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이 팀당 평균 5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내셔널리그의 포스트 시즌 진출 5개 팀이 모두 확정되었다. 9월 30일(이하 한국 시각)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앞세워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꺾고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내셔널리그의 5번째 포스트 시즌 진출 팀이 됐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가 텍사스 레인저스, LA 에인절스 그리고 휴스턴 애스트로스까지 3개 팀이 남은 티켓 2장(서부지구 우승, 리그 와일드 카드 2위)을 놓고 아직까지 혼전을 벌이는 가운데, 사실 내셔널리그는 9월에 접어들면서 포스트 시즌 대진표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들 중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 시즌 99승을 기록하고 있다. 뒤이어 내셔널리그 2위와 3위는 놀랍게도 다른 지구의 우승 팀들이 아니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시카고 컵스이다. 이들은 리그 2위와 3위이면서도 리그 1위가 같은 지구에 있는 탓에 현실적으로 와일드 카드를 노리게 됐다.

피츠버그는 카디널스와의 시리즈가 남아 있어 아직 지구 우승 및 리그 1위에 대한 가능성이 남아 있고, 컵스는 와일드 카드 2위가 확정됐다.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팀은 디비전 시리즈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상대 팀보다 승률이 높아도 홈 어드밴티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동부지구의 뉴욕 메츠 역시 지구 2위 워싱턴 내셔널스와 현저한 격차를 보이며 지구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서부지구 선두였던 다저스도 지구 2위 자이언츠와의 격차가 5경기로 벌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저스는 29일 경기까지 4연패를 당하며 자이언츠와의 격차가 점점 좁아지고 좀처럼 지구 우승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고 늘어지던 순위 경쟁, 커쇼가 끝냈다

결국 다저스와 자이언츠는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에서 순위 경쟁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저스는 29일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평균 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던 잭 그레인키를 선발투수로 등판시켰으나 연장 12회 말 중견수를 내야에 투입하는 5인 내야수 시프트까지 썼음에도 끝내 패하면서 매직 넘버 2를 줄이지 못했다.

결국 다저스는 다음 날 에이스 커쇼가 등판하는 경기에 결단을 맡겨야 했다. 게다가 자이언츠의 이 날 선발투수는 전년도 월드 시리즈 MVP였던 자이언츠의 "슈퍼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였다. 원래 자이언츠에 강했고 AT&T 파크에서도 자이언츠의 저승사자나 다름 없던 커쇼는 유독 범가너와 맞대결 했을 때 이전까지 전적이 1승 4패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구 우승이라는 팀의 목표가 확실해진 경기에다 라이벌 맞대결이라는 점, 게다가 커쇼는 올해 정규 시즌에서 선발 등판 기회가 2번이 남아 있는 가운데 시즌 300탈삼진에 성공하기 위해 19개의 탈삼진이 더 필요했다는 점까지 작용했다.

커쇼는 올 시즌 범가너와의 맞대결에서 3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올 시즌 가장 중요한 맞대결에서 1피안타 1볼넷 13탈삼진으로 완봉승을 거뒀다(103구). 3회에 허용한 안타와 볼넷만 아니었다면 다른 이닝은 모두 완벽했다.

다저스 타선은 3회 초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홈런과 6회 초 A. J. 엘리스와 루지아노의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범가너를 5.2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112구). 다저스 타선은 8회 초 4점을 추가하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 디비전 시대 월드 시리즈 진출 전무... 징크스 깨나

다저스의 3년 연속 지구 우승은 다저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초이다.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을 포함해도 3년 연속 정규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었다. 캘리포니아 주로 연고지를 이전한 다음에 다저스는 1965년과 1966년, 1977년과 1978년, 1994년과 1995년(1994년은 파업으로 인하여 포스트 시즌 없음), 2008년과 2009년에 2년 연속으로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바 있었다.

그리고 다저스는 1965년에 월드 챔피언, 1966년과 1977년 그리고 1978년에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1994년 파업 이후 디비전 시대(리그 당 3개 지구로 개편)가 열리면서 다저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그다지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다. 특히 박찬호가 활약했던 2008년과 2009년에는 2년 연속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두 해 모두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리그 챔피언을 내줬다. 당시 박찬호는 2008년에는 다저스, 2009년에는 필리스 소속이었다.

커쇼-그레인키-류현진의 원투쓰리 펀치가 구축된 뒤 다저스는 2013년부터 3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3년에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2014년에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가을 좀비" 카디널스를 만나 처참하게 당하고 말았다. 특히 에이스 커쇼는 2년 동안 카디널스에게만 4전 전패를 당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스트 시즌에서 특정 팀에게 4연패를 당한 최초의 투수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다저스는 2015년 포스트 시즌의 첫 상대로 내셔널리그 4위이자 동부지구 우승 팀인 뉴욕 메츠를 만나게 됐다. 2006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3전 전패로 당했던 굴욕을 설욕할 수 있는 기회가 9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메츠를 꺾어야 중부지구 3개 팀 중 한 팀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다.

카디널스가 최근 몇 년 동안 포스트 시즌에서 보여준 "가을 좀비" 모습이 다시 등장한다면, 다저스는 또 카디널스를 상대해야 한다. 커쇼에게 있어서는 그동안 당했던 굴욕을 한꺼번에 되갚을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런데 카디널스는 현재 팀 전력 안정에 지대한 공헌을 하던 주전 포수 야디어 몰리나가 부상으로 인하여 21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다저스도 류현진이 어깨 관절 와순을 치료하느라 포스트 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여, 커쇼와 그레인키의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다. 카디널스의 전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커쇼가 개인 징크스와 함께 팀 징크스까지 극복하고 챔피언의 영예를 끌어 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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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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