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가 본격적인 2000년대 밀레니엄 유망주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4~6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70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남녀 1그룹에선 모두 2000년 이후에 출생한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피겨여왕' 김연아(25)가 은퇴한 뒤, 연아키즈로 불리운 97년생 1세대에 이어, 본격적으로 2세대 선수들이 피겨계를 이끌기 시작했다.

 최다빈의 국내대회 연기모습

최다빈의 국내대회 연기모습 ⓒ 박영진


최다빈의 정상등극과 마침내 오른 국내 최정상

여자싱글 1그룹에선 최다빈(수리고)이 박소연(신목고)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다빈은 이미 오래전부터 뛰어난 점프력으로 주목받으며 국제대회에서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지난 2013년 종합선수권에선 3위에 올라 김연아와 함께 시상대에 나란히 섰고, 올해 초에 열렸던 2015 종합선수권 대회에선 박소연에 이어 2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그리고 마침내 학수고대하던 최정상에 오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한 번 더 각인시켰다.

최다빈은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2번 모두 동메달을 따냈다. 특히 자신의 기록을 두 대회에서 연달아 갈아치우며, 170점대를 돌파해 한국선수로는 김연아와 박소연에 이어 3번째로 170점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달에 그녀가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시니어 대회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탈린트로피 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140점대에 머물렀다.

현재 그녀는 높은 기술에 비해 표현력과 스케이팅 스킬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최다빈이 받은 점수를 보면, 기술점수와 예술점수의 격차가 10~15점 가까이 나고 있다.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선 이 부분을 반드시 극복해내야만 한다.

여기에 4~6위를 차지한 안소현(목일중), 김하늘(평촌중), 김나현(과천고)도 모두 2000년 이후에 출생한 선수들이다. 안소현은 2015 종합선수권에서 3위에 오른 뒤 김연아와 한솥밥을 먹게 됐고,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김하늘과 김나현은 국내에서 꾸준히 주목받아온 이들로 특히 김나현은 이번시즌까지 무려 3시즌 동안 주니어 그랑프리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그 외에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3위에 올라 4대륙선수권에 출전하게 된 변지현(잠일고), 뛰어난 표현력으로 항상 주목받는 김규은(류종현) 등도 모두 99년생 선수들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려, 한국 피겨의 새바람을 불어왔다.

 차준환의 국내대회 연기모습

차준환의 국내대회 연기모습 ⓒ 박영진


차준환의 대반란, 남자피겨 새 역사를 쓰다

남자싱글에선 국가대표 막내인 차준환(휘문중)이 대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려 149.99점을 기록해 총점 220.40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블랙스완에 맞춰 연기한 그는 트리플악셀 점프를 실전에서 성공했고,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의 고난이도 콤비네이션 점프도 소화해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는 연기로 인상을 남긴 그는 결국 김진서(갑천고)와 이준형(수리고)을 제치고 국내 정상에 섰다.

차준환은 어렸을 적 아역배우와 발레를 하면서 끼를 인정받았고, 지난 2011년엔 SBS의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국내에서 차근차근 기량을 쌓아올린 그는 올 시즌에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에 있었던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선수 선발전을 앞두고, 불의의 부상을 당해 결국 선발전에서 연거푸 실수를 범하며 결국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한 차례 아픔을 겪은 그는 이후 가을클래식 B급 대회 등을 통해 성공적인 복귀를 치렀고, 이윽고 선배들을 제치는 대파란을 이뤄냈다.

현재 한국 남자피겨는 선수층이 매우 얇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랭킹전에 참여한 선수인원만 보더라도 여자선수는 무려 83명이나 되지만, 남자선수는 13명에 불과했다. 또한 세계 피겨계에서도 보더라도 한국 남자피겨는 정상급과는 아직까지 거리가 멀다. 최근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마의 300점벽을 돌파한 일본 피겨스타 하뉴 유즈루는 현재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를 무려 3개나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트리플악셀 점프 3개와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실전에서 수행한다.

현재 한국남자 피겨 선수들은 이제 4회전점프를 실전에서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공을 거둔 선수는 없다. 이렇게 점프 구성의 차이만 보더라도 그 벽의 체감차이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불과 14살의 소년이 트리플악셀 점프를 해내고 220점을 돌파한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또한 김진서, 이준형 등 같은 국가대표들과 경쟁함으로써 기량을 쌓아나갈 것이다.

한국피겨는 이제 어느덧 새로운 2막을 열어가고 있다. 최다빈과 차준환 이외에도 이들보다 더 어린 선수들이 그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다. 이번 대회 여자싱글 2그룹에는 2002년 이후 생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임은수(서울응봉초), 유영(문원초), 김예림(군포양정초), 도지훈(서울풍성초) 등 수많은 선수들이 나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미래를 밝게 했다. 이들은 이미 점수나 점프 구성만 보더라도 웬만한 시니어 선수를 능가하고 있어 더욱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평창을 넘어 그 이후 세대까지 책임질 이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한국 피겨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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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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