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골 터뜨린 손흥민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전반 11분 캄라의 수비를 피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두번째 골 터뜨린 손흥민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전반 11분 캄라의 수비를 피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유성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축구인생의 2막을 앞두고 있는 손흥민(23)이 데뷔전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을 완료한 손흥민은 오는 13일 오후 9시 30분9한국시간) 영국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리는 리그 5라운드 선덜랜드전에서 EPL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일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라오스전에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물오른 득점 감각을 뽐낸 손흥민은, 최근 영국으로 복귀하여 취업비자 발급과 토트넘 이적절차를 마무리짓고 순조롭게 팀에 적응해가고 있다.

손흥민은 2200만 파운드(약 408억원)의 이적료로 토트넘에 입단했고 등번호 7번을 배정받았다. 높은 몸값과 등번호란 곧 그 선수에 대한 기대치와 일치한다. 손흥민의 몸값은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이고, 7번은 과거 토트넘의 간판스타이자 최근 에버턴으로 이적한 특급 윙어 아론 레넌이 달았던 번호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가치와 활용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가늠할수 있는 장면이다.

무엇보다 손흥민의 활약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역시 득점력이다. 손흥민은 포지션상 측면 공격수로 분류되지만 크로스나 연계플레이에 치중하는 전통적인 윙어 타입의 미드필더라기보다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직접 득점을 노리는 인사이드 포워드 유형에 더 가깝다. 현대축구에서도 2선 공격수들의 득점력이 날로 중시되는 추세다.

손흥민의 EPL에서의 성공을 가늠할수 있는 척도는 일단 기본적으로 최소한 두 자릿수 득점 달성 여부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시절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등 135경기에서 41골을 넣었다. 아직 23세에 불과한 손흥민이지만 분데스리가의 전설이던 차범근(98골)에 이어 역대 한국인 선수 유럽무대 통산 득점 2위에 올라있는 기록이다.

분데스리가에서 실력을 충분히 검증받은 손흥민이지만 EPL은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다. 박지성(은퇴)을 시작으로 한국 선수들이 EPL무대에 진출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지만 득점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아직까지 없었다.

역대 유럽리그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 중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총 7명(차범근, 설기현, 박지성, 박주영, 손흥민, 석현준)이다. 하지만 EPL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긴 선수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는 한국 선수만이 아니라 아시아 선수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역대 EPL에서 아시아선수 역대 최다골은 박지성이 맨유에서 7시즌을 뛰며 기록한 27골이었다. 한 시즌 최다골은 지난 14-15시즌 기성용(스완지시티)에서 올린 8골이었다. 박지성과 기성용은 모두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분류된다.

물론 AFC 소속으로 범위를 넓히면 호주 출신의 마크 비두카(92골), 해리 키웰(57골), 팀 케이힐(56골)같은 선수들이 활약했지만, 이들은 아시아 출신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2000년대 이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수많은 아시아선수들이 유럽무대에 진출했지만 공격수들에게 EPL은 여전히 넘기 어려운 장벽이었다.

특히 한국 출신 공격수들에게 EPL 시절은 '흑역사'로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축구 역대 공격수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이동국(미들즈브러, 현 전북)과 박주영(아스널, 현 서울)은 EPL 진출 당시 리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던 지동원(선덜랜드, 현 아우크스부르크) 역시 1골에 그쳤다. 이중 EPL에서 한시적으로라도 주전으로 자리잡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한국인 공격수들이 EPL에서 기록한 골은 모두 4골이다. 그나마 이중 3골이 비중이 떨어지는 컵대회에서 나왔고, 유일한 리그 득점은 2012년 1월 2일 선덜랜드의 지동원이 맨시티전에서 기록한 결승골 하나뿐이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오가며 활약했던 설기현을 공격수로 분류해도, 레딩 시절이던 2006~2007시즌 기록한 4골이 최다득점이었다. 손흥민은 포지션상으로는 이동국-박주영보다는 설기현에 좀 더 가깝지만, 미드필더라기보다는 공격적인 역할에 더 특화된 선수로 분류된다.

현재 EPL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아 공격수는 손흥민과 함께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가 있다. 일본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이자,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독일무대에서 명성을 떨친 오카자키는 올시즌 레스터시티로 이적하며 4경기에서 1골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과는 포지션과 플레이스타일이 다소 다르지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공격수들의 EPL 득점 경쟁도 흥미로울 전망이다.

한편 토트넘은 현재 다급한 상황이다. 4라운드까지 3무1패를 기록, 전체 20개 팀 가운데 16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시즌 EPL 득점 2위까지 올랐던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무득점에 머물며 공격진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이적생 손흥민의 초반 활약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손흥민으로 인한 국내 팬들의 높은 기대와는 달리, 정작 현지에서 토트넘의 이적시장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이미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2선보다는 케인을 받쳐줄 수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의 영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으로 이는 EPL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손흥민의 기량에 대한 의구심이기도 하다. 영국 언론은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준 실력은 인정하지만 EPL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다소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다. 가가와 신지, 안드레 쉬얼레 등 독일무대에서 활약했으나 EPL에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선수들의 전례가 있는 데다, 기본적으로 아직까지는 아시아 공격수들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 나아가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격수로서 진가를 보여줘야 할 손흥민의 책임감이 더 커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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