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LG트윈스의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봉중근이 1570일만에 선발 투수로 복귀해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봉중근은 선발 투수로서의 최소 덕목인 5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4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64구).

봉중근은 8월 22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구원 등판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등판 기록이 없었다. 선발 전환을 위해 24일에 1군 엔트리에서 빠지고 이천 챔피언스 파크에서 투구수를 늘리는 훈련만 했다. 경기 감각 점검을 위한 2군 경기 등판도 없었다. 이러한 점들을 따졌을 때 봉중근이 64개의 공을 효과적으로 던졌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봉중근은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선발투수와 구원투수를 오가며 생활했다. 봉중근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어 2002년에 한 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기회를 얻었고, 2003년에는 구원투수로 44경기에 등판했다. 이후 신시내티 레즈 시절에 메이저리그에서 3경기 선발 기회를 얻었으나 이후 부상과 부친 간병 등으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비록 짧은 메이저리그 생활이었지만, 봉중근은 선발과 구원으로서의 역할을 모두 경험했다. KBO리그에 온 뒤 처음에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봉중근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LG의 주축 선발로 활약하며 각종 국제 대회에 국가대표로도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봉중근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출전한 뒤 팔꿈치에 이상을 느꼈다. 5월 18일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것이 그의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다. 그리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이하 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면서 시즌을 접었다.

2012년 LG는 레다메스 리즈(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마무리투수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즈가 마무리로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애초 선발투수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던 봉중근은 팀의 사정에 따라 마무리투수로 마운드에 복귀하게 됐다. 마무리투수로 전환한 봉중근은 3년 동안 각각 26세이브, 38세이브 그리고 30세이브를 기록하며 오승환(현 한신 타이거즈), 손승락(넥센 히어로즈) 등과 함께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았다.

봉중근은 2015년을 앞두고 연봉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훈련 합류가 늦었다. 또한 봉중근은 연투에 대한 부담으로 선발투수로서 시즌을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팀의 사정으로 봉중근은 다시 마무리투수의 보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2015년의 봉중근은 이전 3년 동안 보여줬던 임팩트 강한 마무리투수가 아니었다. 처음 1개월 동안 대량 실점한 경기가 많았고, 그 동안 LG의 승률은 이미 5할에서 멀어졌다. 결국 봉중근은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차례 코칭 스태프와 면담을 한 끝에 선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선발-토미 존-마무리-선발... 스몰츠의 길을 따르고 있는 봉중근

봉중근처럼 선발-마무리-선발의 커리어를 거친 대표적 선수로는 봉중근이 메이저리그에 있던 시절 애틀랜타의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존 스몰츠가 있다. 2003년에 봉중근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있는 동안 스몰츠가 폭발적인 구위로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군림하던 모습을 팀 동료로서 지켜봤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지명되어 입단했던 스몰츠는 애틀랜타로 트레이드되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풀 타임 선발을 맡은 1989년부터는 폭발적인 속구와 슬라이더-스플리터 조합을 앞세워 리그 정상급 투수가 됐다. 그레그 매덕스, 톰 글래빈과 함께 공포의 원투쓰리 펀치를 이뤘던 스몰츠는 1996년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차례의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스몰츠는 1999년 시즌을 마치고 난 뒤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고 말았다. 결국 스몰츠는 토미 존 서저리를 받느라 2000년을 쉬었고, 재활 과정에서 투구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마무리투수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그리고 스몰츠의 마무리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2001년에 10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로서의 전환에 적응한 스몰츠는 2002년 55세이브로 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그리고 2003년에 45세이브, 2004년에 44세이브를 기록하며 154세이브를 기록했다.

스몰츠는 2005년부터 다시 풀 타임 선발투수로 복귀했고, 이 역시 성공적이었다. 3년 연속 200이닝을 소화하면서 2006년에는 리그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하여 스몰츠는 메이저리그에서 200승-150세이브를 동시 달성한 투수가 되었다(데니스 에커슬리는 150승-200세이브).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로서 각각 20승 시즌과 50세이브 시즌이라는 2가지 업적을 동시에 달성한 스몰츠는 2015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첫 도전에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는 봉중근이 스몰츠의 길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비록 스몰츠와 같은 폭발적인 파워 피처는 아니지만 봉중근은 4년 동안의 마무리 생활을 통해 긴박한 승부 상황에서의 위기 관리 능력을 키웠고, 이러한 경험이 선발로 복귀한 이후에도 좋은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봉중근은 남은 시즌 동안 5~6일 간격으로 선발로 등판하며 점차 투구수를 늘려 갈 계획이다. 그리고 2016년 스프링 캠프에서는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위해 다른 후배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봉중근이 선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후배 선발투수들이 좀 더 성장하는 데에 있어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게 된다. 선발로 복귀하는 봉중근이 LG의 스몰츠가 될 수 있을지 향후의 활약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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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KBO리그 LG트윈스 봉중근선발복귀 존스몰츠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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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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