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레와 추신수 '서로 고생했어'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가 4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지난 4일(현지시간), 우승의 주역이 애드리안 벨트레가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 중이던 추신수에게 축하의 맥주를 뿌리고 있다.

▲ 벨트레와 추신수 '서로 고생했어'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가 4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지난 4일(현지시간), 우승의 주역이 애드리안 벨트레가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 중이던 추신수에게 축하의 맥주를 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2015시즌 키워드는 사자성어로 요약하면 고진감래(苦盡甘來) 혹은 권토중래(捲土重來)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야말로 '최악의 순간'과 '최고의 순간'을 모두 경험하며 야구인생에 겪을 수 있는 모든 희로애락을 한 시즌에 응축했다. 그래도 전반기 최악의 부진을 극복하고, 후반기에는 팀의 주역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며 포스트시즌까지 경험했으니 전체적으로는 '해피엔딩'으로 평가할 만한 시즌이었다.

추신수가 올 시즌에 남긴 기록은 149경기 출전에 타율 0.276(30위) 출루율 0.375(6위) 22홈런(26위) 153안타 82타점(24위) 94득점(10위)이었다.

'악몽'의 4월을 '환희'의 9월로... 롤러코스터 탄 2015시즌

시작은 좋지 않았다. 특히 4월은 악몽이었다. 추신수는 올 시즌 4월 52타수 5안타 타율 0.096을 기록하며 1할 대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낮은 타율을 나타낸 타자가 됐고, 크고 작은 부상이 겹쳐 시즌 초반 결장도 잦았다.

자연히 여론도 나빴다. 추신수가 2014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텍사스와 7년에 1억3000만 달러 대박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주변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타율 0.242, 출루율 0.340에 13홈런·110안타·40타점·58득점의 초라한 성적에 그치며 부상까지 겹쳐 일찍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팀을 위해 부상에도 출전을 강행하며 희생을 감수했다는 동정론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고액 연봉과 비교하면 몸값을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절치부심한 올 시즌 초반에도 부진이 이어지자 추신수를 바라보는 텍사스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일부 지역 언론에서는 트레이드해서라도 추신수를 처분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추신수가 부진에서 조금씩 벗어난 것은 5월부터였다. 추신수는 5월 한 달 동안 타율 0.295를 기록하며 조금씩 타격감을 회복했다. 하지만 초반 부진으로 신뢰를 잃은 6~7월에는 좌완투수에 잦은 기복을 보이며 하위타순으로 밀려났고, 종종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받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수비력 문제를 둘러싸고 제프 베니스터 감독과의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속에서도 추신수의 타격감은 조금씩 올라왔다. 꿀맛 같은 올스타 휴식기 이후 추신수는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7월 22일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것은 추신수의 상승세에 기폭제가 됐다.

팀이 포스트시즌 경쟁 체제로 접어든 9월 들어 추신수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시즌 타율 2할 5푼의 벽을 마침내 넘기면서 브레이크 없는 고공질주가 계속됐다. 9월 성적은 타율 4할 4리에 출루율 5할 1푼 5리, 장타율은 6할 2푼 5리를 기록했다. 타율과 출루율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하며 아메리칸리그 '이달의 선수(9월)'에 선정됐다. 텍사스가 기대했던 출루머신, 그에 걸맞은 완벽한 부활이었다.

후반기 활약만 놓고 본다면, 추신수는 69경기에서 타율 2위(3할 4푼 3리), 출루율 1위(4할 5푼 5리)에 오르는 등 MVP급으로도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전반기 80경기에서 타율 2할 2푼 1리(307타수 68안타) 11홈런 38타점 출루율 3할 5리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같은 선수의 기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반전이었다. 22개의 홈런은 개인 최다 타이기록이다. 또한 82타점은 2010년 이후 추신수의 최고 기록이었다.

추신수의 활약에 힘입어 텍사스도 예상을 깨고 4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88승 74패)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추신수가 빅 리그 데뷔 이후 지구 우승을 맛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신수가 만일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만 아니었다면, 3할대 타율 이상을 넘어 역대 최고의 시즌도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극과 극을 오가는 4월과 9월의 성적표를 비교하면 이 정도로 극심한 슬럼프를 딛고 시즌 후반기에 재기한 것도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전체를 통틀어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추신수의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투혼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추추트레인의 엔진, 내년에도 불 뿜을 수 있을까

추신수, 양키스전 4타수 3안타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가 지난 7월 29일 텍사스 애링턴 글로브 라이브 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2회에 안타를 쳐 냈다.

▲ 추신수, 양키스전 4타수 3안타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가 지난 7월 29일 텍사스 애링턴 글로브 라이브 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2회에 안타를 쳐 냈다. ⓒ 연합뉴스/EPA


거의 완벽했던 후반기였지만, 포스트시즌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출전했지만 1경기에 그쳤고 팀도 패배했다. 사실상 제대로 된 포스트시즌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텍사스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패하여 챔피언십 진출에 실패했다. 애초 토론토의 일방적인 우세가 예상된 것을 참작하면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먼저 2연승을 거두고도 내리 3연패를 당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었다.

추신수는 디비전 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2할 3푼 8리(21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 4득점 출루율 2할 7푼 3리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후반기 활약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팀의 승패와 엇박자가 난 모습이 더 아쉬웠다.

디비전 시리즈에서의 활약 역시 추신수의 정규시즌 흐름과 흡사했다. 추신수는 팀이 승리한 1·2차전(9타수 1안타)을 비롯하여 3차전까지도 14타수 1안타(.077)의 부진으로 시즌 초반 4월을 연상시키는 활약을 펼쳤지만, 4·5차전에서는 8타수 4안타(타율 0.500) 1홈런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추신수의 활약과 무관하게 팀은 연패에 빠지며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다사다난했던 2년 차 시즌을 마치고 추신수는 FA 계약 이후 쏟아진 마음의 짐을 덜어내며 조금이나마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추신수를 바라보는 의문의 시선이 아직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미국 언론인 CBS 스포츠는 텍사스의 시즌 결산과 내년 전망에 대하여 타선의 주축인 아드리안 벨트레와 추신수 등이 30대 중반을 넘기며 노쇠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을 불안요소로 꼽았다. 프린스 필더가 올 시즌 전 시간 지명타자로 자리매김하면서 타선과 야수 운용의 폭이 줄어들었고, 추신수가 수비력에서 여러 차례 불안함을 드러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추신수의 적지 않은 나이에 대한 우려는 장기계약을 맺을 때부터 지적되었던 사항이다. 내년이면 어느덧 34세가 되는 추신수가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잔 부상을 떨쳐내고 건강한 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가 다음 시즌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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