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유망주에서 최고의 백업으로 성장했다. 그 누구도 올 시즌 박건우가 이런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정수빈, 민병헌의 뒤를 받쳐주면서 주전 멤버의 체력 안배도 가능해졌다. 단순히 한 명의 활약이 아닌, 외야진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 셈이다.

박건우는 지난 2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특히 하루에 3타점을 기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고, 팀의 5득점을 사실상 혼자서 다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현수, 민병헌과 호흡을 맞추며 상대 선발 차우찬을 괴롭혔다. 김태형 감독은 상대 선발이 좌투수라는 점을 고려해 이날 경기에서 테이블세터를 모두 우타자로 구성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성공이었다. 공격력을 끌어올리면서도 중심타선의 부담까지 덜어줘 연장 접전의 대미를 성공적으로 장식할 수 있었다.

박건우의 존재가치를 알린 것은 '장타력'

두산 박건우 팬들은 오랫동안 그를 기다려왔다.

▲ 두산 박건우 팬들은 오랫동안 그를 기다려왔다. ⓒ 박중길


두산은 최근 몇 년간 우타 거포 기근에 시달렸다. '두목곰' 김동주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고, 롯데에서 돌아온 홍성흔도 팬들이 원하는 '한방'을 터뜨리지 못했다. 20홈런-80타점을 기록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2할 중반의 타율에 머무르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도 했다.

외국인 타자의 활약 또한 기대 이하였다. 선구안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잭 루츠는 부상을 이유로 라인업에서 빠지더니 5월부턴 아예 자취를 감췄다. 결국, 두산은 6월 초 교체 카드를 꺼내 들어 데이빈슨 로메로를 영입했다. 합류한 지 두 달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순 조정을 거치며 지금은 7번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박건우는 입단 당시부터 이런 어려움을 말끔하게 씻어줄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일찌감치 입대를 선택한 것도 지금 당장보단 미래를 내다보는 결정이었다. 경찰청에 다녀온 민병헌이 복귀한 2013년 스프링캠프에서도 코칭스태프의 관심은 오로지 박건우에게 쏠렸을 정도다.

최근 주전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이유는 단연 장타력이다. 28일까지 올 시즌 3할2푼7리의 타율을 기록했고 4개의 홈런을 쳐냈으며 장타율은 무려 5할1푼5리에 달한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해 순위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출루율도 3할9푼8리로 예년보다 높은 편이다.

향후 박건우는 팀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정수빈이 더 이상 입대를 미룰 수 없고, 김현수의 거취도 정확하지 않다. 믿을 수 있는 외야수는 민병헌 그리고 박건우 두 명뿐이다. 그런 면에서 박건우의 활약은 너무나 반갑고, 적절한 시점에 터졌다. 팀의 공격력 강화에 있어서 '히든카드'가 되기에 충분하다.

'얼굴'이 아닌, '실력'으로 증명할 준비가 된 박건우

몸 푸는 박건우 얼굴이 아닌, 실력으로 박건우라는 이름 석 자를 증명할 때가 왔다.

▲ 몸 푸는 박건우 얼굴이 아닌, 실력으로 박건우라는 이름 석 자를 증명할 때가 왔다. ⓒ 박중길


실력뿐만 아니라 외모로 뛰어나 여성 팬들이 많은 박건우는 올 시즌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야구를 하겠다"라면서 팬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을까.

박건우는 한때 외모만 뛰어난 선수라는 비난을 들었다. 여성 팬들은 많은데 야구를 못한다는 낙인이 찍힌 것이었다. 남모를 마음고생을 겪었고 1군에서도 그라운드보단 벤치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이종욱(NC), 민병헌, 정수빈, 김현수가 버티는 외야진에서 살아남기란 쉬웠을 리가 없다.

그의 발목을 잡았던 가장 큰 요인은 선구안이었다. 상대 투수의 유인구, 변화구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 팬들은 한방을 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의 선구안도 뒤따르길 원했다. 실제로 2013, 2014년 2년간 출루율은 각각 3할, 2할3푼1리에 머물렀다. 한마디로 '모 아니면 도'에 가까운 스윙이었다.

하지만 지난날은 잊은 지 오래다.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으며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등 모든 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작성하는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지금의 활약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박건우 덕분에 경기에서 이겼다는 이야기도 이젠 심심치 않게 들린다.

'외모'만 뛰어난 야구선수에서 팀의 '슈퍼 서브'로 비상한 박건우는 남은 시즌 두산의 공격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력으로 증명할 준비가 끝난 박건우의 야구는 이제 막 닻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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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동시게재됐습니다.
프로야구 박건우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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