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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게임맵을 패러디해, 헬조선의 현실을 빗대고 있다.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게임맵을 패러디해, 헬조선의 현실을 빗대고 있다.
ⓒ 트위터 이카무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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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터넷에서 '헬조선'(지옥+조선), '지옥불반도'(지옥불+한반도), '망한민국' 등의 신조어를 들어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청년들이 한국의 10대 입시지옥, 20대 취업지옥, 30대 주거·결혼지옥 등의 현실을 꼬집는 표현이지요.

특히 헬조선의 현실을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WOW)의 게임맵 지도에 빗댄 '지옥불반도 지도'는, 인터넷 상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몇 차례 언론에도 소개됐고, 특히 JTBC는 지도에 등장하는 소재 일부에 대한 해설도 시도했습니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 지도입니다. '대기업 성채'를 가기 위해선 출생의 문을 넘어 노예 전초지를 거쳐야 하고, 공무원 거점에 들어가기 위해선 '백수의 웅덩이'를 지나야 합니다." 17일 <JTBC> 뉴스룸 중.

문제는 그 어떤 언론도 '지옥불반도'를 제작한 사람이 누구고, 실제로 어떤 제작 의도였는지, 또 등장하는 소재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충분히 접근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창작물들은 파급력 때문에, 제작자를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단독으로 제작자를 어렵게 수소문해, 직접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트위터 이용자 '이카무스메'와 필자가 나눈 대화 일부. 그는 친절하게 지옥불반도의 요소들을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트위터 이용자 '이카무스메'와 필자가 나눈 대화 일부. 그는 친절하게 지옥불반도의 요소들을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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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인 트위터 이용자 '이카무스메'님의 답변은 놀라웠습니다. 그는"이렇게 퍼질줄은 몰랐"다면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해석한 데가 없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의 친절한 자문을 구해, '지옥불반도'의 소재들의 베일을 완벽히 벗겨드립니다.

그는 지옥불반도를 보기 전 주의해야할 점은 지옥불반도를 "흐름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까지 분석이 불충분했던 건, "정치인의 옥좌, 금수저 무기고, 군대, 미개감시탑, 공무원 거점, 자영업 소굴"만큼은 "독립적 성격"이라는 걸 염두에 두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우선 흐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겠습니다.

흐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

○ STEP1(출생): 그는 우선 한국에 태어난 것을 "지옥문"이 열려 "지옥불반도에 태어났다"고 표현합니다. 각자도생의 살육적 경쟁의 굴레가 씌워진 것입니다.

○ STEP2(주입식 교육): 그 다음은 "예비 노예로 노예 전초지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극소수의 승자와 절대 다수를 가르며, 경쟁으로 닦달하는 주입식 교육을 뜻합니다. 헬조선의 평균적인 청년들의 삶이 고달파지는 불행의 시작이기도 하죠.

○ STEP3(문·이과 분열):  그후 "문과, 이과로 나"뉩니다.

○ STEP4(취직이냐 백수냐): 이후 취직을 하거나, 백수의 웅덩이에 빠집니다. 특별히 문과가 백수의 웅덩이에 가까운 건 "현실이 그런 테크(과정)"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랍니다. 지난 8월의 청년 체감실업률은 22.5%에 달했습니다(10일 <머니투데이> 단독).

이카무스메의 '헬조선 지옥불반도 지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필자가 재구성해보았다.
 이카무스메의 '헬조선 지옥불반도 지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필자가 재구성해보았다.
ⓒ 이카무스메/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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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군대는 왜 지옥불반도 한 구석, 그것도 노예전초지 가까이 있을까요? 세상과 격리된 공간으로 강한 기본권 통제가 가해지기 일쑤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 공무원 거점/자영업 소굴: 취직이 어려우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어렵사리 공무원이 되거나 "자영업 소굴로 빠"집니다. 물론 점주가 되긴 어렵습니다. 창업도 돈이 있어야할 수 있습니다. 평생 알바생으로 자영업 소굴을 헤맬 수도 있는 겁니다.

○ 치킨 사원: 치킨 사원을 집어넣은 이유는 "자영업 대표주자"이기 때문이랍니다. 왜 종교적 의미의 "사원"일까요? 치킨을 치느님(치킨+하느님)이라 숭상하며, 좋아하는 헬조선인들의 식성과 가족애적 성격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치킨집을 운영하는 것? 낭만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여기가 각자도생 살육전의 '지옥불반도'란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필자의 모친께서도 치킨집을 운영하셨습니다. 그런데 경쟁 치킨집 사이에도 교활한 꼼수들이 오가기 일쑤입니다. 가령, 주민등록증 검사를 안 하면 해당 업소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규정을 악용하는 겁니다.

미성년자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노안의 미성년자들을 매수해 경쟁업체에서 술을 마시게한 후, 신고를 해 영업정지를 먹여버릴 수 있죠. 프랜차이즈에 영업정지 3개월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가세는 완전히 몰락했고, 지금도 가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치킨 사원이 과연 낭만적이기만 할까요?  (사족이 길었네요. 이어서 보도록 하죠.)

○ 탑골공원: 하지만 이렇게 노예처럼 서로를 밟고 죽이면서 아귀다툼을 벌여서 남는 건 무엇일까요? "마지막으로 남는건 탑골공원 행"이라는 허망한 결말입니다.

○ 금수저 무기고: 그러나 이런 살육전이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서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한 유저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기득권들의 논리를 이렇게 비판합니다.

"헬조선은 계층 이동의 기회가 평등하다면서도, 금수저는 아이템전이고 흙수저와 똥수저는 노템전(아이템 없이 치르는 게임 속 전투)인 나라다. 그리고 똥수저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아이템은 죽창이다."

○ 정치인의 옥좌: 상황이 이런데 정치인들은 대체 뭐하는 걸까요? 제작자는 정치 공간은 "그들만의 리그로 저 위에 존재한다"고 진단합니다. 씁쓸하지만 냉정한 진단입니다. 강준만 교수가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진단한 대로, "정치인들은 늘 명백한 의도를 갖고 그러는 건 아닐망정 정치혐오를 증폭시키기 위해 애를"쓰고 있습니다.

"과거 국회에서 몸싸움이라든가 지금도 심심하면 터지는 '막말 파동'을 수반한 정치인들 사이의 이전투구와 계파 이익을 위한 권모술수 등은 대중의 정치혐오를 키움으로써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줍니다. "과거 과자가 귀하던 시절 어린애들이 과자에 침을 퉤퉤뱉어 놓음으로써 자기 소유권임을 분명히 해놓는 것"처럼, 청년들을 차단합니다.

○ 이민의 숲: 암울한 상황의 대안은 없을까요? 가장 먼저 제시되는 대안은 이른바 '탈조선' 즉 이민입니다. 17일 JTBC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만여 명 중 90%가, 20~40대인 가운데 88%가 '한국이 싫어서 다른 나라로 이민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탈조선에도 '노오력'은 필요합니다. 각 나라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이민법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미개 감시탑: 지옥불반도는 이제 아무런 탈출구가 없을까요? 마지막 희망은 '미개 감시탑'입니다. 제작자는 미개 감시탑이, "흐름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청년들이 지옥불반도의 노예화된 삶을 조망하며, 비판적 태도를 취해 '미개함'을 포착하고 그 원인을 주입식 교육에 찾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초월적 공간인 '미개감시탑'의 청년들은 재난·종말영화 감상자와 무척 흡사합니다. 자연재해(<2012>), 계급투쟁 디스토피아(<설국열차>), 파국을 맞이한 지구(<오블리빌리언>) 등 종말 영화를 주제로 한 오은정의 석사 논문의 한 구절을 보시죠.

"각 종말영화들의 다양한 주체는 결국 구원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주체가 속한 세계가 지닌 문제로부터 탈출과 해결을 의미한다. 수용자들은 종말 영화 속에 나타난 극복과 좌절의 이미지를 통해, 실제 문제적 현실에 대한 불안을 대리해소한다. 또한, 이것은 현실 속 인간이 맞닥뜨린 문제적 상황을 파멸시키고 새로운 세계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욕망의 반영이기도 하다."(오은정, '종말영화 내러티브의 행위소 분석' 중)

'불(火)'타는 한반도는, 청년들의 시련과 고통을 드러내는 기호이기도 합니다. 그와 동시에 기존의 미개한 것들을 싹 태워버려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정화'의 기호이기도 하죠. 지옥불반도의 '미개함'은 청년들에게 극복해야 할 '인재(人災)'입니다. 이를 감시하는 이 '초월적 존재'로서 청년들의 심판자적 욕망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가닥 희망을 잡아보고 싶으신 독자들께서는 아래 기사를 참조해주시길 청합니다.

'헬조선' 최후의 탈출구 죽창은 분풀이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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