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FC바르셀로나의 축구 플레이를 흔히 티키타카 (스페인어: futbol tiqui-taca) 축구라고 한다.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한다는 뜻으로, 짧고 빠른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뜻한다.

바르셀로나의 이니에스타, 사비, 부스케츠 등의 선수들이 이러한 축구로 현대축구의 패스에 대한 중요성을 전 세계 축구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들이 주류를 이루는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로 티키타카 축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가 더욱더 빛이 나는 이유는 사비, 이니에스타 등의 선수들이 모두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시스템 속에서 자라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포항의 스틸타카가 되다

 포항 스틸러스는 2013년 리그와 FA컵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 역사상 최초로 더블을 달성한 팀이다.

포항 스틸러스는 2013년 리그와 FA컵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 역사상 최초로 더블을 달성한 팀이다. ⓒ 포항스틸러스 홈페이지


대한민국 K리그에서도 이러한 티키타카의 축구의 철학을 가진 팀이 있었으니, 현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기준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이다. 티키타카 축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활용하며 스틸타카(스틸러스+티키타카)라는 별명 또한 가지게 되었다.

K리그에서 바르셀로나처럼 빠른 템포와 섬세한 패스를 통하여 축구 경기를 하는 팀은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로 소수였기에 포항 스틸러스의 스틸타카 축구는 팬들에게는 큰 충격과 동시에 뜨거운 호응을 가져왔다. 그에 선물이라도 하듯 포항 스틸러스는 2013년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모두 거머쥐며 K리그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한 영광의 순간에서도 포항 스틸러스의 축구와 함께 초중고 시절부터 함께 해온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포항 스틸러스는 국내 축구 팬들이 모두 알고 있는 K리그의 명문구단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73년에 창단된 포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축구단으로서 창단 후 이회택, 최순호, 홍명보, 황선홍, 이동국 등의 훌륭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배출해낸 명문구단이다. 특히 현 전북 소속 이동국은 포항 스틸러스 유소년 축구단에서 양성된 대표적인 선수이다.

또한, 신진호, 김승대, 손준호, 문창진 등 K리그 대표적인 유망주 선수들 모두 포항 스틸러스 유소년 시스템 아래에서 성장한 선수들이다. 현재 이 선수들은 자신을 길러준 구단에 보답하듯이 팀의 주요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포항의 승리를 이끌고 있다. 여기서 2012년엔 이명주, 2013년엔 고무열, 2014년엔 김승대까지 K리그 3연속 신인상을 포항에서 배출해내며 자신들의 유소년 시스템이 K리그에서 얼마나 훌륭한지 결과로서 증명하고 있다.

현재 포항은 2가지 방향으로 유소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첫째는 유스 아카데미(어린이 축구교실)로서 일반 어린이 회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축구교실이다. 보통 취미생활로써 운동을 축구로 즐기고 싶은 어린이 회원들이 가입하여 아카데미 교육을 받는다.

둘째는 취미가 아닌 프로 선수를 목표로 하는 육성클럽이다. 2003년부터 포항제철동초등학교(U-12), 포항제철중학교(U-15),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U-18) 축구부를 포항 스틸러스 클럽의 산하로 전환하고 본격적으로 자체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가동하였다. (이하 포철동초, 포철중, 포철공고)

2013년엔 포철공고가 마이스터고(특수목적고등학교)로 전환되어 운동장 사용이 불가능해져 포항제철고등학교로 새롭게 창단하였다. (이하 포철고) 그리하여 구단은 학교에서 선수 운영, 관리 및 지도에 있어서 운영권을 가지게 되었고 어린 유망주 선수들을 전문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주도적인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포항 유스, 한국축구의 인재양성소로 거듭 나다

 포항 스틸러스 U-18 포철고교의 우승 기념 단체 사진

포항 스틸러스 U-18 포철고교의 우승 기념 단체 사진 ⓒ 포항스틸러스 홈페이지


보통 포철공고 소속의 선수들은 프로로서의 선수 생활을 시작할 만큼 실력과 프로정신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일부는 영남대로 진학하여 축구생활을 하고 프로구단으로 입단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구단의 전문적인 육성의 또 하나의 결실로 2014년 말에 포항 유스 출신 황희찬(18)은 지난해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입단했다. 잘츠부르크 측은 포항에서 유명한 신인 황희찬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약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포항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자라난 선수가 실력을 검증받아 해외 진출했다는 사실은 포항의 입장에선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들의 시스템 자체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유소년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포항의 스틸타카 축구의 장점이 설명되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유소년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여기에 더해 포항의 스틸타카 전술을 전 연령팀 모두에 통일화시켜 운영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들이 축구와 성과가 설명될 수 있다. 바르셀로나처럼 포항 스틸러스는 나이를 불문하고 짧고 세밀한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 삼각형을 수시로 만들어가며 축구를 한다.

이러한 축구를 어린 나이 때부터 경험하니, 자신이 성장한 후에 프로 선수로서 포항에서 뛰게 되더라도 전혀 새로운 축구가 아닌 익숙한 축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에서 포항 스틸러스로 새 둥지를 틀 때 팀 내 선수들의 50%를 유스에서 발굴한 선수들을 기용하겠다고 구단과 약속했었다. 그러한 약속의 배경에는 스틸타카라는 단어로 포항 스틸러스가 하나로 묶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서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라 볼 수 있다.

그들의 땀이 맺혀있는 축구 철학인 스틸타카는 성적으로도 진가를 나타내고 있다. 포항의 U-15 포철중은 경북 권역 주말 리그에서 3연속 우승을 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으며, U-18 포철고는 이번 전국체전 우승과 문화체육부장관기와 대통령금배까지 우승하며 전국대회에서 K리그 최강 유소년팀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기타 K리그 유스팀과 학원 축구 모두 포항 앞에서는 부족했으며, 탄탄히 쌓아온 유소년 시스템이 무엇인지 보여줬던 포항은 명실상부 유소년 전국대회에서 최강자였다. 현재도 포항의 유스팀 출신 팀들이 초중고 각각의 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포항의 축구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틸타카의 수장 황선홍 감독, 유소년 시스템과 함께 그들의 축구는 더욱 더 기대가 된다.

스틸타카의 수장 황선홍 감독, 유소년 시스템과 함께 그들의 축구는 더욱 더 기대가 된다. ⓒ 포항스틸러스


전북이나 수원, 서울 등의 팀은 보통 팀 자체의 유소년 출신 선수보다 세계 여러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영입하여 조직력을 갖추는 축구를 지향한다. 그와는 정반대로 포항은 직접 선수들을 키워낸다. 포항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서 포항의 축구 DNA를 심어주며 성장을 돕는다.

이것은 셀링리그의 위험에 처해있는 K리그에 희망을 제시한다. 급할수록 멀리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포항은 멀리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멀리 돌아가지만,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의 축구를 스틸야드에서 더욱 더 맛깔나게 펼치고 있다. 포항의 팬들은 물론 국내 축구 애호가들은 팀의 콘셉트를 확실히 알고 있으며 그에 기대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의 1군 구성이 모두 유소년 시스템으로 성장한 선수들로 채워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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