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수 의견>은 두 젊은이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 중 한 명은 국가의 의무를 수행 중인 젊은 20대 의경이었다. 다른 한 명은 그보다 더 어린 10대의 청소년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20대 젊은이는 의경이라는 신분 덕분에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아버지를 따라 시위 현장에 따라 나간 10대 청소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아버지와 힘 없는 젊은 변호사가 그 옆을 지킬 뿐이다. 두 젊은이의 죽음 그리고 진실을 밝혀내려는 아버지와 젊은 변호사의 사투를 통해 영화는 말한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우리 다수의 <소수의견>을 말이다.

 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사실 영화의 소재는 특별하지 않다. 전반적인 플롯과 내러티브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진행된다. 영화가 용산 참사를 모티브 삼았기에 배급망 확보에 있어 촌극이 발생했지만 이 역시 최근 한국 영화계의 세태 앞에선 그리 독보적인 해프닝은 아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묵직하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솔직하고 담담하고 소수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영화의 주 공간은 작은 법정이다. 작지만 우리의 삶을 드러내기엔 부족하지 않다. 진원(윤계상)이 변호하고 있는 박재호(이경영)처럼 우리는 현실 속에서 죄인처럼 항상 고개 숙이고 살아가며, 언제나 우리의 정당방위마저도 범죄로 오인받아야 하고, 동시에 법적 안전망에서 언제나 보호받지 못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박재호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벌어진 정당방위마저도 살인이란 죄목으로 오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힘 없고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박재호의 작은 주먹질은 그를 살인자로 만들었다. 그것이 권력이 나약한 대중들을 조종하고 감시하는 방식이자 동시에 현재의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다. 약자들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휘두른 작은 돌팔매질은 부메랑이 되어 그들에게 돌아온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용산 참사가,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쌍용 사태 등이 이러한 방식과 과정으로 만들어진 비극들이다. 물론 폭력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정당방위 될 순 없지만 그 폭력의 발단을 생각하지 않고 그 폭력 자체만을 물고 잡아 그들을 살인자로 만드는 것은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주인공 진원(윤계상)

주인공 진원(윤계상) ⓒ 시네마서비스


영화가 끝나고 지난 대선 문재인의 찬조 연설자로 나온 정혜신 정신과 의사가 떠올랐다. 그녀는 찬조 연설을 통해 그들의 폭력의 근본적 이유를 말한다. 그들의 주먹질은 결코 남은 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돈도, 빽도, 뒤를 봐주는 사람도, 심지어 그들의 말을 진실이라 믿어주는 사람조차도 없는 상황 속에서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는 '자기 발현의 주먹질'이다. 거리에 나와 빽빽 소리 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높은 건물에 매달려 있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이 세상에 그들이 있지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의 주먹질의 이유는 그것이다.

 주인공 박재호(이경영)

주인공 박재호(이경영) ⓒ 시네마서비스


영화는 2년간의 산고 끝에 세상에 나왔다. 요즘같이 대기업이 영화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기에 어떤 영화가 극장에 걸릴지 권력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는 시대에서 특별하지 않은 일일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2년간의 영화사의 분투가 없었다면 이 영화 역시 소리소문 없이 잊혀 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권력에 반했기에 이 영화는 작은 영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투쟁했고 결국 우리사회의 소수의견을 담아낼 수 있었다. 낼 수 있었다. 누가 이들의 노력과 투쟁에 돌팔매질을 할 수 있으랴. 고개 들어라. 당신의 그 노력은 결코 범죄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재홍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ddpddpzzz1.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소수의견 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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