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마리아와 팔카오, 데파이와 마샬. 맨유의 7번, 9번과 연관 있는 선수들이다. 디 마리아와 팔카오는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7번과 9번을 책임지고 있는 데파이와 마샬의 선배 격이다. 그러나 그다지 썩 좋은 선배는 아니었다. 리그 적응을 실패했고,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결과는 짧은 기간 내에 이적이었다.

그들의 빠른 이탈로 대체자가 필요했다. 디 마리아의 대체자는 데파이가 선정되었다. 플레이 성향은 조금 다를지라도 드리블이라는 공통된 장점이 있다. 수비진을 흔들며 팀에 찬스를 만들어낸다. 가끔 스스로 마무리도 할 수 있다. 팔카오의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마샬이 선택받았다. 제2의 앙리로 불리며, 골 결정력이 좋다.

디 마리아와 팔카오의 이름값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데파이와 마샬. 그들의 역할은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에 처해있던 맨유에서 그 무게감은 더욱더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현재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서로 다른 역할을 위해 입성한 신인 유망주들이 동일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다. 그것도 왼쪽 측면 역할을 놓고 말이다. 원래 데파이의 자리였다. 근데 갑자기 왜 최전방 공격수 마샬과 경쟁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이들의 둥지인 맨유의 조금 애매한 행보가 그 원인이 된다. 리그에서는 10경기 6승 2무 2패로 현재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아스날과 함께 3강 구도를 만들고 있긴 하다. 저번 시즌에 비한다면 꽤나 긍정적인 초반 행보이다. 특히나 이번 시즌 제대로 된 몰락을 보여주고 있는 전년도 챔피언 첼시에 비하면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 챔피언스리그를 같이 보면 불안함이 곁들여진다. 현재 챔피언스리그에서 볼프스부르크에 이어 B조 2위이다. 그러나 CSKA 모스크바와 함께 공동 2위이다. 맨유와 4위를 차지하고 있는 PSV와는 승점이 딱 1점 차이가 난다. 자칫 조별리그 탈락을 할 수도 있는 위기이다.

과거 퍼거슨 감독 시절이었다면 '행운의 조 편성'이라며 손뼉을 쳤을 것이다. 그만큼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경기력이 확연히 다르다. 전형적으로 강팀에게는 약하다. 그러나 약팀에게도 그렇게 강하진 않다. 조금 애매한 전력이다. 맨유의 올바르지 못한 행보의 중심에는 바로 데파이와 루니가 있다.

데파이는 시즌 초반 썩 괜찮은 적응 속도를 보여주다 현재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출전 기회도 얻질 못하고 있다. 덕분에 마샬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대표팀에서도 왼쪽 측면으로 주로 기용된다. 원래 주 포지션도 윙포워드였다. 마샬은 중앙과 왼쪽 측면 어디에서나 제 몫을 한다. 이미 반 할 감독의 눈도장도 확실히 찍어놓은 상태다.

루니는 그래도 팀의 주장이다. 반 할 감독은 공격 포인트보다 더 큰 의미를 루니에게 부여한 것 같다. 예전의 감각을 살릴 때까지 루니에게 꾸준한 출전 기회를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파이와 마샬의 예상치 못한 경쟁이 시작됐다. 애슐리 영이 있지만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했다. 경기 감각을 익히려면 시간이 조금 소요된다.

만약 애슐리 영이 왼쪽 측면으로 돌아온다면, 마샬이 다시 중앙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애슐리 영의 활약이 미비하다면 반 할 감독이 과연 데파이를 다시 중용할 것인가. 이것이 고민해볼 문제다.

반 할 감독은 아마 마샬을 다시 왼쪽 측면으로 배치할 것이다. 현재 맨유에서 마샬보다 상대 팀에게 위협적인 왼쪽 윙어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도 무려 7회의 드리블을 성공시켰다. 2위가 발렌시아로 2회의 드리블 수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해보면, 따라잡을 선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데파이가 마샬을 따라오기는 쉽지가 않다. 활동량을 늘리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하루아침에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데파이는 마샬과 원래 '공존'해야 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현재 '경쟁'하고 있다.

아직까지 맨유에 데파이가 큰 영향력을 가지지 못 했다. 마샬이 더욱더 활약한다면 데파이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다. 동시에 반 할 감독의 고심도 깊어져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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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스포탈코리아 중복 게재
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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