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경기를 모두 이겼다. 10득점 2실점이라는 그 기록도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력이 탄탄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다른 팀들의 감독들 여럿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아스널의 순항은 특별해 보인다. 축구장의 교수님으로 불리는 벵거 감독의 지도력이 더욱 돋보이는 12월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스널 FC가 한국 시각으로 22일 오전 5시 런던에 있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홈 경기에서 2-1로 이기고 최근 6경기 무패(챔피언스리그 포함 5승 1무, 14득점 3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리비에 지루, 12월 4경기 6골 맹활약런던 현지 시각으로 월요일 밤에 열린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6만 명이 넘는 홈팬들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전반전에만 두 골을 몰아넣으며 완승의 조건을 갖추고 후반전을 비교적 여유있게 즐겼기 때문이었다.
경기 시작 후 33분만에 홈팀 아스널의 선취골이 터졌다. 특급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의 찔러주기를 받은 시오 월컷이 기막힌 오른발 감아차기로 맨시티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외질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넘어들어오는 공을 향해 맨시티 골키퍼 조 하트가 날아올랐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골이었다.
맨시티는 이 선취골 실점 직전에 세르히오 아게로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케빈 데 브라위너가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렸지만 골문 왼쪽 기둥을 벗어난 일이 있었다. 반대쪽에서 다비드 실바가 공을 달라고 했지만 데 브라위너가 골 욕심을 부린 것이었다. 작은 차이로 보이지만 동료를 더 빛내는 팀 플레이 측면에서 아스널이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1분이었다.
아스널의 팀 플레이는 전반전 종료 직전에도 빛났다. 추가 시간이 흘러가고 있을 때 맨시티 수비수 망갈라의 패스 미스가 나왔고 아스널의 빠른 역습이 전개되었다. 아스널 역습의 키 플레이어는 역시 메수트 외질이었다. 준비된 역습과 임기응변식 역습의 차이가 승부의 갈림길을 만든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명장면이었다.
외질의 패스를 받은 결승골 주인공은 올리비에 지루였다. 낮게 깔리는 지루의 왼발 슛은 맨시티 골키퍼 조 하트의 다리 사이를 꿰뚫고 그물을 흔든 것이다. 아스널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려놓은 올리비에 지루가 최고의 12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골이었다.
올리비에 지루는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vs. 올림피아코스) 해트트릭을 포함하여 12월에 열린 네 경기를 통해 무려 6골을 몰아넣는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경기당 1.5골의 놀라운 기록이다.
올리비에 지루와 함께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 또한 15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도움 부문 단독 1위 자리를 내달리고 있다. 이 기록은 2위 리야드 마레즈(레스터 시티), 데울로페우(에버턴)가 기록중인 7개보다 2배를 웃도는 것이어서 외질의 왼발이 얼마나 독보적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찬바람 부는 감독 자리... 벵거 감독은 승승장구전반전에만 2골을 내준 맨시티의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 파비앙 델프를 빼고 날개공격수 라힘 스털링을 들여보내 만회골을 기대했지만 아스널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허물지는 못했다. 그나마 82분에 야야 투레의 기습적인 왼발 만회골이 나와서 희망을 품었지만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내기에는 뒷심이 모자랐다.
이렇게 2위 자리를 굳게 지킨 아스널은 27일 오전 4시 45분으로 예정된 12위 사우스햄튼과의 원정 경기를 준비하게 되며, 3위 맨시티는 26일 밤 12시 19위까지 내려가 있는 선덜랜드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최근 아스널이 보여주고 있는 연승 행진 뒤에는 냉철한 분석력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아르센 벵거 감독이 돋보인다. 라이벌 팀 감독들의 자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과 맞물려 그 지도력이 더욱 특별해 보일 정도다.
특히 아스널의 간판 미드필더들이 줄부상을 당해 어느 때보다 12월이 힘들어 보였지만 벵거 감독은 모든 경기를 멋지게 승리로 이끌었다. 알렉시스 산체스, 산티 카솔라, 잭 윌셔, 토마스 로시츠키, 대니 웰벡 없이 이 정도 성적을 유지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최근 '스페셜 원'으로 불리던 첼시 FC의 조제 모리뉴 감독이 쫓겨나고 승부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강등 위기 순위표까지 직면한 팀을 맡았다. 이 경기에서 패한 맨시티의 페예그리니 감독도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을 떠난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스널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오는 26일 오후 9시 45분 브리태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스토크 시티와의 원정 경기 결과에 따라 판 할 감독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이 활약하고 있는 스완지 시티도 최근에 개리 멍크 감독을 내보냈다.
이처럼 프리미어리그 감독들 자리에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승승장구하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그는 좀처럼 자신의 선수들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드 플레이어들의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플레이를 지지하면서 선수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어찌 보면 작은 차이로 보이지만 감독의 지휘 철학이 팀 성적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아스널 FC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아닐까? 가시방석과 다름 없는 감독 자리라지만 선수 개개인의 창의성과 재기발랄함을 최대한 존중하며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도자의 덕목이 빛나는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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