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 시몬(오른쪽)

레오 - 시몬(오른쪽) ⓒ 한국배구연맹


공교롭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팀들이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 얘기다.

2015~2016 V리그 개막(10월 10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자부 7개 구단 중 두 팀에만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인 OK저축은행은 내년 1월 초로 예상되는 시몬의 복귀 시점까지 1~3라운드를 뛰어줄 대체 외국인 선수가 확정되지 않았다. 6월부터 3명의 외국인 선수를 테스트했지만, 성에 차지 않아 돌려보냈거나, 감독 마음에 들었던 선수는 소속 학교의 반대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4번째로 쿠바 출신 선수가 다음 주 테스트를 위해 입국한다. 이번에도 돌려보내면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출발할 수밖에 없다. 영입을 확정한다 해도 다음 주면 V리그 개막을 보름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다. 국내 선수와 호흡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가 거취를 결정한 상황에서 뒤늦게 좋은 선수를 고르고 고르다 보니 막판까지 와버렸다. 그동안 쏟은 정성과 비용을 생각하면, 구단도 애가 탄다. 김세진 감독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링거 주사까지 맞고 있다.

삼성화재는 V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인 레오가 아직도 입국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 머무는 레오는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 가정사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17일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여기에도 레오는 합류하지 못한다. 레오는 전지훈련이 끝나는 25일쯤 입국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레오의 몸 상태와 경기력은 입국해서 팀 훈련을 해봐야 알 수 있다. 현재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지만, 팀 훈련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짐작만 할 뿐 정확한 내막을 모르는 임도헌 감독이나 구단 관계자는 불안감과 답답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런데도 하루빨리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물론 믿는 구석은 있다. 레오가 지난 3시즌 동안 삼성화재에서 뛰었기 때문에 국내 선수와 호흡이나 적응 문제는 별 어려움이 없다. 설사 시즌 초반 부진해도 경기를 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선수라는 것도 검증됐다.

국내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좋은 것도 위안거리다. 특별히 부상 선수도 없고, 최근 연습게임에서 레오 없이도 상당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후문이다.

대한항공 '우승후보' 급부상... 현대캐피탈 '스피드 배구' 혁명

그러나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에 도전하는 5개 팀이 올해는 심상치가 않다. 비시즌 동안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V리그 준비를 알차게 해왔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이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국가대표 주선 세터였던 한 선수가 돌아왔고, 김학민, 신영수, 곽승석 등 공격진도 베스트 라인으로 구축됐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인 산체스도 8월 초 일찌감치 팀 훈련에 합류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라는 각오가 대단하다.

대한항공 구단도 '이번만은'을 외치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세터와 센터 부문에 외국인 코치를 영입했고, 해외 전지훈련도 유일하게 유럽 빅리그인 터키로 떠났다. 터키 리그 상위권 팀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전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한국 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스피드 배구'로 팀 색깔을 변모시키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2015~2016 V리그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현대캐피탈의 성공 여부는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진출 무산에 따른 혁신 분위기와 맞물려, 한국 배구가 스피드 배구로 전환하는 큰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우리카드, 꼴찌 반란으로 '겨울판 마리한화' 도전

또 하나 팬들을 설레게 하는 팀이 있다. 지난해 최하위인 우리카드다. KOVO컵 우승으로 보여준 '꼴찌의 반란'이 V리그에서도 계속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에서 언더독(Underdog·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길 바라는 마음)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 그들의 경기를 보면 왠지 짠하고 잘됐으면 하는 심리, 그것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한화가 보여준 '마리한화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카드 배구단과 선수들이 겪어온 아픔과 좌절, 해체 직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한 역정은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새로운 감독과 선수들이 똘똘 뭉친 불꽃 투혼과 독한 배구, 배구 요람인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복귀. 우리카드만큼 '겨울판 마리한화'를 만들어낼 조건을 갖춘 팀도 드물다. 성적으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우리카드 구단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팀 해체를 거론했던 구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층부의 배구단에 관심도 커졌다. 가난한 구단의 상징이었던 외국인 선수도 세계적인 기량과 경력이 검증된 군다스를 영입했다. 선수단 숙소와 훈련장도 기존 구단 못지않게 갖춰졌다.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해외 전지훈련도 떠났다.

우리카드 회사의 경영 실적도 크게 좋아졌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757억 원으로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순이익 증가율이 카드사 중 1위다.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 프로배구단 운영과 홍보 효과가 회사 발전과 윈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도 외국인 선수가 일찌감치 합류해 시즌 준비를 충실하게 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권영민을 영입해 고질적 취약 포지션인 세터 부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시즌 창단 사상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한국전력도 세계적 외국인 선수인 얀 스토크를 영입했다. 전광인-서재덕-얀 스토크로 이어진 공격진은 V리그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야전사령관인 세터와 중앙을 책임지는 센터 부문이 7개 구단 중 최약체라는 전력 불균형이다.

무엇보다 전광인의 무릎 부상 회복 속도가 늦어 신영철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전광인은 최근에야 점프와 볼을 때리기 시작했다. 어깨 근육은 이전보다 좋아져 공격 파워는 강해졌지만, 점프력이 아직 회복이 안 됐다. V리그 개막일까지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차세대 유망주, 대거 '조기 드래프트' 참가... 프로구단 촉각

 나경복 - 황택의(오른쪽)

나경복 - 황택의(오른쪽) ⓒ 대학배구연맹


오는 18일 오후 6시엔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신청이 마감된다. 애초 16일까지였지만,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학배구연맹 간 협의 문제로 이틀 연기됐다.

최종 신청자 명단에 프로구단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3학년 이하의 선수들이 대거 조기 드래트프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규정상 대학 선수는 대학 총장 추천만 있으면 학년에 상관없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고교 졸업 예정자도 학교장 추천이 있으면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대학 최대어로 꼽히는 나경복(197·레프트·인하대), 정동근(192·라이트·경기대), 안우재(196·레프트·경기대) 등 3학년 선수들이 이번 드래프트에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빈(195·세터·경희대3)도 드래프트에 나온다.

초미의 관심은 성균관대 1학년인 황택의 세터의 드래프트 참가 여부다. 황택의는 현역 감독들로부터 한 선수를 이를 차기 국가대표 세터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대학생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찬호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은 황택의를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국가대표에 조기 발탁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황택의는 세터로서 큰 키(190cm)에 토스 구질이 좋고 중앙속공 토스가 장점이다. 세터임에도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한다. 현재 황택의 본인과 부모는 이번 드래프트에 나오겠다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1학년생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올해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는 10월 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다. 선발 방식은 지난 시즌 7위 우리카드, 6위 KB손해보험, 5위 현대캐피탈이 각각 50%, 35%, 15%의 확률 추첨을 통해 1~3순위 지명권을 확정한다. 이어 지난 시즌 성적 역순으로 대한항공, 한국전력, 삼성화재, OK저축은행이 각각 4~7 순위 지명권을 행사한다.

신인 드래프트에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일부 구단은 팀 사정상 즉시 전력감을 보강할 여지가 생긴다. 이 또한 '변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배구 V리그 외국인선수 레오 시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