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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16년 새해가 다가왔습니다. 각종 매체에서 새해를 맞아 '한국사회, 이것만은 바꾸자' 류의 기사를 생산하곤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그 시선을 당신에게 맞추고자 합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새해, '당신의 새해 바람'은 무엇인가요. [편집자말]
 2015년 1월 6일 춘천 102보충대에서 입영 장정들이 가족 등에게 경례하고 있는 모습.
 2015년 1월 6일 춘천 102보충대에서 입영 장정들이 가족 등에게 경례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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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대부분 군대에 다녀온다. 입대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나'라서 특별할 것도, '너'라서 특별할 것도 없다. 2016년 1월 초, 나도 여지없이 군대에 간다. 그러나 나는 특별하다. 나는 아주 특별하다.

나는 특별히 외롭다

2016년이면 난 스물여섯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은 스물에서 스물셋 즈음에 입대한다. 더 늦기 전에 군 복무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주변엔 '신의 아들'이라 불리는 군 면제가 아니고서야 이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친구는 없다. 그나마 늦게 입대한 친구가 나와 1년 차이 나는 '아버지 군번'이다. 군대 간다고 예비역 친구들을 삼삼오오 모아놓고 송별회 하자고 말을 꺼내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설령, 민망함을 무릅쓰고 예비역들에게 술 한잔 하자고 불러도 거절당하기 일쑤다. 전역한 친구들은 죄다 대학 졸업반이라 다들 취업을 위해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바쁜 친구들을 불러내자니 그것도 참 못할 짓이다. 친구들이 어찌어찌 송별회에 나오더라도 술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어디서 시작됐을지도 모를 무시무시한 '군대 구전 설화'들은 나의 복잡한 마음에 막연한 두려움만 잔뜩 깔아놓는다.

나는 특별한 이별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이 우리 반에 바라는 점, 아쉬운 점
 아이들이 우리 반에 바라는 점, 아쉬운 점
ⓒ 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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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올해 우리 5학년 6반 학생들은 내 선생님 경력상 첫 제자들이다. 첫 제자라는 의미만큼 나는 아이들을 누구보다 열렬히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군대로 떠나야만 한다. 지난 12월 31일 방학식을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이별했다. 열렬히 아끼고 사랑했던 만큼 마음이 무겁다. 지난 12월 28일 아이들이 적어낸 '우리 반의 아쉬운 점, 바라는 점'들을 보는데 벌써 마음이 울컥해지는 것 같다.

이별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며칠을 앞두고 5학년 학사일정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아이들을 보내야 한다는 애석한 사실은 더욱 나를 아프게 한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 싶을 듯해 설명하자면, 5학년 학사일정의 마지막을 알리는 수료식은 2월 4일에 있다. 그런데 그날은 훈련소 퇴소식이다. 즉, 첫 제자들과의 특별한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지 못한다.

나는 특별히 시간이 촉박하다


우리 학교의 방학식은 12월 31일. 그 때를 기준으로 입대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6일. 물론, 아이들과의 이별은 내게 가장 슬픈 순간이지만, 입대까지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영 지울 수가 없다.

나도 이제 마음을 정리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고, 준비해야 할 물건들도 미리 챙기고 싶은데…. 시간이 참 촉박하다. 예비역 친구들은 실컷 놀고 들어가라는데, 실컷 놀 시간 자체가 많지 않다.

또, 시간은 전역 후에 특별히 더 촉박해진다. (아직은 까마득해서 그날이 정말 오기는 할까 싶은 전역날이긴 하지만) 전역을 신고한 바로 다음 날, 나는 까까머리를 한 채 출근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입대하는 경우, 휴직을 신청하는 거라 휴직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학교에 복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에도 얼마 전 11월에 전역하고 바로 다음 날 아이들 앞에 까까머리로 등장한 선배 선생님이 있다. 아직까지도 채 자라지 않은 그 선생님의 머리카락을 보고 있자니, 마냥 남 일 같지 않다.

앞서 나는 입대를 두고 "나라서 특별할 것도 너라서 특별한 것도 없다"라면서도 내 입대가 유달리 특별한 이유를 몇 가지 제시했다. 하지만 실은, 나뿐만 아니라 이 나라 청년들의 입대는 모두 특별하다. 각자만의 상황과 이야기들을 품은 채 현재를 잠시 접어두고 떠나는 군대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연은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아주 특별하다. 나 역시 특별하고 당신 역시 특별하다.

새해 나처럼 입대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다 가는 군대잖아, 괜찮아' '다들 하는 건데, 뭘…' 따위의 평범한 말 대신 각자의 특별한 사연에 질문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

나는 이만 2016년 아주 '특별한' 입대를 슬슬 준비해야겠다.


태그:#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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