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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들은 이걸 알아야 한다. 그들이 버릇 없다고 이야기하는 '요즘 애들'이 역사를 바꿨다는 것을.
 '요즘 어른'들은 이걸 알아야 한다. 그들이 버릇 없다고 이야기하는 '요즘 애들'이 역사를 바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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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늘 버릇이 없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걱정이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서 미래가 우려스럽다"라고. 기원 전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함무라비법전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으로 시작하는, 그 시절 젊은이들에 대한 어르신들의 험담이 적혀있다고 하니 '요즘 애들의 버릇 없음'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인류의 탄생 이후 수많은 문화가 생겨나고 또 사라졌지만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 만큼은 여전히 건재하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도 벽화를 통해서 전해지고, 최근에는 세대갈등의 핵심어로 사용되기도 하니, 전 인류사를 관통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시절의 반항과 치기어림으로 아무리 포장한다 해도 여지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요즘 애들'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늘 버릇이 없었다. 그리고 '요즘 애들'의 버릇없음을 이야기하는 그들 또한 한 때는 '요즘 애들'이었다.

우리나라에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당시 어른들에게 '운동권'이라는 단어는 은혜로운 국가를 배신하는 집단이었으며, 전태일로부터 시작된 노동운동 또한 우둔한 청년의 추태라고 여겨졌다. 안정적인 일상을 최고의 덕목으로 '언제나 그랬듯이' 살아가길 바라는 기성세대에게 '요즘 것들'의 비일상적 행위는 어쩌면 허튼 짓처럼 보일지 모른다.

'요즘 애들'이 세상을 바꿨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세상은 '요즘 어른'들이 말하는, '요즘 애들'의 버릇없음으로 인해 바뀌었다. 독재에 대한 대항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끌었고, 한 청년의 죽음이 한 국가 노동권의 초석을 다지는 시발점이 됐다. 그러고 보면 거의 대부분의 창조와 발전은 사회의 천덕꾸러기들이 이뤄낸 업적인지도 모른다.

최근 '갑질'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땅콩회항, 백화점 모녀사건 등을 기점으로 생겨난 이 말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가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갑질'은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과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고작해야 몇 개월 차이 나는 상병과 이병 사이에도 '요즘 애들은 군기가 빠졌어'라는 말이 오가고, 기껏해야 한두 살 차이나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에서는 '요즘 애들'의 버릇 없음을 예방하기 위한 과칙이 존재하기도 하니, 어쩌면 '요즘 애들'의 버릇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갑질'의 한 부류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글은, '요즘 어른'들에 대한 버릇없는 '요즘 애'의 일갈이고 갑에게 던지는 을의 날계란인 셈이다. 이래나 저래나 버릇없는 '요즘 애들'로 여겨질 거라면, 기왕에, 한 말씀만 올리겠다.

누구를 위해 자기계발서는 만들어지는가

평균보다 한 뼘쯤 더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책을 많이 보는 사람일수록 베스트셀러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 '남들이 다 보는 건 난 별로'라는 식의 약간의 지적 허영도 없진 않겠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을 피하는 게 재미없는 책을 거르는 나름의 책 감식법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베스트셀러'일수록 '베스트 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말인 셈이다.

나 또한 주머니 사정을 외면한 채 다 년 간 책을 마구 사들인 경험으로 말미암아 야구선수가 가진 선구안처럼, 책을 고르는 나름의 감식안이 있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적중하는 건 제목이다. '20대에 해야 할 24가지' '30살 이전에 하지 않으면 안 될 29가지'와 같은, 이상한 당위성을 부여한 책들은 피해야한다는 맹신을 가지고 있다.

'20대에 해야 할 몇 가지'라는 뉘앙스의 제목을 가진 책을 펼쳐보자. 최고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서너 곳 옮겼다는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20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후회할만한 일을 찾아서 하며 남들이 뭐라 말하든 자신의 뜻대로 살라'는 식의 이야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의 내용은 '20대 때에는 꼭 여행을 가라, 20대에는 다분야를 공부하라, 20대에는 친구를 많이 사귀라'는 식의, 20대 강제조항 원칙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본인 맘대로 살으라 말하는 서문과 책의 내용이 다투는 모양새다.

물론 잘난 직업에 사회적인 기준에서 성공했다고 (적어도 작가 본인은) 생각할 테니 그런 뻔뻔스러운 제목으로 책을 낼 수 있는 거겠지 싶다가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양반이 내 삶을, 내 20대를 두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꽤나 불쾌하다. 하물며 한의학에서도 체질을 바탕으로 사람을 네 분류로 나누고 혈구성분을 기준으로 나누는 혈액형도 넷이건만, 우리를 20대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묶어버리는 건 조금은 가혹하게도 느껴지기도 한다.

'꼭 해야 할 일', 왜 당신이 정하시나요?

곰곰이 한 번 생각해보자. 애초에 동시대에 인생의 같은 한 구간을 살고 있다는 공통점만으로 특성을 일반화하는 게 가당키는 한 걸까? 그 어느 시대보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20대에게 '꼭 해야 할 일'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다시 책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포털 검색창에 '책'을 입력해보면, 연관 검색어에는 이런 단어들이 줄을 서고 있다. 어린이 추천 도서, 고등학생이 읽어야 할 책 100, 대학생 필독서, 살면서 꼭 읽어야 할 책. 가끔 인터넷에서 우연히 '필독서 목록'이란 걸 보게 될 때, 이런 걸 어떤 기준으로, 누가 정하는 건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 어린이들의 필독서는 왜 어른들이 정하는 걸까? 애초에 필독서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책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일수록 필독서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말을 빌리자면, '당신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1000권의 책 같은 것은 없다, 그냥 당신이 읽고 싶은 책과 읽어서 즐거운 책이 있을 뿐'이라는 게다.

내 인생도 벅찬 세상에서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책들이 출판시장에 북적인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청춘을 곧 아픔으로 정의하거나 까칠하게 살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해야만 하는 일'이란 게 있는지 반문해보자. 단순히 책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개인의 취향과 경험이 극성스럽게 작용하는데, 하물며 종속변수 세포가 무궁무진한 삶에서 공통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정말로 존재하기는 한 걸까?

책을 빙자해 '요즘 어른'들의 '인생이란 말이야…'라는 식의 비릿한 충고가 지겹도록 들려온다. 하지만 조금 더 비틀어진 시각으로, 조금 많이 까칠하게 말하자면, 이런 충고는 꼰대들의 '갑질'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각자 남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일인분의 삶을 가지고 있다. (노예제가 사라진 세상에서) 더 이상 한 사람의 인생 위에 타인의 말이 군림할 수 없다. 필독서라는 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듯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란 건 없다고 믿는다.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그런 후회들은, 그래서 '그때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은 남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들려줘야 한다.

`꼰 大(대)`
▲ 꼰 대 `꼰 大(대)`
ⓒ 전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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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청춘기자상 공모전 응모 기사



태그:#요즘 애들, #자기계발서, #청춘, #갑질,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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