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천왕' 차우찬의 탈삼진 쇼는 국제무대에서도 통했다. 차우찬은 지난 14일 2015 WBSC 프리미어 12 예선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동안 탈삼진만 무려 8개나 뽑아내는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멕시코전은 한국의 8강 진출을 확정 짓기 위한 분수령이었다. 한국은 이날 멕시코와 종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선발 이태양이 초반에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김인식 감독은 과감히 교체하고 계투 작전에 돌입했다.

차우찬은 한국이 4-2로 앞선 5회 1사 1루에 등판했다. 볼넷 하나와 포구실책으로 승계주자가 홈을 밟으며 한 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이어진 위기에서 헛스윙 삼진을 뽑아내며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켜냈다. 6회 이후로는 단 1피안타만 내주고 더 이상의 추가실점없이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경기 중반의 고비에서 오랜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해준 차우찬의 활약에 힘입어 대표팀은 4-3으로 신승을 거두고 드디어 8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차우찬에게 2015년은 투수로서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지는 도약기였다. 올시즌 소속팀 삼성에서 선발 요원으로 활약하며 173이닝 194개의 탈삼진으로 이부문 리그 타이틀을 차지했고 팀의 정규리그 5연패에 기여했다.

그러나 차우찬의 진가가 재조명받은 것은 오히려 한국시리즈였다.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 마운드 핵심 전력 3명이 도박파문으로 줄줄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된 가운데, 차우찬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차우찬은 선발과 구원 보직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단기전 경험도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사실상 한국시리즈 '전천후 필승조'라는 보직을 부여받았다. 한마디로 팀이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에서 보직 구분이나 긴 이닝-짧은 이닝을 가리지않고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야하는 상황이었다.

차우찬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삼성이 1차전에서 끌려가던 경기를 9-8로 역전한 상황에서 차우찬은 8회 1사 1.3루의 위기에서 등판하여 1.2이닝 무실점 4탈삼진의 역투로 팀의 승리를 지켜내고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세이브를 달성했다. 이어 4차전에서도 3-3으로 동점을 이룬 5회 2사 1,2루에서 등판하여 3.1이닝을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제몫을 다했다. 비록 삼성은 전력의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1승 4패로 무릎을 끓었지만 마운드에서 유일하게 제몫을 차우찬의 눈부신 호투만큼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한국시리즈 패배의 아쉬움을 추스를 틈도 없이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한 차우찬에게는 공교롭게도 삼성과 동일한 미션이 주어졌다. 도박파문으로 하차한 윤성환-안지만-임창용의 공백은 대표팀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김인식 감독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변수가 많은 국제대회에서 어느 보직이든 소화할 수 있는 차우찬을 대안으로 낙점했다.

차우찬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는 활약을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첫 성인대표팀 승선이었던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네덜란드전에 구원등판하여 1안타만 허용하고 온 것이 기록의 전부였고, 이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고작 2이닝 1실점에 그쳤다.

프리미어 12에서 차우찬은 비로소 대표팀 중심투수로 올라섰다. 8일 일본전에서 2이닝 1실점으로 무난한 활약을 보인데 이어 대회 두 번째 등판이었던 멕시코전에서 자신의 국제대회 출전 이래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 들어 가장 계투진의 활약이 빛난 멕시코전에서 단연 수훈갑이라고 할 만큼 차우찬의 역투는 빛을 발했다. 상대팀인 멕시코 감독조차 차우찬의 구위가 메이저리그급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차우찬의 활약은 기존 대표팀 에이스들이 부진했던 2009년 WBC에서 봉중근이나 정현욱이 깜짝 부상했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올해의 대표팀 역시 경험많은 투수들이 많이 빠진 가운데 차우찬 처럼 어느 보직에서도 제 역할을 해주는 전천후 투수의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로써 대표팀은 3승으로 조별리그 최종전인 미국전 결과와 상관없이 1차목표인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차우찬은 토너먼트에서도 대표팀 마운드의 핵심전력이 될 전망이다. 현재 대표팀의 선발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가운데 차우찬은 유사시 선발을 대체하는 1+1 전력이 될수도 있고, 중간계투나 셋업맨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시리즈에 이어 프리미어 12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차우찬은 이제 해외 스카우트들에게도 주목받는 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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