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자테니스 메이저대회 준결승이라면 적어도 두 시간 이상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두 경기를 합쳐도 세 시간이 안 되어 끝났다. 먼저 노박 조코비치가 85분 만에 마틴 실리치를 물리쳤고 로저 페더러도 92분 만에 바브링카를 돌려보냈다. 메이저 대회 남자 준결승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올해 윔블던 남자단식 준결승 두 경기 소요 시간이 합쳐서 268분이었으니 놀라운 일이 뉴욕에서 벌어진 것이다.

2번 시드의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한국 시각으로 12일 오전 8시 20분 미국 뉴욕에 있는 아서 애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US 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 두 번째 경기에서 5번 시드를 받은 스탄 바브링카(스위스, 5번 시드)를 1시간 32분 만에 3-0(6-4, 6-3, 6-1)으로 물리치고 결승전에 올라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만나게 됐다.

페더러, 두 번째 세트 3게임 연속 '러브 게임' 승리

바브링카의 서브 게임을 페더러가 가져왔다. 역시 페더러의 한손 백핸드 스트로크는 명품이라는 것을 첫 세트 세 번째 게임부터 분명하게 증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준결승 첫 번째 승부의 갈림길을 이렇게 넘은 로저 페더러는 3-1로 앞서나가며 초반 기세를 틀어쥘 수 있었다.

첫 세트는 페더러가 비교적 쉽게 가져갔다. 자신이 서브권을 쥔 열 번째 게임에서 40:15로 두 개의 세트 포인트 기회를 잡은 페더러는 연거푸 세 개의 서브 실수를 저지르며 흔들렸다. 하지만 바브링카의 받아치기가 끝줄 밖으로 길게 떨어지는 바람에 36분 만에 첫 세트를 끝냈다.

올해 프랑스 오픈(롤랑 가로스) 8강에서 로저 페더러를 3-0으로 물리치고 끝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 스탄 바브링카도 그냥 물러설 수 없었다. 자신이 서브를 넣은 두 번째 세트 다섯 번째 게임에서 0:40으로 밀렸다가 뒤집는 뒷심을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페더러의 침착한 스트로크는 바브링카를 충분히 흔들었다. 두 번째 세트 일곱 번째 게임이 진정한 전환점이었던 것이다. 바브링카의 서브 게임이었지만 공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처리한 페더러가 놀랍게도 러브 게임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바브링카의 받아치기가 대체로 길게 떨어지는 것을 페더러가 정확하게 읽고 있었다.

페더러는 이 기세를 몰아 곧바로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도 러브 게임으로 끝냈다. 두 선수 모두 네트 앞으로 달려들었지만 노련한 페더러의 발리 공격이 여덟 번째 게임을 가볍게 끝냈다.

내친 김에 페더러는 첫 세트보다 더 일찍 두 번째 세트를 끝낼 기회를 만들었다.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0:30을 만드는 스트로크가 일품이었다. 심리적으로도 크게 흔들린 바브링카는 자신의 서브 게임 두 개를 포함하여 내리 세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내주고 말았다. 첫 세트보다 5분 더 일찍 끝났다.

노박 조코비치와의 결승전

세 번째 세트 네 번째 게임에서 두 선수는 불꽃이 튀는 백핸드 스트로크 맞대결을 펼쳤다. 백핸드의 위력은 아직 페더러가 한 수 위였다. 바브링카는 네트 쪽으로 달려가며 짧은 백핸드 스트로크를 시도했지만 네트를 넘기지 못했다.

결승전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고비가 바로 여기였다. 또 하나의 브레이크에 성공한 로저 페더러는 더욱 자신감 넘치는 스트로크를 바브링카의 코트 구석구석에 뿌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바브링카가 서브권을 쥔 여섯 번째 게임에서 20개의 긴 스트로크 대결이 벌어졌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는 바브링카는 매우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뿌려댔지만 페더러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그 공을 모조리 받아넘겼다. 마지막 위닝 샷은 페더러의 아름다운 포핸드 크로스였다.

이렇게 5-1로 일방적인 리드를 잡은 페더러는 자신의 서브 게임으로 준결승을 끝낼 기회를 잡았다. 바브링카를 한쪽 구석으로 몰아놓고 치는 페더러의 포핸드 스트로크는 관중들의 탄성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바브링카도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려는 듯 듀스까지 따라붙었지만 유독 길게 떨어지는 자신의 스트로크에 어쩔 수 없었다.

페더러는 코트 가운데를 그대로 갈라버리는 서브 에이스로 경기를 끝냈다. 이 준결승에서 자신의 열 번째 서브 에이스였다. 이로써 로저 페더러는 현지 시각으로 13일 일요일 저녁에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었다. 페더러는 무려 6년 만에 이 대회 결승전에 오른 것이다.

올해 윔블던 결승전(노박 조코비치 3-1 로저 페더러)에서도 만났던 두 선수가 이번에도 마주서게 된 것이다. 페더러로서는 2012년 윔블던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3년 만에 다시 황제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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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US 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 결과(12일 오전 8시 20분, 아서 애쉬 스타디움-뉴욕)

★ 로저 페더러 3-0(6-4, 6-3, 6-1)스탄 바브링카

★ 노박 조코비치 3-0(6-0, 6-1, 6-2) 마틴 실리치
테니스 US오픈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 스탄 바브링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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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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