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김풍 작가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냉장고를 부탁해> 애청자라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가정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의 예능적 재미의 상당 부분은 김풍으로부터 출발하거나 혹은 김풍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초호화 셰프 군단 사이에서도 절대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김풍 작가의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그의 어떤 점이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일까?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김풍 작가는 이른바 '야매요리' 전문이다. 오랜 자취생활을 바탕으로 터득한 본인만의 조리법으로, 자극적인 요리를 주로 선보인다. 다른 셰프의 고급스런 요리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때때로 그는 일류 셰프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기도 하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음식을 내놓기도 한다. 그야말로 반전이다.

하지만, '의외의 요리 실력'만으로는 김풍 작가의 매력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김풍 작가의 진짜 매력은 바로 그가 웹툰 작가라는 데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본인을 스스로 캐릭터화 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능해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줄 안다.

가령, 다른 셰프들이 진지하게 요리에만 몰두할 때에도 김풍은 억지스런 오버 액션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근거 없는 큰소리를 늘어놓으며 '허풍'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최현석 셰프의 '허세' 캐릭터에 '허풍'으로 맞서는 식이다. 요리 실력만 놓고 보자면, 최현석 셰프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겠지만, 김풍은 끊임없이 최현석 셰프를 자극하고, 그의 외모를 지적하며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다른 출연자들 살아나게 하는 김풍 효과?


이 뿐만이 아니다. 말주변이 별로 없는 샘킴 셰프조차도 김풍과 만나면 다양한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의도한 것인지, 혹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샘킴은 김풍만 만나면 유독 약해진다. 오죽하면 김풍이 샘킴을 향해 '승리 부적'이라고 부르겠는가. 원래는 최현석 셰프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어야 할 샘킴이 김풍과 라이벌로 불리는 상황은 매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이 프로그램에 있어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김풍이 관계 맺기에 능하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에 뒤늦게 합류한 이연복 셰프와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김풍은 본인이 먼저 나서 이연복 셰프의 제자가 될 것이라고 외치더니, 칼까지 하사받는 등 정식(?) 제자의 대우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방송에서도 이연복 셰프는 김풍 앞에 앉아서 요리 코치를 하다가 경고를 받는 등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 냈는데, 이 역시 웹툰 작가로서 판을 넓게 볼 줄 아는 김풍 작가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얄밉기 그지없는데도, 지금껏 김풍 작가는 큰 비난에 직면한 적이 없다. 그의 깐죽거림은 이제 <냉장고를 부탁해>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가 되어버렸으며, 그가 또 앞으로 어떤 셰프와 화학작용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방송 초창기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대놓고 도움 구하기'도, 김풍이 '유니셰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낸 후, 이제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또, MC인 김성주와 정형돈의 깨알 같은 드립도 김풍을 상대로 막 쏟아 내었을 때 이른바 건질게 많다. 그만큼 김풍은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존재로 자리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영민함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사실, 8명의 전문요리사가 나와서 요리 대결을 펼치다 보면, 다소 산만할 수도 있고, 또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냉장고를 부탁해>가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방점이 경쟁에 찍혀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누구와 어울려도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웹툰 작가 김풍이 있다. 어쩌면, <냉장고를 부탁해>에게 있어 진짜 '신의 한 수'는 김풍 작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