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로야구 FA 시장이 올해도 '그들만의 돈잔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2013년 이후 급격한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FA시장은 올해도 '억 소리나는' 대형 계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NC 박석민(4년 96억), 한화 김태균-정우람(이상 4년 84억), 롯데 손승락-KT 유한준(이상 4년 60억) 등은 이번 FA시장이 배출한 최고의 수혜자들이다. 현재까지 체결된 계약 규모만 무려 723억2000만 원으로 역대 FA 총액 신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대어들의 경우, 공식 발표보다 몸값을 축소했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어서 연봉 총액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조만간 FA 선수 개인 몸값이 100억대를 돌파할 것도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현재까지 체결된 계약만 723억, 역대 신기록

김태균·조인성... 한화 잔류 한화 이글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33)과 4년 84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40)도 2년 10억 원에 한화에 잔류하기로 했다. 한화는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마감시한인 11월 29일 0시를 10분 앞두고 김태균과 조인성과 계약을 마쳤다. 사진 왼쪽은 조인성, 오른쪽은 김태균.

▲ 김태균·조인성... 한화 잔류 한화 이글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33)과 4년 84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40)도 2년 10억 원에 한화에 잔류하기로 했다. 한화는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마감시한인 11월 29일 0시를 10분 앞두고 김태균과 조인성과 계약을 마쳤다. 사진 왼쪽은 조인성, 오른쪽은 김태균. ⓒ 연합뉴스


하지만 FA 선수들이라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두산 고영민처럼 타 구단과의 협상기간까지 아직도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여 '미아' 위기에 처한 선수들도 있다. 고영민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박재상도 최근 소속팀 SK와 1+1년 총액 5억5000만 원에 FA 계약을 마무리 지으며 사실상 미계약자는 고영민 한 명만 남았다. 같은 두산의 김현수(해외진출)와 오재원(군사훈련)도 있지만 이들의 상황은 고영민과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 이성열, 나주환, 이재영 같은 선수들도 FA시장에서 고영민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가 결국 소속팀으로 돌아가 사실상 백기투항을 한 바 있다. 이처럼 극소수 스타급 선수들의 대형 계약에만 가려져서 매년 발생하고 있는 FA 미아 역시 프로야구 계약 시장의 오래된 문제 중 하나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자 효용가치가 있는 준척급 선수들은 적지 않은 나이와 보상규정이라는 걸림돌에 걸려 허공에 붕 떠버리기 일쑤다. 이들이 원 소속팀에 돌아가더라도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최악의 경우, 한 시즌 이상을 쉬거나 은퇴의 기로에 몰릴 수도 있다.

FA의 숨겨진 희생양들은 또 있다. 3년 연속 FA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한화는 최근 대규모 선수 방출로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한화는 최근 박성호, 최영환, 이동걸, 지성준 등 다수의 선수들이 2016시즌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지난달 한화의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선수 명단에는 포함되어 있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고도 육성선수로 한화에 남게 된 선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FA 외부 영입을 단행한 한화가 규정상 보상 선수로 즉시 전력를 넘겨주지 않기 위하여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힘없는 선수 입장에서는 구단이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든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또한 국내 FA들의 몸값 상승은 자연적으로 전력보강의 또 다른 축인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화는 지난 시즌 후반기 에이스로 활약한 에스밀 로저스를 붙잡기 위해 190만 달러(약 21억 원)를 지출했고, 기아는 헥터 노에시를 영입하는 데 170만 달러(약 19억 원)를 들였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실제 발표한 금액보다 축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몸값 상한선이 존재하던 시절부터 뒷돈 논란이 공공연하게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와 에이전트들도 국내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보니 몸값의 기준을 국내 정상급 FA들에 맞추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이제 국내야구도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오는데 그들의 시각에서는 자신보다 못한 국내 선수들이 FA만 되면 80억~90억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현실이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인건비가 이처럼 급격하게 올라가다 보니 이제 국내 수준급 FA들과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은 이웃이자 한국야구보다 시장이 더 큰 일본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어떤 면에서는 IMF때보다 더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한국의 사회적-경제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야구계만 오로지 딴 세상에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야구계에서도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

야구계는 장기적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독자적인 수익 모델이 없고 히어로즈 외에는 대기업의 자금 지원 속에 홍보 효과만을 명분으로 버티고 있는 국내 야구 구조상, 선수 몸값만 끝없이 올라가는 기형적인 현상이 반복될 경우 어느 시점에서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현상을 자초한 것도 야구계의 몫이다. 앞으로는 문제의식을 거론하며 엄살을 떨면서 뒤로는 시장 가치와 야구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려는 국내 야구인들-구단들의 이중 잣대가 결국 시장의 기형화를 초래했다.

이제는 뭔가 제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FA 등급제와 보상규정 완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대안들이다. FA 등급제의 경우, 선수 등급별로 보상선수 범위를 조정해 선수들의 자유 이적의 범위를 넓히고 구단은 이른바 고액 선수에만 연연하지 않고 중저가형 선수나 베테랑들의 영입이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양질의 FA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많아져 불필요한 몸값 폭등도 줄일 수 있고 구단도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에서 FA 획득 연한 축소도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현행 FA제도는 고졸 9년, 대졸 8년으로 FA 취득 연수를 정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상, 검증된 수준급 선수가 FA로 시장의 나오기까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선수는 부족하다 보니 자연히 몸값 폭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FA 취득연수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만 출전 경기와 엔트리 등록 기간을 포괄적으로 반영해 부상 결장으로 인한 손해를 최대한 보상해주는 등의 보완책도 필요하다.

외국인 선수제 역시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FA 제도가 최근 논란으로 떠오르면서 선수협도 FA 등급제 등에 대하여 검토하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제 개선에 대해서는 '밥그릇' 논리를 핑계 삼아 여전히 소극적이다.

외국인 선수제 트라이아웃제도-FA제 도입, 보유선수 한도 확대 등은 리그 수준 유지를 위하여 한번쯤 검토해볼 만한 사안들이다. 외국인 선수도 잠시 쓰고 버리는 '용병' 수준을 벗어나, 구단이 시간을 두고 육성하거나 프랜차이즈스타로 키울 수도 있고, 타팀으로 보낼 때 높은 이적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는 귀중한 재산이 되어야 한다. 한국도 마이너리그처럼 자체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발굴-육성하는 시스템이 갖춰질수록 더욱 탄탄한 선수층과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에 치우친 국내 선수 시장의 기형화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프로 구단들이나 선수협을 비롯한 야구계도 몇몇 1군 스타들과 자신들의 이익만 반영한다는 비판을 새겨듣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여야할 시점에 와 있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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