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자격을 취득하여 해외 진출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던 김현수가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리올스와 관련되어 한국인 선수들과의 관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오리올스의 구단 부사장을 맡고 있는 댄 듀켓은 과거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을 거쳐 오리올스의 단장을 지냈고, 현재는 부사장을 겸하고 있다. 듀켓은 이전에도 한국인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몇몇 선수들과 계약을 추진하기도 했다.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듀켓은 꾸준히 아시아 선수 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김현수와의 계약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정대현, 윤석민 등 지속적인 영입 시도... 성공 사례는 없어

사실 오리올스는 최초의 KBO리그 출신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를 배출할 수도 있었다.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했던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당시 SK 와이번스)와 메이저리그 계약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대현과 오리올스는 당시 2년 320만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정대현의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테스트 결과 정대현의 혈액 간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정대현은 메이저리그 도전 대신 KBO리그 잔류를 선택하여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게 됐다.

이후 한국인 선수와 오리올스의 인연은 윤석민(현 KIA 타이거즈)으로 이어졌다. 역시 FA 자격을 취득했던 윤석민은 2014년 2월에 3년 575만 달러 보장에 옵션을 받으면 최대 13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윤석민의 당시 에이전트는 협상의 귀재라 알려졌던 그 유명한 스캇 보라스였다. 보라스는 직전 시즌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포스팅 시스템에서 다저스와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던 전례가 있었다. 또한 윤석민과의 계약 이전에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대박 계약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민의 계약 내용에 있었던 계약 첫 해 마이너리그 옵션 조건이 문제가 되었다. 첫 해에는 마이너리그 옵션이 있고, 두 번째 해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생기는 조항이었는데, 윤석민은 계약이 늦어지는 바람에 스프링 캠프에 들어가기 전까지 몸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끝내 개막전 로스터 25인 명단에 드어가는 데 실패했다.

윤석민은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 선발로 등판하며 기회를 찾았다. 그러나 시즌 중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는 등 부진 끝에 23경기 4승 8패 평균 자책점 5.74에 그치고 말았다. 시즌이 끝난 뒤 윤석민은 지명 할당(Design for Assignment) 처리되면서 메이저리그 신분이 보장되는 40인 로스터에서도 제외되고 말았다.

결국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위험 요소로 작용한 윤석민은 2015년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도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에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 운련장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던 윤석민은 결국 KIA와 4년 9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중단했다.

왼손 타자 필요했던 오리올스, 김현수와 팀의 궁합은?

사실 오리올스는 전형적으로 투수들의 전력보다는 타자들의 전력이 강한 팀이었다.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를 연고지로 하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 오리올스는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를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데, 메이저리그 구장들 중 타자들에게 친화적인 경기장으로 유명하다.

홈에서 좌측 담장까지의 거리가 101.5m인데 비하여, 우측 담장까지의 거리는 96.9m에 불과하다. 김현수의 소속 팀이었던 두산 베어스의 홈 구장인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의 좌우측 담장까지의 거리는 100m이다. 중앙 담장까지의 거리도 잠실이 125m인데 비하여 오리올스의 홈 구장은 121.9m로 짧다. 김현수가 보다 많은 홈런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오리올스는 2015년 팀 타율 0.250으로 30개 구단 중 20위에 머물렀다. 출루율은 더 참담했다. 0.307로 30개 구단 중 24위에 그칠 정도로 득점의 근간이 되는 출루 자체가 많지 않았다. 팀 홈런 217개로 30개 구단 중 3위(1위 토론토 블루제이스 232개, 2위 휴스턴 애스트로스 230개)에 오를 정도로 팀 타선의 파워 자체는 강하지만 타율과 출루율이 전반적으로 따라주지 못하여 홈런 이외에는 확실한 득점 수단이 없었다.

오리올스는 2015년 풀 타임 야수들 중 타율이 3할을 넘긴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규정 타석을 채웠던 선수도 고작 3명(매니 마차도, 애덤 존스, 크리스 데이비스)으로, 매니 마차도의 0.286이 그나마 나은 성적이었다.

물론 전형적인 팀 컬러로 인하여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선수는 7명이나 되었다. 그중 3명이 20홈런을 넘겼으며, 간판 타자 크리스 데이비스는 47개의 홈런으로 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다. 데이비스는 2013년에도 53개의 홈런으로 리그 홈런왕에 올랐던 적이 있으나 2014년에는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어 50경기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고, 이로 인하여 26홈런에 그쳤다.

그러나 데이비스도 타율 0.286에 OPS(출루율+장타율) 1.004에 달했던 2013년 성적에 비하여 그 기량이 하락하고 있다. 2015년 그의 타율은 0.262에 OPS 0.923이었다. 데이비스는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3년에도 무려 199삼진을 당하며 이 부문 최다 삼진 2위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그리고 2015년에는 무려 208개의 삼진을 당하며 이 부문 1위라는 굴욕을 안게 되었다.

데이비스는 현재 FA 자격을 취득하여 이적 시장에 나와 있다. 그러나 오리올스가 데이비스를 확실하게 붙잡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다. 두 차례의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몸값이 상승한 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삼진이 많다는 점에서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같은 몰락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오리올스는 전체적으로 팀 타선을 재정비할 필요성을 느끼고 김현수에게 계약을 제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현수는 통산 0.318의 타율과 0.406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출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통산 삼진(501개)보다 통산 볼넷(597개)이 더 많을 정도로 뛰어난 출루 능력이 돋보였다.

물론 한국인 투수들의 메이저리그 활약상은 박찬호나 류현진 등의 검증된 성적을 통해 증명되었지만, 야수들의 경우 성적 검증이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KBO리그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그 직행 야수인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중심 타선에서 활약하며 리그 전체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정호의 성적과 더불어 KBO리그 홈런왕 출신의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의 계약까지 성사되자, 강정호와 박병호에 비해 통산 타율과 출루율에서 더 우위를 보였던 김현수 역시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았고, 결국 오리올스는 김현수에게 타율 및 출루율 보강을 기대하며 이번 계약을 이뤄낸 것이다.

물론 메디컬 테스트가 남아 있어서 계약이 정식 발표되지는 않았다. 일단 김현수는 계약에 합의한 뒤 즉시 메디컬 테스트를 위하여 워싱턴 D.C.를 거쳐 볼티모어로 갈 예정이다. 그 동안 꾸준한 모습을 보여왔던 김현수가 메이컬 테스트에서 큰 문제만 발견되지 않는다면, 계약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현수가 KBO리그에서 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최초의 선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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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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