값이 치솟았다. 그런데 오재원이 군사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시점에서는 이미 FA시장이 마감되는 분위기였다. 각 팀의 전력구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며 대부분 FA시장에서 발을 뺐다.

사실 오재원이 처음부터 FA시장에 나왔다고 할지라도 다른 선수들만큼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FA 시장의 특성상 수요가 적어야 몸값도 올라가는데 상대적으로 2루수 자원은 KBO리그에서 풍족한 편이기 때문이다.

정근우의 한화, 서건창의 넥센, 나바로의 삼성같이 확실한 올스타급 2루수를 보유한 팀들은 당연히 오재원의 영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NC와 KT에도 각각 효율성이 좋은 박민우와 박경수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2루가 약한 기아도 1년만 기다리면 안치홍이 돌아온다.

현실적으로 내야가 약한 팀은 롯데와 LG 정도인데 롯데도 올 시즌 정훈이 타격에서 괄목할 성장세를 보여서 기회를 더 줘야 할 필요가 있고, LG는 일찌감치 다음 시즌 리빌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이적 가능성은 높지 않은 오재원이다.

모기업 어렵다며 구조조정하는데... 오재원에게 거액 쓸 수 있을까

하지만 두산에 잔류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국내 프로야구 FA시장을 바라보는 여론이나 원소속팀인 두산의 모기업 사정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가뜩이나 경기는 불황인데 유독 야구계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FA 선수들의 몸값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대 희망퇴직' 논란이 불거지며, 두산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비록 별개의 조직이라고는 하지만 야구단에만 선수 한 명에게 수십 억대의 몸값이 오가는 광경은 여론상 좋게 비칠 수가 없다. 오재원이 다름 아닌 두산 소속인 데다 사실상 마지막 남은 FA 대어라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더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재원의 입장에서도 FA는 놓칠 수 없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두산 입장에서도 방심하다가 만에 하나 오재원의 마음이 돌아서고 다른 구단이 뒤늦게 오재원 영입전에 뛰어들기라도 한다면 낭패가 될 수 있다. 두산으로서 오재원을 반드시 잡으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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