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의 행보가 심상치않다. 가을야구 막차 티켓이 주어지는 5위 자리를 롯데에 빼앗기고 6위로 내려앉은데 이어, LG와의 잠실 2연전을 모두 내주며 또다시 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화는 8월 이후 성적이 12승 21패에 그치며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전반기 역전승 1위였던 한화는 후반기 들어서만 10개 구단 최다인 무려 16차례의 역전패를 당하며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기에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진, 특히 구원진의 과부하가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LG전 2연패가 주는 타격은 매우 커보인다. 김성근 감독은 가을야구 진출을 위하여 투수진의 로테이션과 보직에 연연하지 않는 총력전을 선언했다. 8일에는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도 열흘간의 휴식기를 마치고 1군에 복귀했다. 한화로서는 5위 수성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8일 경기에서 한화는 로저스를 등판시키고도 연장접전 끝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7-2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 말에만 3점을 내주는 난조 끝에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연장 12회 끝내기로 7-8 역전패를 당했다. 9일에는 3일 휴식만에 등판한 송창식이 조기에 무너지며 한화는 이미 2회까지 8실점을 내주고 8-1로 완패했다. 2경기 모두 포기하지않는 집요함과 끈질긴 뒷심으로 대표되던 전반기 한화 야구의 색깔이 실종된 모습이었다.

더구나 이번 연패의 과정에서 김성근 감독의 팀운영도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성근 감독은 전반기 특유의 벌떼야구를 앞세워 만년 꼴찌 한화를 중위권으로 올려놓으며 마리한화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일부 투수들에 대한 과도한 혹사와 가을야구에 대한 지나친 조급증으로 '무리수'를 남발하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LG전 2연패도 내용을 살펴보면 김성근 감독의 고집스러운 마운드 운용이 불러온 부작용과 판단착오에서 비롯됐다. 8일 경기에서는 로저스가 8이닝을 호투했지만 시즌 최다인 12개의 피안타와 KBO 첫 피홈런을 허용하는 등 구위가 예전같지 않았고 투구수가 120개를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9회까지 무리하게 끌고가다가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여기에 로저스의 뒤를 이어 등판한 투수는 또다시 박정진과 권혁이었다. 올시즌 내내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한 두 투수는 이미 갈수록 구위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성근 감독은 여전히 이들 외에는 믿을만한 투수가 없었다. 박정진은 결국 9회 무사 1루에서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7-7 동점을 허용했다. 박정진의 올시즌 첫 블론세이브였다.

이어 11회에 등판한 권혁은 결국 12회 박지규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지며 시즌 12패째를 떠안았다. 올시즌 프로야구 전체 투수를 통틀어 최다패이자 역대 KBO 구원투수 최다패 기록을 또 경신했다. 128구를 던진 로저스의 투혼도, 김성근 감독의 총력전도 그렇게 허무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더 큰 재앙은 이튿날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5일 두산전에서 7이닝 동안 117구를 던졌던 송창식이 불과 3일 휴식 뒤 이날 선발로 출격한 것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김성근 감독이 일찌감치 마운드 총력전을 선언했다고 하지만, 이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보기드문 기형적인 선수기용으로 가뜩이나 일고 있는 혹사 논란에 더 불을 붙였다.

'판단 착오'... 김성근의 어이없는 해명

정작 김 감독이 직접 밝힌 해명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송창식의 등판이 김 감독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로테이션이 바뀐 사실을 순간적으로 착각하고 이전 등판 순서에 따라 송창식을 올렸다는 것이다. 송창식은 결국 1이닝간 4피안타 2홈런 3실점으로 무너졌고 한화는 2차전을 아예 힘 한 번 못써보고 내줘야 했다. 매 경기 5위 싸움에 사활을 걸고있는 상황에서 사령탑의 황당한 판단착오로 1경기를 아예 날린 셈이다.

이는 결국 김성근 감독이 그만큼 냉철한 판단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김  감독은 현재 가을야구에 대하여 노골적인 조급증을 드러내고 있다. 송창식 등판 일정의 착오는 결국 김 감독이 8일 1차전 역전패의 트라우마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발생한 실수였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리더가 자꾸 눈앞의 결과만 연연하게 되다보면 대국을 보지못하고 쫓기기 마련이고, 종종 이처럼 생각지도 않은 실수도 벌어진다.

한편으로 노감독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를 동안, 코칭스태프나 프런트 측에서 누구 하나 이를 사전에 막아주지 못한 것도 문제가 크다. 그날그날 즉각적으로 바뀌는 한화의 마운드 사정상, 어쩌면 이 역시 김성근 감독 특유의 변칙적인 마운드 운용의 일환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결국 김감독이 자신의 독자적인 감과 고집에 의해서만 팀을 이끌어가는 동안, 선수단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최소한의 문제제기와 소통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에 우려스럽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총력전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혹사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김감독의 모습에서는 오직 가을야구 진출을 통하여 자신의 야구철학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승도 아닌 '5위'를 한번 차지하는 것이 한화의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김 감독의 연이은 초강수에도 오히려 안팎으로 점점 흔들리고 있는 한화의 현 주소가 이를 증명한다. 전반기 팬들을 감동시켰던 마리한화는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점점 노감독의 빗나간 집착만 남고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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