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1위'니까 괜찮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조제 모리뉴 감독이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37라운드 경기를 0-3으로 마친 후 팬들에게 '1위'를 뜻하는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첼시는 현재 승점 84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우승을 확정한 상태다.

▲ 그래도 '1위'니까 괜찮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조제 모리뉴 감독이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37라운드 경기를 0-3으로 마친 후 팬들에게 '1위'를 뜻하는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EPA


조제 모리뉴 첼시 FC 감독의 3번째 시즌이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 독주하다시피 하면서 1위를 했던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추락하는 첼시에게서 지난 시즌의 위용은 보이지 않는다. 개막 5경기에서 1승 1무 3패를 기록, 우승 경쟁을 해야 할 맨체스터 시티와는 벌써 11점 차이로 벌어졌다.

극단적 경기운영, 모리뉴의 마음을 보여주다

모리뉴 감독은 최근 연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웨스트브로미치에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스완지 시티전에서 쿠르투아의 퇴장으로 비기면서 삐끗하더니, 맨시티전에서 3실점 패배, 이청용의 소속팀 크리스탈 팰리스에 1-2 패배, 그리고 에버턴전에서는 스미스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첼시의 패배 원인은 1차적으로 수비에 있다. 그러나 모리뉴 감독의 전술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5경기에서 12실점이나 한 수비진의 문제도 있지만, 모리뉴 감독의 경기운영이 너무나 극단적이다. 시작할 때는 정상적으로 운영하며 공 점유율을 서서히 올린다. 그러나 실점을 한 후 후반전에 지고 있는 상황이 되면, 1골 차 상황에서도 갑자기 극단적으로 선수 교체를 해버린다.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는 존 테리의 퇴장으로 먼저 실점하자, 그는 팔카오와 케네디를 투입했다. 대신 빠진 선수가 아스필리쿠에타와 윌리안이었다. 수비와 중앙을 줄이고 공격수를 투입하며 균형을 파괴했다. 이는 팔카오가 동점 골을 넣으며 빛을 보는 듯했으나, 바로 실점하며 패배를 불러왔다. 에버턴전에서도 전반전에 2-1로 마쳤지만, 후반전에 미켈을 빼고 케네디를, 파브레가스와 페드로를 빼고 팔카오와 윌리안을 넣었다. 중앙 미드필더 수를 또 줄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이나 놓고, 시작부터 2실점이나 한 게 문제였으나 중앙을 줄이고 공격을 투입했음에도 오히려 스미스에게 3번째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지난 시즌만 해도, 한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 밸런스를 무시하고도 승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모리뉴 감독은 계속된 패배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선수교체를 활용하며 어떻게든 승리를 따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불안한 수비는 더욱 뚫리며 경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모리뉴 감독이 승리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준다.

무너진 리더, 무너지는 팀을 잡아줄 선수가 없다

지난 시즌 첼시는 여러 선수가 고루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그 중심에는 노장들이 있었다. 수비수 존 테리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전 경기 선발 출장하며 나이가 무색한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드록신' 디디에 드로그바는 중요한 상황에 투입되어 한 골씩 넣으며 팀의 분위기를 살렸고, 아스널로 떠난 체흐도 쿠르투아가 빈자리가 생겼을 때 그 자리를 완벽히 메우며 팀을 패배에서 구해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우선 드로그바와 체흐가 떠났다. 이미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램퍼드가 떠난 상황에서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알려진 드로그바의 존재는 생각보다 컸다. 팀을 이끌고, 팀의 분위기를 살릴 분위기 메이커로 드로그바가 최고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쿠르투아에 밀려 벤치에 머물면서도 선수들을 독려했던 체흐도 아스날로 떠나면서 존 테리가 혼자 선수들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존 테리도 지난 시즌보다 기량이 떨어지면서 팀 전체의 주춧돌이 흔들리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팀을 쇄신할 선수가 없다. 이제 이바노비치와 케이힐이 노장대열에 들어섰지만, 리더십은 보이지 못한 채 오히려 기량만 떨어졌다. 팀의 분위기 역시 점점 바닥으로 떨어져 가고 있다.

모리뉴의 고집, 첼시를 망치고 있나

첼시의 올 시즌 부진 원인으로 가장 손꼽히는 것은 수비진이다. 지난 시즌 최소실점을 기록하며 우승의 원동력이 된 첼시 수비진이었지만, 올 시즌은 벌써 5경기 만에 지난 시즌 실점의 3분의 1을 달성했다. 설상가상,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던 쿠르투아가 2개월간 결장이 예상되면서 모리뉴 감독의 고민은 더 커졌다.

그러나 모리뉴 감독은 정작 수비수들은 교체하지 않고 있다. 스피드를 보완하기 위해 주마가 들어갔지만 주마는 에버턴전에서 루카쿠에 밀리며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바노비치와도 최악의 호흡을 보여주며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또한, 스완지 시티전 몬테로, 맨시티전 스털링, 에버턴전 스미스 등 상대 왼쪽 측면 수비수들에게 자동문처럼 문을 열어주는 이바노비치에 대한 교체가 없다. 바바가 영입되어 아스필리쿠에타가 우측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였지만, 바바는 데뷔전도 못 치르고 있고 이바노비치는 스미스의 해트트릭에 2번이나 공간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첼시의 부진은 수비진보다 더욱 큰 것이 있다. 우선 아자르가 지난 시즌만 못하다. 국가대표에 차출되어 골을 넣고 왔지만, 화려한 드리블과 한방이 보이질 않는다. 거기에 A매치 차출로 체력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모리뉴 감독은 아자르를 에버턴전에 전 시간 출전시켰다. 아자르는 전반전에 체력을 너무 소모한 탓인지 후반전에 움직임이 둔해졌음에도 움직임이 더 좋았던 페드로를 빼고 아자르는 남겨두었다.

파브레가스와 마티치 조합도 문제가 있다. 파브레가스의 공격적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지난 시즌보다 수비 기여도가 낮다. 더군다나 올 시즌에는 공격에서도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냥 평범한 수준의 미드필더 역할을 하다 보니 첼시 경기가 전체적으로 답답해졌다. 에버턴전에서는 미켈을 투입하고 파브레가스를 전진 배치했으나 키 패스도 별로 없이 겉도는 느낌만 보였다. 파브레가스의 수비 기여도가 낮다 보니 마티치 혼자 감당하기에도 너무 힘들다. 마티치도 막판에 지친 모습을 많이 보인다.

이런 안 좋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모리뉴 감독은 변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친 아자르는 계속 뛰고, 수비진은 계속 뚫리고, 선수들은 지쳐가는 데도 변화가 없다. 오스카, 윌리안 같은 선수들이 있음에도 계속 같은 선수를 기용하며 '고집'을 보이고, 그 고집은 시즌 초반 1승 1무 3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불러왔다.

기존 선수도 과감히 제외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모리뉴 감독에게는 '무삼빅아(모리뉴 3년 차 빅클럽 아니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2년 함께 하기는 좋지만 3년 이상 빅클럽에 있기에는 적합한 감독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브라히모비치가 4년 재계약을 제시하며 힘을 실어주었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재계약한 지 몇 달도 안 되어 경질될 상황이다. 모리뉴 감독이 분명 용병술에 타고난 감독은 맞다. 그러나 변화가 없다. 선수들이 지치면 끝이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모리뉴 감독은 2년 차 더블을 달성하며 바르샤 격추에 성공했다. 그러나 3년 차에는 선수들과 불화를 겪으며 물러났다. 선수들과 불화 외에도 경기력에 문제가 컸다. 선수들은 지치고 부상을 당하는데 교체 선수들을 잘 쓰지 않았다. 지난 시즌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박싱데이 기간 승점 동률을 맨시티에 허용한 것이나, 챔피언스 리그에서 16강 조기탈락을 한 것도 로테이션 없는 강행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1년차였기에 로테이션 없는 강행군이 성공했지만, 올 시즌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지쳐 보인다. 에바와의 충돌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도 있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졌다. 모리뉴에게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파브레가스, 아자르 같은 주축선수들도 과감히 교체하거나 제외할 줄 알아야한다. 오스카나 윌리안 같은 교체 자원, 그리고 새로 영입한 바바, 질로보지를 통한 대대적인 선수단 수술도 불사해야 한다. 변화가 없다면 지금처럼 첼시가 중하위권으로 추락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과연 모리뉴가 변화를 통해, 우승권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여러 축구팬의 관심이 집중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첼시 무리뉴 맨체스터시티 무삼빅아 레알마드리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축구산업아카데미 12기, 풋볼팬타지움 스포츠진로체험 아카데미 4기 - 강원대학교 철학과 - 前 철원컵 유소년 축구대회 팀장, 강대신문기자 - e스포츠, 축구(국내, 해외축구), 교육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