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팀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더 주어졌지만 끝내 아스널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로써 축구장에서 들리는 두 가지 명제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하나는 '골키퍼가 상대 팀의 모든 슛을 막아낼 수는 없다'는 것과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이 월등히 높다고 해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것들이 축구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스널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전 3시 45분 런던에 있는 아스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3차전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홈 경기에서 2-0으로 이겨 조별리그 탈락 위기를 면할 수 있게 되었다.

다 막아낼 것 같았던 노이어 골키퍼의 높은 벽

경기 시작 전까지 절대적으로 불리한 쪽은 아스널이었다. 앞선 두 경기를 모두 패했기 때문에 16년만에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쓸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구나 아스널로서는 이번 세 번째 경기 상대가 하필이면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뿐 아니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모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있는 최강의 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올림피아코스(그리스),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실점 없이 무려 8골을 몰아넣은 막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스널 선수들이 지레 겁부터 먹고 주저앉을 수 없었다. 안방 팬들 앞에서 엉덩이를 뒤로 빼고 비겁하게 경기를 펼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의 선택지는 단 하나, 밸런스를 유지한 상태에서 감행하는 '공격 축구'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뛰어야 했다.

아스널 상대 팀 바이에른 뮌헨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 철학을 담아 예상했던 대로 점유율 높은 패스 축구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축구는 확실한 결과물인 '골'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기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었다. 수비수 코시엘니와 노련한 골키퍼 체흐가 버틴 아스널의 수비력은 예상보다 강했다.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아스널은 공 점유율 면에서 '아스널 30% : 70% 뮌헨'으로 밀렸지만 최대한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며 잘 버텨주었다. 그 와중에 드문드문 공격 기회를 잡았을 때 효율적인 슛을 뮌헨 골문으로 퍼부었다.

그런데 바이에른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벽은 꽤 높았다. 경기 시작 후 7분만에 공격형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선취골을 노렸지만 노이어가 오른쪽으로 낮게 몸을 날리며 기막히게 쳐냈다. 외질이 자랑하는 왼발에 걸리지 않은 것이 아쉬운 순간이기도 했다.

노이어의 슈퍼 세이브는 33분에 더욱 빛났다. 런던 홈팬들 입장에서 당연히 골을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정도로 시오 월콧의 정면 헤더가 강력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노이어가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공을 걷어냈다. 그 위치가 골 라인 바로 위였기 때문에 더욱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골키퍼로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CF)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고의 선수상을 경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리비에 지루, 교체 투입 3분만에 활짝 웃다

하지만 노이어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90분 이상의 시간을 골키퍼 혼자서 버틸 수는 없는 것이 바로 축구의 진리 중 하나였던 것이다. 공격적 흐름에서 원하는 결과물인 '골'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슈퍼 세이브 능력이 뛰어난 골키퍼를 보유한 팀이라 해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 셈이다.

후반전도 중반을 넘어서서 74분에 승부의 갈림길이 만들어졌다. 아스널 골키퍼 페트르 체흐도 상대 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못지 않게 경험 많고 순발력 뛰어난 인물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을 뿐이다. 바이에른 뮌헨 골잡이 레반도프스키의 오른발 앞에 결정적인 선취골 기회가 찾아왔지만 포기하지 않고 몸을 날린 페트르 체흐의 슈퍼 세이브가 빛났다.

그리고 아스널 벤치에서는 이 선방과 거의 동시에 골잡이 올리비에 지루를 시오 월콧 대신 들여보냈다. 거짓말처럼 단 3분만에 바로 올리비에 지루가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벵거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런던의 화요일 밤 하늘을 멋지게 수놓는 순간이었다.

77분에 산티 카솔라가 아스널의 미드필드 프리킥을 감아올렸고 바이에른 뮌헨 골문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먼저 뮐러와 코시엘니의 높은 공 다툼이 벌어졌는데 여기에서 공 방향이 슬쩍 바뀔 것을 예상한 골키퍼 노이어는 달려나가 몸을 날렸다. 하지만 공이 떨어지는 순간 시야가 가린 노이어는 그 공을 그대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바로 뒤에서 몸을 날리는 올리비에 지루의 선취골이자 결승골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다 끝날 무렵 아스널은 오른쪽 풀백 베예린의 기막힌 가로채기 후 크로스로 메수트 외질의 발리 슛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활짝 웃었다. 여기서도 뮌헨의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외질의 슛을 걷어냈지만 골문 바로 옆에서 지키고 있던 추가 부심이 골을 선언했다. 노이어의 손이 이미 골 라인을 넘어버린 공을 걷어낸 것이었다.

68%에 이르는 압도적인 공 점유율을 자랑하며 경기를 전반적으로 지배한 바이에른 뮌헨은 모두 741개의 패스 중에서 646개의 패스(성공률 87.2%)를 성공시켰지만 정작 중요한 골은 단 한 개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시즌 첫 패배의 쓴맛을 봤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가 엄청난 슈퍼 세이브 실력을 발휘하고 공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에서도 상대를 압도했지만 두 골을 내주며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것이 수많은 전문가들이 풀지 못한 축구장의 오묘한 명제들이라 할 수 있겠다.

아스널 FC와 바이에른 뮌헨은 다음 달 5일 장소를 푸스발 아레나(뮌헨)로 옮겨 또 하나의 명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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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F조 3차전 결과(21일 오전 3시 45분, 아스널 스타디움-런던)

★ 아스널 FC 2-0 바이에른 뮌헨 [득점 : 올리비에 지루(77분,도움-산티 카솔라), 메수트 외질(90+4분,도움-베예린)]

◎ 아스널 선수들
FW : 시오 월콧(74분↔올리비에 지루)
AMF : 알렉시스 산체스(82분↔키어런 깁스), 메수트 외질, 아론 램지(57분↔옥슬레이드 체임벌린)
DMF : 산티 카솔라, 코클랭
DF : 몬레알, 코시엘니, 메르테자커, 베예린
GK : 페트르 체흐

◎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FW : 레반도프스키
AMF : 더글라스 코스타, 티아고 알칸타라, 토마스 뮐러
DMF : 사비 알론소(70분↔조슈아 키미히), 비달(70분↔하피냐)
DF : 베르낫, 보아텡, 알라바, 필립 람
GK : 마누엘 노이어

◇ F조 현재 순위
FC 바이에른 뮌헨(독일) 6점 2승 1패 8득점 2실점 +6
올림피아코스 FC(그리스) 6점 2승 1패 4득점 5실점 -1
아스널 FC(잉글랜드) 3점 1승 2패 5득점 5실점 0
GNK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 3점 1승 2패 2득점 7실점 -5
축구 골키퍼 아스널 FC 바이에른 뮌헨 노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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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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