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팀의 조제 모리뉴 감독은 주심의 경기 종료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이긴 팀의 로페테기 감독과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라커룸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를 지도할 때의 제자인 이케르 카시야스가 챔피언스리그 152번째 출장 신기록을 세웠지만, 현장에서 축하 인사를 보내주지는 못했다. 아마도 종료 직전에 안토니오 라호즈(스페인) 주심이 페널티킥을 얻을 기회에서 호루라기를 불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듯 보였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끄는 첼시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30일 오전 3시 45분 포르투에 있는 에스타디우 두 드라강에서 열린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조 2차전 FC 포르투(포르투갈)와의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축구장의 인연, 그리고 운명

현 첼시 FC의 감독 조제 모리뉴와 현 FC 포르투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탈리아 클럽 인테르 밀란을 유럽 최고의 팀으로 올려놓은 모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의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모리뉴는 2004년에도 FC 포르투 구단의 트로피 룸에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멋지게 진열한 바 있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이제 자신들이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릴 차례라며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모리뉴 감독은 2013년 5월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지휘하면서 2011-2012시즌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 우승과 2011년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우승 기록만 남기고 마드리드를 떠나 런던으로 직장을 옮겼다.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골키퍼와 감독으로서 두 사람은 누구보다 신뢰를 주고받아야 할 관계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렸다. 특히, 모리뉴 감독이 공개 석상에서 이케르 카시야스의 골키퍼 능력에 대해 미덥지 못하다는 말을 자주 꺼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케르 카시야스가 레알 마드리드 시절 들어 올린 트로피를 대충 살펴도, 그의 성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정규리그 프리메라 리가 트로피는 기본이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도 세 개나 된다. 여기다가 스페인 국가대표로 뛰면서 FIFA 월드컵 트로피는 물론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 트로피도 가장 높이 치켜든 바 있다. 테니스나 골프로 치면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휩쓴 것이나 다름없는 기록이다.

이렇게 놀라운 실력을 자랑하던 골키퍼가 이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을 앞두고 정들었던 친정 팀을 떠나 FC 포르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운명의 장난인 듯 이적 후 첫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바로 그 조제 모리뉴 감독을 상대 팀으로 만난 것이다.

152경기 출장 대기록 카시야스, 슈퍼 세이브로 승리 지켜

이케르 카시야스는 이번 경기에 장갑을 끼고 나와 UEFA 챔피언스리그 최다 출장 신기록(152경기)을 만들었다. 이전까지는 전 FC 바르셀로나의 주장 챠비 에르난데스와 같은 기록이었다. 챠비가 지금은 카타르의 알 사드 SC에서 뛰고 있으므로 카시야스의 신기록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시야스는 모리뉴 감독이 보는 앞에서 놀라운 순발력을 자랑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시작 후 6분 만에 첼시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기습적인 오른발 슛이 포르투 골문을 노렸지만 이케르 카시야스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그 공을 기막히게 쳐 냈다.

카시야스는 그로부터 7분 뒤에도 더 아찔한 위기 상황을 맞았지만, 첼시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왼발 슛을 각도를 줄이며 달려 나와 오른발 끝으로 막아내는 활약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파브레가스와 페드로는 카시야스의 전 소속 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FC 바르셀로나 출신이어서 더욱 묘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카시야스는 전반전 종료 직전에 첼시 미드필더 윌리안이 23m 지점에서 감아 찬 직접 프리킥으로 동점 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반전 초반에 팀의 주장 마이콩 페레이라가 재치있게 왼쪽 코너킥을 이마로 돌려 넣으며 결승 골을 터뜨리는 바람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와 조제 모리뉴 감독의 두 번째 만남은 장소를 런던으로 옮겨서 오는 12월 10일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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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G조 결과(30일 오전 3시 45분, 포르투)

★ FC 포르투 2-1 첼시 FC [득점 : 안드레 안드레(39분), 마이콩 페레이라(52분,도움- 루벤 네베스) / 윌리안(45+1분)]

◇ G조 현재 순위표
FC 디나모 키에프 4점 1승 1무 4득점 2실점 +2
FC 포르투 4점 1승 1무 4득점 3실점 +1
첼시 FC 3점 1승 1패 5득점 2실점 +3
마카비 텔-아비브 FC 0점 2패 0득점 6실점 -6
축구 챔피언스리그 주제 무리뉴 이케르 카시야스 FC 포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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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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