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FA 시장에서 원소속 구단 재계약 우선 협상 기한이 11월 28일 부로 마감됐다. 이날까지 FA 자격을 취득하여 협상에 나섰던 22명의 선수 중 11명의 선수가 원소속 구단과 협상을 마치고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나머지 11명은 자정에 이르도록 협상을 이뤄내지 못하고 FA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KBO리그의 FA 시장은 대체로 선수들이 원소속 구단에 잔류하기를 희망하며 구단과 합의점을 찾고 재계약을 우선적으로 체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소속 구단과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고 외부 FA 시장에 나온 선수가 절반이나 되었다.

한화, KIA, LG, kt 소속 FA는 전원 재계약... 총 잔류 11명

가장 먼저 재계약한 선수는 베테랑 선발투수 송승준(롯데 자이언츠)이었다. 2007년 3월 해외파 특별 지명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송승준은 지명 직후 롯데에 입단하여 그 해부터 간판 투수로 활약했다. 그 결과 당시 특별 지명을 받았던 해외파 선수 중 가장 먼저 FA 자격을 얻었고, 롯데와 4년 40억 원(계약금 24억 원, 연봉 연 4억 원씩)에 재계약했다.

뒤이어 이범호(KIA 타이거즈, 3루수) 역시 재계약 소식을 알려왔다. 대구 출신의 이범호는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하다가 2010년에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1년 만에 KIA와 4년 12억 원 계약을 맺고 KBO리그로 복귀한 뒤 두 번째 FA를 맞이했다. 그리고 3+1년에 계약금 10억 원 그리고 연봉은 연당 6억5천만 원씩 지급 받아 도합 36억 원의 조건으로 재계약했다.

이동현(LG 트윈스, 마무리투수)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2001년에 LG에 입단한 이후 줄곧 한 팀에서만 뛰어온 이동현은 LG 출신 투수로서는 처음으로 FA 자격을 획득했다. 이동현은 4년의 계약을 원했지만, 구단에서는 그보다 짧은 기간의 계약을 원했다. 결국 마지막 날 3년 30억 원 계약에 합의한 이동현은 본업인 선발투수로 복귀하는 봉중근을 대신하여 계속 LG의 마무리투수를 맡게 되었다.

한화 이글스는 FA 자격을 취득한 두 선수를 모두 잡았다. 두 선수와의 계약이 성사되었음은 자정이 되어서야 밝혀졌다. 한화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내야수)은 FA 재자격을 취득한 뒤 계약금 20억 원과 평균 연봉 16억 원을 포함한 4년 84억 원에 재계약했다.
김태균의 계약 규모는 야수 최고 기록인 최정(SK 와이번스, 4년 86억원)의 기록에는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나이' 등을 감안한다면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3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조인성은 계약금 2억 원과 평균 연봉 4억 원 등 2년 10억 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kt 위즈에서도 유일한 FA 선수였던 김상현(외야수)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했던 김상현은 계약금 8억 원과 총 연봉 9억 원을 포함한 17억 원에 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3+1년으로 이범호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해에는 옵션이 걸려 있다. 김상현은 최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이적한 군산상업고등학교 동기 이진영(외야수)과 함께 팀의 고참으로서 계속 활약하게 됐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내야수)도 삼성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8년 동안 뛰었던 이승엽은 이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삼성에서만 뛰었던 삼성 구단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한 명이다.

계약금 16억 원과 평균 연봉 10억 원 등 2년 36억 원에 재계약한 이승엽은 KBO리그 2000안타 기록을 140개가 남겨두고 있으며, 한일 통합 600홈런 대기록도 25개만을 남겨두고 있다(KBO리그 416홈런, NPB 159홈런). 큰 부상만 없으면 2년의 계약 기간 중 대기록 달성이 가능하다.

이승엽은 이번 계약금 가운데 3억 원을 투자하여 유소년 야구선수 육성을 위한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준비는 내년부터 들어가고, 본격적인 재단 활동은 은퇴 후에 이뤄질 계획이다. 또한 2016년부터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가 개장하면서 이승엽은 새로운 구장에서 홈런 대기록을 달성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4명의 FA 선수 중 이택근(외야수), 마정길(구원투수)과 재계약했다. 이택근과는 계약금 10억 원에 연봉 5억 원 그리고 옵션 5억원이 포함된 총 4년 35억 원에 재계약했다. 마정길과는 2년 6억2천만 원으로 계약을 마쳤다.

가장 많은 FA 선수들을 배출했던 SK 와이번스는 6명 중 2명과 재계약했다. 박정권(내야수)과는 계약금 14억 원 및 연봉 4억 원으로 4년 30억 원에 계약했으며, 채병용과는 2+1년 재계약했다. 채병용의 계약은 계약금 2억5천만 원에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2억5천만 원을 받고, 2018년에는 3억 원의 옵션이 걸린 조건이다.

재계약 결렬 11명, 시장에서 가치 확인

 지난 10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5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두산 베어스 대 넥센 히어로즈 경기. 6회 말 넥센 투수 손승락이 역투하고 있는 모습.

지난 10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5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두산 베어스 대 넥센 히어로즈 경기. 6회 말 넥센 투수 손승락이 역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넥센은 손승락(마무리투수), 유한준(외야수)을 붙잡지 못했다. 손승락은 총 세 차례의 구원왕을 차지할 정도로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투수 중 한 명이었지만, 2015년 58경기에서 23세이브 추가에 그쳤다. 잠시 2군에 머물기도 하는 등 기량이 하락하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재계약에 실패한 뒤 FA 시장에 나오게 됐다.

유한준은 2015년 139경기 출전에서 188안타 타율 0.36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2014년 안타왕 서건창이 부상으로 상당수 경기를 결장한 가운데 2015년 안타왕에 오르며 팀의 수위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팀과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며 FA 시장에 나오게 됐다.

SK는 정우람(마무리투수), 박재상(외야수), 윤길현(구원투수) 그리고 정상호(포수)와의 협상이 결렬됐다. 정우람은 SK 측에서 안지만(삼성 라이온즈, 4년 65억 원)이 기록했던 역대 FA 구원투수 최고 기록을 넘는 계약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왔다.

불펜 수준급 투수였던 윤길현과 베테랑 외야수 박재상 그리고 포수 최대어로 꼽히는 정상호까지 FA 시장에 나오게 됐다. 정상호는 9구단 협상 시작일인 29일에 바로 LG와 옵션 2억원을 포함한 4년 32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며 이번 겨울에 FA를 통해 처음으로 이적한 선수가 됐다.

삼성도 3루수 박석민을 잡지 못했다. 내야수 최대어로 꼽히고 있는 박석민은 삼성이 제시한 의견과 자신의 의견이 맞지 않으면서 FA 시장에 나오게 됐다. 계약 규모에 있어서는 김태균과 최정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롯데에서 선발, 중간, 마무리를 오갔던 심수창도 FA 시장에 나왔다. 심수창은 팀 마운드의 구멍 난 곳을 그때그때 메우느라 고정된 보직에 배정되지 못했고, 이로 인하여 39경기 4승 6패 3홀드 5세이브 평균 자책점 6.01로 부진했다.

두산 베어스는 김현수(외야수), 오재원(내야수) 그리고 고영민(내야수)과 모두 재계약 협상을 이뤄내지 못했다. 일단 김현수는 예정된 상황이었다. 프리미어 12에서 대회 MVP에 선정되었던 김현수는 대회가 종료되자마자 가능하다면 해외 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KBO리그에 잔류할 경우 역대 FA 최고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되었던 김현수였으나, 사실상 해외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서 일단 해외 리그의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오재원은 4주 기초 군사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였고, 고영민과도 협상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외부 FA를 잡기 위한 구단들의 신경전이 펼쳐질 시기다. FA 선수들은 원소속 구단을 제외한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으며, 12월 5일까지 시간이 주어진다. 이후에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다시 원소속 구단을 포함한 1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외부 FA 선수와 계약을 할 경우 이전 소속 팀에 보상을 해 줘야 한다. 해당 선수의 2015년 연봉 2배 금액과 구단이 정한 보호선수 외 선수 1명을 보상으로 보내는 방법이나, 2015년 연봉 3배의 금액을 보상해야 한다.

팀 사이의 전력 균형을 위해 외부 FA는 팀당 3명씩 영입할 수 있다. 전력 보강을 위해 FA 시장에서 각 구단들이 어떠한 조건을 선수들에게 제시할지, 그리고 더 나은 선수 영입을 위해 서로의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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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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