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가 대한민국의 4-3 역전승으로 끝난 뒤 마운드 위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이대호는 9회초 무사 만루 때 2타점 역전 적시타로 이날 승리를 견인했다.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가 대한민국의 4-3 역전승으로 끝난 뒤 마운드 위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이대호는 9회초 무사 만루 때 2타점 역전 적시타로 이날 승리를 견인했다. ⓒ 연합뉴스


세계 야구-소프트볼 연맹(아래 WBSC)에서 올림픽 종목 부활을 목표로 개최한 대회 프리미어 12는 세계 야구 랭킹 1위에서 12위까지 해당되는 국가들에 한하여 출전할 수 있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최고의 대회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년도에 개최하는 이유도 올림픽 종목으로 야구가 부활할 경우 올림픽 예선 성격의 대회로 연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대회가 준비될 때부터 프리미러 12는 프리미어 대회로서의 품격을 갖추기에 부족한 점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 이번에 열린 제 1회 프리미어 12의 공동 개최국 중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가 대회 종목으로 부활하기 위해 어떻게든 대회의 흥행을 이뤄내고자 했다. 마치 제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미국이 보였던 모습과 유사했다.

1회 WBC에서 보였던 '미국의 꼼수'

당시 미국은 1회 WBC 1라운드에서 대륙별 예선을 치른 뒤 2라운드에서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이 한 조에 배정되는 방식의 대진표를 짰다. 그리고 4강전에서도 같은 조에 소속되었던 국가들과의 대결이 이뤄지게 구성했다.

하지만 막상 치러진 제 1회 WBC에서 미국은 1라운드부터 캐나다에게 일격을 당하며 2승 1패로 간신히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에서는 첫 경기 일본을 상대로 진땀승을 거뒀고, 두 번째 경기였던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는 이승엽(삼성 라이온즈)과 최희섭(KIA 타이거즈)에게 결정적인 홈런을 맞으며 처참하게 패했다.

미국은 세 번째 경기에서 멕시코와 재대결을 벌였다. 선발투수는 2005년 메이저리그 평균 자책점 1위에 올랐던 로저 클레멘스였다. 당시 경기에서 멕시코 공격 때 타구가 홈런 존과 파울 존을 구분하는 폴대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들은 2루타 판정을 내렸다. 홈런을 2루타로 둔갑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멕시코에게 집중타를 맞으며 결국 1승 2패로 탈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조에서 대한민국만 3전 전승으로 1위였고, 나머지 3개 팀이 1승 2패로 맞물리면서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대량 실점했던 미국이 탈락하고 1점 차로 패했던 일본은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일본은 4강전에서 다시 만난 대한민국을 꺾고 결승전에서 쿠바마저 꺾은 뒤 우승을 차지했다.

제 2회 WBC 대진은 1회보다 더했다. 미국은 아예 대한민국과 일본을 최소 4강전에서나 만나는 대진을 짰고, 풀 리그가 아닌 더블 일리미네이션 제도를 도입하여 한 라운드에서 특정 팀을 여러 번 만나는 대진을 짰다. 이를 통해 미국은 4강까지 진출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더블 일리미네이션 제도 때문에 대한민국과 일본은 1라운드에서 2번, 2라운드에서 2번 그리고 결승전까지 무려 5번이나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이었던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치른 끝에 일본이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프리미어 12에서의 '일본식 꼼수'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생각에 잠겨 있다.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야구 종목 부활을 위해 프리미어 12를 어떻게든 흥하게 치르려고 공식 개막전을 한일전으로 편성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일본, 미국, 멕시코,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주요 야구 강국들을 한 조에 편성하며 죽음의 조를 만들어버렸다. 실제로 8강전에서 승리했던 팀들은 모두 B조일 정도로 A조와 B조의 전력 차이는 현저히 컸다.

공식 개막전을 한일전으로 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일본은 꼼수를 쓰기 시작했다. 원래 1라운드 조별 리그와 8강전까지는 대만에서 치르고, 4강전부터 일본 도쿄 돔에서 치르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공식 개막전인 한일전에 한하여 일본에서 치르는 또 다른 꼼수를 썼다.

결국 프리미어 12의 첫 번째 경기 일정은 대한민국과 일본이 일본에서 개막전을 치르고, 다음 날에는 또 다른 개최국 대만이 개막전을 치르고, 그 다음 날에 나머지 1차전이 치러지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공동 개최국 대만도 하루 휴식을 취하게 되었고, 대한민국과 일본에게는 이동일과 휴식일이 하루씩 주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일본은 공식 개막전을 도쿄 돔이 아닌 삿포로 돔에서 치르는 일정으로 바꿔 버렸다. 심지어 개막전이 열리기 바로 전날 다목적 경기장인 삿포로 돔에서는 J리그 일정이 치러졌기 때문에 대한민국 대표팀은 삿포로 돔 적응 훈련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게다가 일본은 삿포로 돔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를 한일전 선발로 내정하며 홈 어드밴티지를 지나치게 남용했다.

이후의 일정도 문제였다. 일본은 모든 경기를 밤 경기(오후 7시 시작)로 편성한 반면 대한민국은 낮 경기까지 치러야 했다. 때문에 대한민국은 밤 경기가 끝나자마자 짐을 싸서 새벽에 이동해서 바로 낮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까지 겪었다.

게다가 조별리그 마지막 일정이 끝날 때까지 8강전이 열릴 장소가 정해지지 않을 정도로 대회 운영 자체도 허술했다. 심지어 대한민국이 8강전을 치를 경기장은 화재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경기장을 급히 바꾸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원래 2경기 모두 20일이었던 4강전에는 일본이 4강전에 진출했을 경우 일본의 경기는 19일에 치러진다는 조건이 갑자기 붙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도쿄 돔 적응 훈련을 위해 8강전이 끝나자마자 급하게 대만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이동해야 했다. 반면 일본 대표팀은 다음 날 저녁에 이동했다.

오심과 심판진 구성 꼼수에도 악조건 극복한 한국

게다가 대한민국의 경기에서는 오심 논란까지 발생했다. 미국과의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 연장전 승부치기가 시작된 10회초에 대한민국은 선행 주자 2명을 첫 타자부터 야수 선택을 통해 병살로 잡아냈다. 그러나 이때 살려두었던 주자가 도루를 시도한 상황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경기 화면에서도, 2루심이 보고 있던 자리에서도 명백히 아웃이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2루심은 세이프 판정을 내렸고, 이 판정 하나 때문에 이어진 미국의 공격에서 그 주자는 홈을 밟았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4강전에서는 아예 심판진 구성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이날의 주심은 미국 출신의 마르쿠스 파틸로였다. 대만 출신의 수 치엔-웬이 1루심을 맡았고, 2루심과 3루심 그리고 외야 우선심도 미국 심판이 맡았다.

그런데 외야 좌선심에 배정된 심판은 일본 출신의 가와구치 고우타였다. KBO리그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심판 배정에 공식 항의를 했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원회에서는 WBSC의 독립 기구인 심판부에 배정된 고유 업무로 대회 조직위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항의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여기서 문제가 된 내용은, WBSC의 주최 대회에서 주심과 내야 1, 2, 3루심은 경기를 치르는 해당 국가 출신의 심판 배정을 할 수 없지만, 외야 선심은 배정이 허용된다고 언급한 것이었다. 프로 리그 정규 시즌에서는 4심제로 진행되지만 보다 정밀한 판정이 필요한 포스트 시즌이나 국제 대회를 위해 도입된 6심제인데 외야 선심이라도 중립국의 심판을 배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 타선은 오타니와 2번의 맞대결에서는 오타니를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오타니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2선발 13이닝 3피안타 21탈삼진 무실점의 괴력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의 타선을 얼렸다.

게다가 대한민국 선발투수 이대은(지바 롯데 마린즈)은 주심의 오락가락하는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나며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던 이대은은 4회에 발생한 김재호의 아쉬운 실책으로 인해 3.1이닝 3실점(1자책)으로 조기 강판되고 말았다.

역대 한일전에서 대한민국의 8회는 일명 '약속의 8회'라고 불릴 정도로 결정적인 승리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2000년대에 열렸던 올림픽과 WBC에서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결정적인 한 방이 많이 발생하며 수많은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국가 대표에서는 물러나게 되었고, 이승엽은 이번 프리미어 12에서 특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4강전에서 대한민국의 8회초 공격 때 일본은 오타니를 내리고 개막전에서도 등판했던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를 투입했다. 그리고 노리모토는 대한민국의 8회초 공격을 단 8구 만에 끝내 버렸다.

 지난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9회 초 무사 만루 때 대한민국 이대호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친 뒤 주먹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 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9회 초 무사 만루 때 대한민국 이대호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친 뒤 주먹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9회초 공격에서 선두 타자로는 대타 오재원(두산 베어스)이 들어섰다. 대타 오재원과 9번 타자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의 연속 안타로 시작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1번 타자 정근우(SK 와이번스)의 1타점 2루타로 한 점을 만회했다(1-3).

이어서 이용규(한화 이글스)의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만루 찬스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3번 타자 김현수(두산 베어스)가 침착하게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기회를 이어갔다(2-3). 그리고 타석에는 4번 타자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들어섰다.

여기서 이대호는 일본의 마쓰이 히로토시의 4구 째 공을 노리고 경기를 뒤집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4-3). 순간 도쿄 돔을 채웠던 일본 관중들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대한민국은 9회말 정대현(롯데 자이언츠)과 이현승(두산 베어스)을 차례로 투입했고, 주심이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인색한 점을 이용하여 포수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는 철저하게 몸쪽 승부를 택하며 주심의 판정 악조건마저 완벽히 극복했다.

결승전 티켓 대폭 할인, 무책임한 경기 운영 없어야

이날 대한민국의 역전승은 일본이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하여 출전한 대회에서 가장 큰 점수차를 극복하고 이뤄낸 경기로 기록에 남았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기록했던 두 차례의 역전승 중 최다 점수차는 2점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통해 대한민국은 3점차를 극복하고 그것도 9회에만 대거 4득점하며 역전승의 대기록을 이뤄냈다.

일본은 그토록 공들여 준비했던 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8강전까지 6전 전승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4강전 단판 승부에서 결정적인 1패를 당하는 바람에 야구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물거품이 됐다. 일본 대표팀은 당초 결승전 선발까지 4강전이 열리기 전에 미리 예고하는 등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막판 집중력에서 대한민국을 이기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상 예약 매진이 예상되었던 21일 결승전 티켓이 벌써부터 할인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21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순위 결정전이 낮에 열리고 결승전이 밤에 열리는데, 대부분의 좌석은 이미 팔렸지만 일본에서는 일부 개인 판매자들이 이미 샀던 티켓들을 되팔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프리미어 12의 본래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의 퀄리티를 프리미어 게임으로 만들어야 한다. 20일 저녁 도쿄 돔에서 멕시코와 미국의 4강전이 치러지고, 이 경기의 승리 팀이 21일에 대한민국과 대망의 결승전을 치른다.

일본이 결승 전 휴식을 위해 만들어 놓았던 꼼수는 결국 4강전에서 승리한 대한민국이 혜택을 보게 되었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투구수가 많았던 선발투수 이대은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결승전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은 장원준(두산 베어스)이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일본이 의도한대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프리미어 12의 운영 방식에 있어서 보다 철저하게 중립적으로 일관된 경기 편성과 일정 운영이 필요하다. 단순히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부활을 넘어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서 보다 공정한 대회 운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야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할 경우 2019년 제 2회 프리미어 12는 올림픽 예선으로 치러지는데, 1회 대회와 같은 운영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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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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