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미얀마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미얀마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감독은 더 많은 골을 기대했다. 전후반 나란히 두 골씩을 터뜨리며 완승을 거뒀지만 썩 흡족한 표정이 아니었다. 미얀마가 9월 초 쿠웨이트 원정 경기에서 0-9로 대패한 팀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그와 비슷한 골 잔치를 펼치며 자신감을 갖추기 바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린 선수들을 일부 보강해 수비 조직력과 역습 전술을 갖췄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지난 12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빅 버드)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미얀마와의 홈 경기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두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결과보다 과정에 더 주목한 경기

빅 버드 그라운드에 깔려 방향이 바뀌는 '3자 패스'가 돋보였다. 하지만 그 다음 장면까지 매끄럽지는 못했다. 축구는 그 과정과 마무리까지 제대로 맞아 떨어져야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그런 면에서 슈틸리케호의 이번 승리는 뭔가 아쉬움을 남겼다고 평가할 만하다.

왜냐하면 슈틸리케호가 바라보고 있는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월드컵 본선 등에 있는 많은 팀들이 미얀마보다는 최소한 두 수 위의 팀들이기 때문이다.

이 경기 선취골은 18분이 조금 안 돼 만들어졌다. 주장 완장을 찬 기성용이 자로 잰 듯한 롱패스로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이재성을 빛냈다. 기성용의 패스를 가슴으로 잡아놓은 이재성은 침착한 왼발 슛으로 선취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렸다.

더 늦어져 마음이 조급해지기 전에 물꼬를 튼 한국 선수들은 대량 득점을 떠올리며 압도적인 공 점유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미얀마는 결코 가벼운 팀이 아니었다. 당연히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내세웠지만 간판 골잡이 죠 코코를 중심에 두고 전개하는 역습은 '곽태휘, 김영권'이 자리를 잡은 한국 수비라인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선취골을 터뜨리고 4분 뒤에 황의조가 페널티킥을 얻어내어 정말로 골 잔치가 시작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오른쪽 풀백 장현수의 오른발 인사이드킥은 미얀마 골키퍼 죠 진 피오를 속이기는 했지만 오른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고 나오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장현수가 후반전에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헤더 추가골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기회가 주어졌을 때 확실하게 마무리짓지 못한 것은 책망의 대상이었다.

그나마 30분에 지동원의 왼쪽 크로스를 받은 소속 팀 아우크스부르크(독일) 동료 미드필더 구자철이 헤더로 추가골을 터뜨렸기 때문에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전반전을 끝낼 수 있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 둘이 만들어낸 쐐기골로 '대리 만족'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미얀마 경기에서 손흥민이 드리블 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미얀마 경기에서 손흥민이 드리블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간이 흘러 후반전이 한창 진행 중인데 추가골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미얀마 수비수들의 몸싸움이 더 거칠어진 원인도 있었다. 그럴수록 한국에게는 프리킥,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가 찾아왔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 흐름을 예상했는지 마무리 훈련 과정에서 세트 피스 연습을 반복시켰다.

그런데 80분이 넘도록 세트 피스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회도 많았고 체격 조건도 월등했지만 기본적으로 킥의 정확성 면에서 모자랐다. 오히려 49분에 만들어진 미얀마의 왼쪽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골잡이 죠 코코가 방향을 슬쩍 바꾸는 헤더로 한국 골문을 노린 게 더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63분에 황의조를 빼고 손흥민을 들여보냈다. 77분에는 구자철 대신 남태희가 들어왔다. 이때 선수 교체가 아니었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표정은 정말로 더 굳어질 뻔했다.

전반전에 기성용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가는 공격 전개 방법을 쓰며 어려움을 느꼈던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에 그 중심을 세트 피스와 교체 선수 손흥민에게 확실히 분산시키려고 애를 썼다.

오른발 세트 피스 킥은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왼발 세트 피스 킥은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이 처리했지만 손흥민의 가세로 선택지는 최소한 하나가 더 늘어난 셈이다.

덕분에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83분에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왼쪽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손흥민이 올려준 공을 수비수 장현수가 이마로 돌려넣었다. 10여 차례의 세트 피스 기회를 날려버리고 얻은 귀중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미얀마 경기에서 남태희가 한국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미얀마 경기에서 남태희가 한국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은 그로부터 2분 뒤에도 특급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팀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때 혼자 힘으로만 억지로 경기를 풀어나가려는 욕심을 부리는 것이 독이 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그였기에 더 겸손한 자세로 멋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남태희가 미얀마 수비수 둘을 드리블로 따돌리며 손흥민에게 공을 밀어줬을 때 손흥민은 자신이 직접 오른발 슛을 날리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곧바로 남태희의 공간 침투를 빛내줬다. 결정적 패스는 '타이밍'이라는 축구장의 진리를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이렇게 만든 쐐기골까지 후반전 교체 선수 둘은 가뭄에 단비같은 공격 포인트 3개(남태희 1득점, 손흥민 2도움)를 남겼다. 정확도 높은 킥,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패스 타이밍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리는데 일조했던 것이다.

이제 슈틸리케호는 오는 17일 밤 라오스와 원정 경기를 펼친다. 5전 전승(18득점 무실점)의 압도적인 실력으로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였기 때문에 2016년을 대비해서라도 더 큰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고 할 수 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결과(12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

★ 한국 4-0 미얀마 [득점 : 이재성(18분,도움-기성용), 구자철(30분,도움-지동원), 장현수(83분,도움-손흥민), 남태희(85분,도움-손흥민)]

FW ; 황의조(63분↔손흥민)
AMF : 지동원, 기성용, 구자철(77분↔남태희), 이재성(86분↔석현준)
DMF : 정우영
DF : 김진수, 김영권, 곽태휘, 장현수
GK : 김승규
- 경고 : 구자철(34분)

◇ G조 현재 순위표
한국 15점 5승 18득점 0실점 +18
쿠웨이트 10점 3승 1무 1패 12득점 1실점 +11
레바논 7점 2승 1무 2패 4득점 4실점 0
미얀마 4점 1승 1무 4패 5득점 20실점 -15
라오스 1점 1무 4패 3득점 17실점 -14
축구 슈틸리케 월드컵 손흥민 기성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