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곰 테드 2> 영화 포스터

▲ <19곰 테드 2>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왕따를 당하던 소년이 진정한 친구가 생기길 간절히 소원하자 하늘에서 응답하여 곰인형이 살아 움직이게 된다는 <19곰 테드>의 설정은 어린아이들이 떠올릴 만한 동화적 발상에서 출발한다. 한때 살아있는 곰인형으로 유명세를 치른 테드(세스 맥팔레인 목소리)가 시간이 흐르면서 잊히고, 대마초를 피우고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신세로 전락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지며 영화는 성인용 동화로 거듭난다.

나이가 들어 생각은 저속함으로 가득하나, 외모는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곰인형인 테드는 세월이 흐를수록 상실해가는 유년기의 순수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환기해 주었다. 여자친구에게서 곰인형이 있는 한 영원히 소년에 머문다는 질책을 받은 존(마크 월버그 분)의 모습엔 성장을 거부하는 어른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신선한 캐릭터와 이야기가 빛난 <19곰 테드>는 미국에서 2억 불이 넘는 흥행 성적을 올리며 2012년 전체 성적 9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그 외 지역에서도 3억 불이 넘는 놀라운 이익을 거두었다.

<19곰 테드 2> 영화의 한 장면

▲ <19곰 테드 2>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19곰 테드 2>는 타미 린(제시카 바스 분)과 결혼한 테드가 잦은 다툼으로 위기를 겪자 둘 사이를 이어줄 존재를 얻기 위하여 입양을 결심하고 그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분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편에서 존에게 흥정하는 사람을 향하여 "난 물건이 아닌 인격체"라고 외친 테드의 주장은 <19곰 테드 2>에서 주요 소재로 발전한다.

연출을 맡은 세스 맥팔레인 감독은 1857년에 노예는 시민권을 가질 수 없고, 자유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결한 '드레드 스콧 사건'에 대한 책을 읽다가 "테드는 살아있는 곰인형인데, 만약 그가 시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자신이 인간이 아닌 물건으로만 사람들에게 보인다면?"이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테드가 존, 변호사 사만다(아만다 사이프리드 분)와 함께 법정에서 권리를 찾는 과정을 담았기에 <19곰 테드 2>는 제법 진지한 구석도 보인다. 그러나 <19곰 테드 2>는 치열한 논리 싸움을 하는 법정 영화는 아닌, 더러움과 저질스러움으로 가득 찬 화장실 코미디류 영화다. 테드의 권리를 찾는 과정은 성인 농담을 질펀하게 늘어놓기 위한 무대일 뿐이다.

각종 언어유희로 가득찬 이야기...그 효과는?

대마초, 욕설, 장난, 섹드립을 기본으로 장착한 <19곰 테드 2>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불임클리닉에서 존과 테드가 벌이는 해프닝은 가장 더러우면서 웃긴 대목으로 꼽을 만 하다. 사만다와 테드가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와 할리우드 대중 영화의 스타 사무엘 L. 잭슨을 언급하는 장면과 <자동차 대소동>, <조찬 클럽> 등의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 등도 눈길을 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코믹콘 무대는 미국 서브 컬쳐를 풍부하게 활용한다.

미국 대중문화의 여러 요소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카메오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백미는 자신에게 각인된 <테이큰>의 이미지를 과장되게 보여주는 리암 니슨의 등장이다. 또한, 테드가 존에게 아카데미 급 연기라고 칭찬하는 장면은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해프닝>으로 숱한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마크 월버그를 희화화시키며 재미를 안겨준다.

<19곰 테드 2> 영화의 한 장면

▲ <19곰 테드 2> 영화의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19곰 테드 2>는 지나치게 웃음을 추구하기에 불편한 구석이 있다. 밤에 조깅을 하는 사람에게 사과를 던지며 조롱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주연 배우인 마크 월버그가 현실에서 인종 차별 발언과 폭력을 행사했던 과거를 떠올린다면 자유와 권리를 외치는 <19곰 테드 2>의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셀프 디스'인지, 아니면 '면죄부'인지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19곰 테드 2>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체를 아우르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전편이 주었던 신선함은 반복을 거듭하면 자연스럽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부족함을 새로운 이야기의 힘으로 메워야 하는데, 영화는 전개의 반복을 거듭하고 짧은 웃음이 터지는 지저분한 상황만 계속 나열한다. 약빨이 다 떨어져 비틀거리는 <19곰 테드 2>를 보노라면 단물 빠질 때까지 나와 안쓰러움만 주던 <사탄의 인형>의 처키가 연상된다. 테드는 박수칠 때 퇴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9곰 테드 2 세스 맥팔레인 마크 월버그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건 프리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top