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해적'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홈런 페이스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강정호는 9월 10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에서 열렸던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3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여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단순한 연속 홈런이 아니라 경기 승부를 한 방에 뒤집는 그랜드 슬램(만루 홈런)이었다.

최근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한 강정호는 2회 초 첫 타석에서 신시내티의 선발투수 키비어스 샘슨의 3구째 시속 140km 슬라이더를 타격했다. 아쉽게도 타구는 신시내티의 3루수 토드 프레지어를 거쳐 1루수 조이 보토에게 전달되며 아웃이 되었다.

강정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샘슨의 슬라이더를 공략하지 못했다. 4회 초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던 강정호는 초구 시속 150km 속구를 골라냈다. 2구 시속 146km 속구가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자, 강정호는 3구째 들어온 시속 140km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공은 배트에 맞지 않아 헛스윙이 되었고, 강정호는 다음 공으로 들어온 시속 142km 슬라이더에 또 방망이를 헛돌리며 삼진을 당했다.

점수 1-1로 팽팽한 대결을 벌이던 6회 말, 피츠버그는 샘슨을 상대로 선두 타자 그레고리 폴랑코가 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다. 2번 타자 스탈링 마르테는 7구 접전 끝에 유격수 뜬공으로 아쉽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3번 타자 앤드류 매커친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움직였다. 4번 타자 아라미스 라미레스까지 안타를 치면서 1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강정호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게 되었다.

타점 기회를 잡은 강정호는 초구 시속 150km 속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시속 148km 속구와 시속 150km 속구가 연속으로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나갔지만 속지 않았다. 그리고 시속 151km 속구가 다시 들어오자, 강정호는 이 공을 걷어내며 승부를 이어갔다.

여기서 신시내티의 선발투수 샘슨은 5구 째에도 강정호에게 그대로 속구를 던지는 실수를 저질렀다. 시속 150km 속구의 제구가 어설프게 실투가 되면서 강정호는 이를 놓치지 않고 힘차게 잡아당겼다.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이 공은 비거리 123m 홈런이 되었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첫 그랜드 슬램이었다.

클러치 능력 향상, 포스트 시즌에서도 활약 기대

강정호의 한 방으로 피츠버그는 단숨에 승부를 4점 차로 벌렸다(5-1). 비록 이후 투수진이 실점하며 점수 차가 좁혀졌으나, 9회 말에 올라온 마크 멜란슨이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5-4). 피츠버그는 시즌 83승 55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2위 및 와일드카드 1위를 지켰다.

사실 강정호는 KBO 리그 시절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클러치 능력을 보인 바 있다. 2013년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대만과의 1라운드 3차전 경기에서 패색이 짙은 경기 후반에 역전 홈런을 쏘아 올린 타자가 바로 강정호였다. 비록 대한민국은 1차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대패하면서 득실차에 밀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지만, 국제 대회에서 보여준 강정호의 클러치 능력은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이날 강정호의 홈런은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첫 그랜드 슬램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츠버그팀의 올 시즌 첫 그랜드 슬램이었다. 피츠버그는 올 시즌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에서 그랜드 슬램을 기록한 이후, 정규 시즌에서는 단 1개의 그랜드 슬램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정호는 최근 홈런 페이스도 빠르게 끌어 올리고 있다. 4월에 홈런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고 5월에 들어서야 시즌 첫 홈런을 기록했던 강정호는 5월에 3개, 6월에 1개, 7월에 3개, 8월에 5개를 기록하며 점차 홈런을 치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일 경기에서 시즌 13호 홈런을 기록했던 강정호는 9월 9일 신시내티와의 경기에서 시즌 14호 홈런을 기록했고, 10일 경기에서의 그랜드 슬램으로 시즌 15호를 기록했다. 또한 강정호가 올 시즌 2경기 연속 홈런을 만든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피츠버그는 138경기를 치렀고 강정호는 119경기에 출전하여 1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조시 해리슨과 조디 머서의 복귀로 선수 운영에 여유가 생긴 피츠버그는 가급적 많은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주면서 포스트 시즌에서 활용할 25명의 선수들을 가려내고 있다. 선발진에서도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게 될 베테랑 선발투수 A. J. 버넷이 11일 경기에 등판하며 복귀함에 따라 6인 로테이션이 꾸려질 전망이다.

강정호가 현재의 경기 출전 패턴으로 보면 팀의 남은 24경기 중 21경기에 출전하는 페이스이다. 이를 팀이 162경기를 모두 치르는 것으로 환산했을 때 강정호는 최종 140경기 18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4월에 홈런이 없었던 시기도 페이스에 반영된 내용이다. 8월에 5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강정호는 9월에 벌써 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강정호의 타격 페이스가 조금 더 끌어 올려지면 남은 시즌 동안 조금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정식으로 풀 타임 시즌을 소화한 첫 해(2009년)에 타율 3할-20홈런-20도루를 동시 달성한 적이 있었다. 강정호는 2012년에 21개, 2013년에 15개의 도루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 시즌을 제외하고는 두 자릿수 도루는 없었다. 강정호의 올 시즌 도루 갯수는 5개로 두 자릿수 도루를 달성하기에는 다소 무리이다.

그러나 강정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가면서, 점차 더 빨라지는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강정호가 올 시즌 남은 기간에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현재 리그 2위인 피츠버그가 포스트 시즌에 나가게 되면 강정호가 어떠한 역할을 맡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피츠버그파이어리츠 강정호출전경기 강정호그랜드슬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