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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때는, 2013년 12월. TV에선 한창 연말 시상식이 열리고 있었다. 1차 임용시험을 치렀던 나는 시상식을 보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신인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내년이면 나도 교직이라는 무대에 신인으로 데뷔(?)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때 막연히, 교직 생활의 신인 데뷔 무대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 신인왕'이 되고 싶다는 우스운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연말 시상식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교사로서의 첫해를 체육 전담교사로 보내게 되면서 나의 기록은 한 해를 다시 넘긴 2015년 3월에 시작됐다. 그렇게 나는 우연히도 우리 반에 떨어진 스물여섯 명의 '방울'들과의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기록해왔다. 그리고 이야기들은 나에게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줬다(고상훈 시민기자의 연재 '신규교사 생존기' 보러 가기).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으면 인터뷰 기사가 곧 올라오곤 한다. 안타깝게도 나를 인터뷰해 주는 기자는 우리나라에 아직(?) 없기 때문에, 애처롭지만 나는 자문자답으로 인터뷰를 해보려 한다. 물론, 내가 신인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시상식마다 들려오는 진부한 수상소감이지만, 나는 그런 상을 받을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악플이 고마울 때도 있었어요"

응원 댓글과 악플 사이... 뿌듯함과 활용가치(?)가 있었다.
 응원 댓글과 악플 사이... 뿌듯함과 활용가치(?)가 있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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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교사 생존기'를 쓰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신규교사 생존기'를 쓰면서 가장 행복했던 일은, 우리 반 이야기를 읽고, 누군가가 우리 반을 떠올린다는 생각을 할 때에요. 행복한 일을 적은 기사도 있고, 정말 힘들고 또 힘들었던 일을 적은 기사도 있지만, 생존기를 읽으며 우리 반을 떠올리고 공감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냥 행복해져요.

기사에 달린 응원의 댓글들도 빼놓을 수 없죠. 실제 바로 옆 반에서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께서 우연히 제 글을 보고 남겨주신 따뜻한 댓글도 기억에 남아요. 또, 학부모님께서 글을 보시고 남긴 댓글도 잊을 수 없죠. 실제로, 몇몇 동료 교사 분들은 교사들이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해 잘 보고 있다며 응원의 쪽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어요."

- 댓글을 받았다면 분명 악플도 있었을 텐데, 처음으로 악플을 받아본 심경은 어땠나요?
"유명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웃음) 프롤로그로 썼던 첫 번째 글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라가면서, 본의 아닌 악플에 시달렸어요. 몇 개 되지 않는 댓글들이었는데요. 대부분이 응원과 격려의 댓글들이었지만, 곳곳에 내 눈을 사로잡는 악플들은 분명 존재했죠.

인신공격부터 근거 없는 소문, 선생님들을 싸잡아 비방하는 댓글들까지. 처음에는 참 힘들었는데, 그냥 그런 사람도 있겠거니 하니까 나중에는 별생각 안 들더라고요. 악플이 고마웠던 건, 도덕시간에 '사이버 공간 정보 윤리' 교육을 하는 데 도움이 된 일이에요. 악플에 대해 아주 실감나게 이야기할 수 있었죠."

- '신규교사 생존기'를 쓰면서 위기는 없었나요?
"사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1학기가 마무리됐을 때였어요. 생존기로 시작했던 글이 갈피를 잃은 느낌이었기 때문이죠. 1학기 동안 썼던 글을 쭉 훑어보는데, 일관성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이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도 모호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학기를 마지막으로 그만 쓸까 고민도 했지만, 1년간 아이들과 투닥투닥거리며 쌓아온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교실에서 생긴 수많은 고민들이 담겨 있어 끝까지 해보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죠."

"아이들 꿈이 선생님으로 바뀌기도..."

아주 멋있고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는 우리 선생님
 아주 멋있고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는 우리 선생님
ⓒ 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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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교사 생존기'를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어떤 건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여덟 번째 이야기였던 <급식 안 먹는 아이 혼냈는데... '아뿔싸'>에요. 사실, 아이들을 편견 없이 대해야 한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지만,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아이들 모두 똑같이 대하기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불편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죠. 여덟 번째 이야기에서는 나 역시도 나마저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두 가지 사건이 실려 있어요. 마음 아팠던 이야기지만, 저를 성장시켜준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죠."

- 아이들은 이렇게 기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아이들에게 따로 알리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 기사에는 실명도, 관련 사진도 들어가지 못했죠. 그런데, 아이들이 어느 순간, 제 기사를 포털사이트에서 보고는 제게 '이게 다 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들 알고 있어요. 다들 재밌어하더라고요(웃음). 자기 이야기냐고 캐묻는 친구들도 있고요."

- 선생님으로서 반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우리 5학년 6반 친구들 덕분에 행복했다는 말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어요. 나의 첫 제자가 되어준 스물여섯 명의 친구들 모두 사랑한다는 말과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도요. 한 명 한 명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이 두 말로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참,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요즘 방학 다가온다고 내 속 썩이는 일이 많은데,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남은 시간동안… 말 좀 잘 들어라!"

- 선생님 개인적으로, 신규교사로서 1년간 '생존했다'고 생각하나요?
"얼마 전에, 우리 반 아이들의 진로 희망을 조사하면서 무려 네 명의 꿈이 '선생님'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만하면 생존했다고 스스로 다독여주고 싶네요.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심지어 뭘 모르는지조차도 몰랐던 2015년 3월과는 다르게, 이젠 내가 뭘 모르는지 정도는 스스로 알고 있어요(웃음)."

신규교사 고상훈, 1월에 떠납니다

시간이 흘러, 내가 5년 차, 10년 차, 20년 차 선생님으로 나이가 들어가면 여기 남은 글들은 나의 채찍이 될 것이라 믿는다.
 시간이 흘러, 내가 5년 차, 10년 차, 20년 차 선생님으로 나이가 들어가면 여기 남은 글들은 나의 채찍이 될 것이라 믿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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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딱 열 편만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신규교사 생존기'가 어느새 28편이 모였다. 오늘은 그 마지막,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다. 사실, 우리 반은 2월에 마무리되겠지만 내가 조금 이른 지금 12월에 마지막 이야기를 쓰게 된 건 나 개인적으로 12월을 마지막으로 아이들 곁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임용고시 준비와 대학원 진학 등으로 잠시 잊고 있었던 국방의 의무를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었다. 그런데, 참 야속하게도 입대가 1월 초로 통지되면서 아이들과 2월의 마지막까지는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아쉽지만, 이 글도 아이들과의 교실도 다른 반과는 다르게 12월이 마지막이 됐다.

'신규교사 생존기'는 나와 아이들의 삶 그 자체이자, 치열했던 나의 첫 담임선생님으로서의 이야기이며, 아름다운 내 청춘을 썼던 글이다. 시간이 흘러, 내가 5년 차, 10년 차, 20년 차 선생님으로 나이가 들어가면 여기 남은 스물아홉 편의 글은 나의 채찍이 되고 행복이 될 거라고 굳게 믿는다. 5학년 6반 친구들과 함께한 신규교사 생존기 끝.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15 청춘! 기자상' 응모 기사입니다. 2015년 3월 2일부터 시작된 신규교사의 생존기를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태그:#초등학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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