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친구삭제 Unfriended> 2014년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친구삭제>라... 하지만 원제목을 보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Unfriended>. 블로그나 페이스 북을 비롯한 SNS 프로그램에서 친구관계를 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친구삭제를 하면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지만 해당 프로그램에서 채팅이나 정보교환을 할 수 없습니다.

▲ 영화 <친구삭제 Unfriended> 2014년 제목이 참 특이합니다. <친구삭제>라... 하지만 원제목을 보면 조금 이해가 됩니다. . 블로그나 페이스 북을 비롯한 SNS 프로그램에서 친구관계를 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친구삭제를 하면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지만 해당 프로그램에서 채팅이나 정보교환을 할 수 없습니다. ⓒ UPI 코리아

일반적으로 SNS라 통칭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무수한 정보공유와 인맥을 자랑하며 많은 사람들을 온라인 세계로 진입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PC와 모바일의 SNS는 초반 편리함과 친숙함을 장점으로 우리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SNS가 일반화되어 있는 현재, 다양한 포맷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지만 사이버 인신공격이나 언어와 영상을 이용한 무차별 테러 등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화 <친구 삭제>는 이 화상 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한 친구들과의 대화창을 매개로 이루어집니다. 카메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채팅 프로그램의 대화로 관객을 끌어갑니다. 셀프 카메라 기법과 흡사합니다. 마치 내가 화상채팅을 하는 당사자로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설정은 관객에게 묘한 두려움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핸드헬드 기법이 화상채팅 기법으로 발전

아래 화면은 영화 화면 그대로입니다. 블레어라는 여주인공과 남자친구인 아담으로부터 채팅이 시작됩니다. 그리고는 친한 친구들을 한 사람씩 채팅으로 초대하며 모두 6명이 채팅을 즐기는 가운데 익명의 손님이 등장하여 친구들의 이목을 끕니다.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블레어에게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블레어가 그의 아이디를 조회해 보니 1년 전 권총으로 자살한 '로라 반스'의 계정임을 알게 됩니다.

처음엔 해커나 컴퓨터 버그인 줄만 알았다가 아무리 '친구 삭제'를 눌러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강제로 종료하여 퇴출시키지만 다시 등장을 합니다. 그리고는 채팅 화면을 끄거나 자신의 계정을 탈퇴시킬 경우 한 사람씩 죽이겠다고 글을 남깁니다.

영화 <친구삭제 Unfriended> 채팅을 하던 6명의 친구 사이로 누군가가 로그인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에 한명씩 죽어나가는데...

▲ 영화 <친구삭제 Unfriended> 채팅을 하던 6명의 친구 사이로 누군가가 로그인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에 한명씩 죽어나가는데... ⓒ UPI 코리아


영화 초반의 이러한 설정은, 그저 그런 청소년들의 일상적 내용으로 관객을 자극하는 영화란 예상을 벗어납니다. 그리고 영화의 모든 장면은 채팅을 하는 블레어의 시각으로 채워져 갑니다.

▶ 블레어가 익명의 채팅자 몰래 그의 신분을 조회하는 장면 ▶ '로라 반스' 계정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체를 알기 위해 남자친구인 아담과 메신저를 주고받는 장면 ▶ 컴퓨터 전문가인 친구 켄에게 '로라 반스' 계정을 탈퇴시켜 달라고 하는 화면 ▶ '로라 반스'의 아이피를 추적하거나 그녀의 자살 장면을 돌려보는 장면 ▶ 강제 탈퇴되었던 '로라 반스'가 다시 로그인하여 복수할 거라는 글자가 타이핑 되는 장면 등.

영화의 모든 장면이 카메라 워크 없이 PC 채팅 화면으로 채워진다는 설정은 독특하면서 새로운 공포의 방식을 이끌어 냅니다.

세상과 미성숙한 소통 방식에 경종을

영화의 맨 앞부분에 위의 장면이 나옵니다. 1년 전 같은 반 친구였던 '로라 반스'가 권총으로 자살을 하는 동영상입니다.

'로라 반스'는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추태를 부렸고, 이내 땅바닥에 엎드려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생리 현상을 이기지 못해 바지에 실례를 합니다. 친구들에 의해 이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녹화되었고 누군가에 의해 SNS에 오릅니다. 한번 퍼진 동영상은 일파만파로 퍼지며 '로라 반스'는 친구들 사이에 놀림감이 되었음은 물론 이 충격을 이기지 못한 '로라 반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던 겁니다.

안타깝고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우리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굳이 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 사람을 표적 삼아 단체 문자로 욕설을 날리고 대답하지 않으면 폭행을 일삼는가 하면, 성폭행 당하는 동영상을 띄운다든지 말입니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도 싸우는 장면이 있으면 말리거나 신고하기보다는 전부 스마트 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는 기사도 종종 접합니다. 외국이라고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이런 유의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 질 정도라면 말입니다.

자신에게 관대한 인간, 타인에겐 엄격한 잣대를

그러나 <친구 삭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로라 반스'는 6명의 친구들에게 게임을 제안합니다. 아니, 제안이라기보다는 협박에 가깝습니다. 자기가 질문을 타이핑하면 "Yes", 아니면 No"로 대답하라는 겁니다. 대답이 거짓말일 경우, 아니면 회피하고 채팅 화면을 떠날 시엔 죽을 거라 말합니다. 이때부터 6명은 죽음으로 가는 게임을 시작합니다.

영화는 단순히 SNS의 단점을 부각시켜 유해성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한 얼굴 뒤에 숨은 인간의 사악한 이면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채팅자인 '로라 반스'는 이들 6명의 사소한 일상까지 속속들이 꿰뚫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친한 친구들이라 말하지만, 사실 뒤에서는 이른바 '호박씨'까는 스타일이었던 거죠.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벨은 아담, 아담은 미치, 미치는 제시, 제시는 켄, 켄은 벨의 험담을 하고 다녔습니다. 게다가 블레어는 애인인 아담 몰래 미치와 잠자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단지 당사자에게 드러나지 않아 모르고 있던 것뿐이죠. 익명의 채팅 손님인 '로라 반스'는 이 모든 일을 거부할 수 없는 질문을 통해 낱낱이 밝혀냅니다.

그리고 6명의 친구들은 자신의 뒷담화를 하고 다닌 이들이 바로 자신의 친구라 여겼던 나머지 5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6명의 친구들은 각자 커다란 증오심에 감정이 폭발하고 맙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변호하기 바쁩니다. 

"미안해, 어쩔 수 없었어."
"실수였어. 술에 취해서 몰랐어. 정말이야."
"단지 장난이었을 뿐이야."

우리도 많이 듣던 핑계 아닌가요? 나에겐 사소하고 별것 아닌 장난이 남에겐 크나큰 상처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왜 모를까요? 불행하게도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6명은 무언가에 홀린 듯 '로라 반스'의 송곳 같은 질문에 하나같이 'Yes'를 합니다. 그리고 난장판이 되어가는 채팅 창 너머 친구들이 한 명씩 죽어 나갑니다.

영화 <친구 삭제>는 보통 인간이 가지는 선한 이미지 뒤에 숨겨진 일탈행위를 그립니다. 물론 그 일탈행위가 큰 잘못이거나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소한 말투와 행위가 나를 넘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될 때는 그 파급력을 알 수 없으며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파도가 되어 돌아옴을 깨닫게 해 줍니다.

독특한 화면구성을 사용하였지만 8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선택한 것은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너무 한정된 화면에서 스토리를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관객의 흡입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블레어 위치'가 셀프 카메라 기법으로 선보인 최초의 작품으로 추앙받는다면, 공교롭게도 여주인공 이름이 '블레어'인 <친구 삭제>는 셀프 카메라 기법을 넘어 컴퓨터 채팅화면으로 스크린의 영역을 제한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함으로 감독의 실험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삭제 왕따 SNS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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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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