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도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아래 ACL)에 출전했던 K리그 4개 클럽(전북, 서울, 수원, 성남)이 모두 대회에서 중도에서 탈락했다.

전북은 지난 16일 오후 일본 오사카 70 스타디움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와의 ACL 8강 2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홈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전북은 원정 2차전에서 종료 직전까지 2-2로 비기며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 4강 진출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1분을 남겨놓고 추가 시간에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며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전북은 예전부터 ACL에 나설 때마다 일본 원정 경기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ACL 출범 이후 전북은 일본 원정 경기에서 이날 경기 포함 2승 1무 9패라는 지독한 징크스에 시달렸다. 특히 최강희 감독 시절만 놓고 보면 1무 9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전북, '닥공'에 강했지만 '지키는 축구'는 약했다

징크스를 날릴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전북 입장에서 복기하자면 매 순간이 아쉬운 장면의 연속이었다. 일단 홈 1차전(지난 8월)에서 파상공세를 퍼붓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이 화근의 시작이었다. 2차전에서는 전반 3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근호가 헤딩슛으로 감바의 골망을 갈랐음에도 반칙으로 선언돼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은 것도 불운이었다.

그럼에도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득점 이후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한 경기에서 두 번이나 나왔다. 강팀이라면 결코 있어서는 안될 장면이었다. 골이 필요했던 최강희 감독의 모험적인 승부수와 '닥공'에는 강하지만 '지키는 축구'에 익숙하지 않은 전북 선수들의 흥분이 독으로 되돌아왔다.

최강희 감독은 1-2로 뒤진 경기 종반 만회골을 위해 수비수 김형일과 윌킨슨을 잇달아 교체하고 공격 자원들을 잇달아 투입했다. 후반 42분 우르코 베라의 동점골이 터질 때만 해도 최 감독의 승부수는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몇 분 지나지 않아 요네무라 코키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공든 탑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경기 종반에 리드하고 있는 팀이라면 라인을 최대한 끌어내리고 수비에 치중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감바가 하프라인에서 단 두 번의 패스만으로 문전 중앙까지 바로 파고들 동안 전북 수비는 공만 따라다니다가 쇄도하는 공격수를 체크하지 못하고 중앙에서 연달아 공간을 내줬다. 전문 수비수들을 모두 교체한 탓에 경기 막바지 정통 센터백 자원은 김기희 한 명뿐이다 보니 조직력이 생명인 수비수들의 호흡이 잘 맞을 수가 없었다.

가장 치명적인 실책이 시즌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나온 것은 전북에겐 불운이었지만 그것도 실력의 일부분이다. 결국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살리지 못한 전북 경기 운영의 미숙함이 초래한 비극이었다.

'선수 유출'에 허덕이는 K리그

전북의 탈락을 끝으로 K리그의 2015년 ACL 도전도 막을 내리게 됐다. K리그는 2009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매년 4강 진출팀을 한 팀 이상 배출해왔으나 올해는 그 명맥이 끊기게 됐다.

K리그로서는 현실을 인정해야할 부분이다. K리그는 2006년 전북, 2009년 포항, 2010년 성남, 2012년 울산까지 꾸준히 챔피언팀들을 배출해왔다. 2011년 전북과 2013년의 서울은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 축구시장을 강타한 머니 파워의 영향력 속에 K리그의 위상도 조금씩 흔들렸다. K리그의 스타급 토종-외인 선수들이 엄청난 몸값을 제시한 중국-중동-일본 등으로 잇달아 떠나며 K리그 강팀들의 전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전북은 K리그 구단 중 그나마 가장 꾸준한 투자를 이어온 팀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전북조차 주력 선수들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전반기 팀내 최다득점을 올린 간판 공격수 에두를, 중국 2부리그 허베이로 이적시켜야 했던 것은 셀링(selling) 리그로 전락한 K리그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전북은 이에 좌절하지 않고 국가대표 이근호, 스페인 출신의 공격수 베라 등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은 물론 ACL 재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비록 8강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다음을 기약하게 됐지만 전북 구단이 보여준 도전 의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결국 해법은 K리그도 끊임없는 '투자'에 있다. 전북이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지속적인 투자의 힘이었고, 끊임없이 높은 수준의 목표의식과 동기 부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돈으로 중국의 '짜장머니'나 중동의 '오일머니'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불가능하다면,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거나 외국인 선수시장의 루트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수를 키워내고 그 수익으로 다시 전력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와 발상의 재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북이 보여줬다.

아시아 축구시장의 변화와 주력 선수들의 유출은 이제 K리그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K리그가 셀링 리그가 되었다고 한탄하기 전에 주어진 현실에 맞춰서 살아나는 법을 찾아야 한다. K리그 구단들이 7년 만의 4강 진출 실패라는 현재 상황에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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